감독 선임 두고 교장 vs 학부모 3년째 갈등…학부모들 “공정 가장한 낙하산” 반발에 학교 측 “해체” 초강수
박지성을 배출한 축구명문 안용중학교 축구부가 해체 위기에 빠졌다. 사진=이송이 기자
#교장 내정 감독의 비위행위 두고 학부모들 반발
축구부 해체 배경에는 축구부 감독 선임 문제를 두고 벌어진 학교 측과 학부모들의 갈등이 있다. 교장은 축구부 해체사유로 2018년도 신임감독 채용과정에서의 갈등과 2020년 신임감독 공개채용 관련 학부모들의 집단 반발 등을 들고 있다. 반면 학부모들은 채용 과정에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계속됐다고 항변하고 있다.
한 축구부 학생 학부모는 “교장이 공개채용이라는 형식적인 절차를 빌미로 자신이 내정한 사람으로 감독을 채용하려는 시도가 여러 번 있었다”며 “아이들의 성향과 실력을 잘 알고 있는 기존 코치진 중에서 감독을 선임하자고 학부모들이 제안하자 화가 난 교장이 축구부 해체라는 강수를 두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갈등이 3년가량 이어졌다.
그 시작점은 2018년 11월 말 이 아무개 씨가 감독으로 공개채용됐지만 한 달 만인 12월 초 갑자기 해고된 일이었다. 이 감독의 해고 사유는 안용중학교로 이직하기 직전 감독을 맡았던 축구팀이 해단됐는데 그 과정에서 팀에 남아있는 선수들을 방치하고 떠났다는 것이었다. 이 감독이 도덕적이지 못했다는 이유였다. 그렇지만 학부모들은 당시 이 감독의 해고를 “교장이 이미 내정했지만 공개채용에서 떨어진 김 아무개 감독을 채용하기 위한 절차였을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감독 채용 차순위였던 김 아무개 감독이 12월 중순께 채용이 확정되고 2019년 1월 계약이 진행됐다. 하지만 채용되자마자 코치진에게 비위행위를 유도했고 코치진들이 이에 반발하면서 바로 계약이 해지됐다. 당시의 상황에 대해 김 아무개 코치는 “김 감독이 수석코치에게 학생선수 동계훈련 숙박비와 훈련지원비, 단체복 구입비 등을 이중계약 하고 이윤을 따로 남겨 지도자들의 처우개선 명목으로 사용하자고 말했다. 하지만 수석코치를 비롯한 코치진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학교에 진정을 넣었다. 이후 감독은 계약해지되고 감독 자리는 올해 초까지 공석이었다”고 전했다.
올해 3월 교장이 감독을 공개채용을 하자고 나섰는데 이번에는 또 다른 감독을 내정한 정황이 포착됐다. 내정자는 지역 내 고등학교의 여자 축구팀 감독을 지낸 바 있으며 현재는 학교와 멀지 않은 곳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이다. 2018년 안용중 감독 공개채용에 응시해 탈락한 이력이 있다. 이에 학부모들이 적합하지 않은 인물이라 반대하고 나서면서 교장과의 갈등이 촉발됐다. 결국 고성이 오가는 상황까지 연출되면서 축구부 해체까지 치달았다.
졸업한 학생선수 학부모는 “2018년 초에도 교장과 감독 선임을 두고 갈등이 있었다. 당시 학부모들이 수석코치를 감독으로 올려달라 요청하자 교장은 축구부를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교장이 내정한 감독을 믿을 수 없게 됐지만 축구부 해체를 언급하는 통에 공개채용 절차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며 “아마 교장은 이번에도 그때처럼 학부모 길들이기를 시작한 것 같은데 생각보다 갈등이 심각해지면서 일이 커진 것 같다”며 안타까워했다.
학부모들은 “교장의 다분히 감정적인 결정이고 아이들의 진로를 빌미로 한 직권남용”이라며 “교장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학부모 전체가 학교에 사과하고 축구부 해체만은 막자며 의견서도 냈지만 소용이 없다”고 말했다. 학교장은 본인이 말한 내정자를 축구부 학부모들에게 발설한 한 학부모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며 명예훼손으로 고소까지 한 상태다.
이에 학부모들은 교장의 목소리가 담긴 녹취록을 증거로 들며 “감독 공개채용은 요식행위일 뿐이며 교장 A 씨가 학교에 부임한 뒤 줄곧 축구부 감독을 내정해 온 정황이 상당하다. 실력 있는 인물을 내정한다면 반대가 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감독들을 교장 마음대로 내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반발했다.
축구부 내의 인건비를 지원하는 학부모 입장에서는 새 감독을 뽑는 것보다는 기존 코치진에서 감독을 뽑는 게 더 낫다. 현재 안용중 코치진은 4명인데 감독을 새로 뽑게 되면 축구부 지도자가 5명이 되고 다른 중고등 축구부 사례를 봐도 4명의 코치진으로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에 교장 A 씨는 감독의 공개채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두고 학교 운영에 심각한 방해이자 피해라고 주장하며 3월 31일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돌연 축구부의 단계적 해체를 결정했다.
안용중학교 축구부 관계자는 “교장이 일반 학부모를 통해 ‘운동장이 축구부만의 것이냐, 운동하는 소리 때문에 공부를 못하겠다. 학교에 피해를 주는 축구부는 학교를 떠나라’ 등의 플래카드를 학교에 걸게 해 어린 축구부 아이들에게 상처를 줬다”고 말했다. 이어 “축구부원들은 방과 후에 훈련을 하기 때문에 수업을 방해할 일도 없고 운동장을 차지할 일도 없으며 축구부원들의 훈련 시에 지내는 생활관도 일반 교실과 멀리 떨어진 축구장 바로 옆에 위치한다”고 전했다.
교장 A 씨는 감독의 공개채용을 반대하는 학부모들의 의견을 두고 학교 운영에 심각한 방해이자 피해라고 주장하며 지난 3월 31일 학교운영위원회를 통해 돌연 축구부의 단계적 해체를 결정했다. 사진=이송이 기자
#9월 신입생 안 뽑으면 즉시 해체 수순
안용중학교 측은 “여러 사안을 고려해 즉시 해체가 아닌 2023년까지의 단계적 해체를 하는 것으로 학교운영위에서 결정이 났다”고 설명했다. 중대 사안인데 이사회나 교육청의 승인을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기자의 질문에 “현재 이사회의 이사들은 모두 임시이사로 재단이 비상운영 중이다. 또 학교의 모든 사안에 대해 이사회의 승인을 받을 필요는 없다. 사안에 따라 학교운영위원회의 결정만으로 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교육청의 승인 역시 즉시 해체가 아닌 2023년 해체이므로 2023년에 허가를 받으면 된다”고 답했다.
이에 축구부 학부모들은 다시 항변하고 나섰다. 축구부 선수 활동을 위해 애써 안용중으로 아이를 진학시킨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8~9월에 진행되는 1학년 축구 특기생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현재 1학년 축구부원이 20명, 2학년이 12명, 3학년이 15명인데, 곧 졸업하는 3학년을 제외하면 1, 2학년만으로는 사실상 경기 출전을 제대로 할 수 없어 축구부 유지가 힘들다”며 ”축구부 운영은 학교에서 나오는 보조금 없이 선수 회비 각 월 60만 원과 화성시 보조금 7000만~8000만 원으로 운영되는데 신입생을 뽑지 않으면 선수당 회비도 더 걷어야 하고 팀 활동과 유지에 여러모로 어려움이 생긴다. 경기 출전과 진학에 문제가 생기면 축구부는 스스로 허물어진다. 이를 학교에서 모를 리 없다“고 토로했다.
안용중학교 축구부 출신인 박지성 선수는 “안용중이 축구부를 유지해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전학을 가지 않고 계속 뛸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안용중 시절 박지성 선수(왼쪽)의 모습. 사진=MBC스페셜 캡처
축구부 학생 학부모 총 46명은 신입생을 뽑지 않음으로 해서 자연스럽게 일어나게 될 축구부 해체를 막고자 지난 4월 22일 안용학원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축구부해단처분금지가처분 신청을 했다. 하지만 6월 23일 기각됐다.
재판부는 기각 이유에 대해 ”설립자나 학교법인이 가지는 사학 운영의 자유에는 학교운동부의 구성과 운영에 관한 자유가 당연히 포함되므로 학교법인이 축구부를 해단하는 결정을 한다면 이는 사학의 자유라는 관점에서 일반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봄이 타당하고, 달리 이를 제한해야 할 사유가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간단히 말해 사학 운영의 자유를 존중해 학교 축구부 해단 결정은 학교재량으로 이를 저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학교가 축구부 해체 결정을 내린 건 3월 31일이다. 사전 공지 없이 급하게 학교운영위원회를 개최해 운영위원 12명 중 9명 참석, 7명이 찬성해 축구부 해단안건을 의결했다. 축구부 학부모들은 “안용중 학교운영위 구성원 가운데 상당수가 교장과 관계가 있기 때문에 형식은 운영위 결정이지만 사실상 학교장 입맛대로 주무를 수 있다”고 반발했다.
경기도교육청의 ‘2020 학교체육 업무매뉴얼’에서는 “학교운동부를 해단하려는 경우 담당교사, 학생선수, 학부모, 지도자와의 협의를 거치고 해단에 관한 구체적인 해단사유를 기재한 해단계획서를 작성해야 하며, 해단에 관한 학부모들과 지도자들의 동의서 등 서류를 구비해 교육지원청과 협의를 완료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제대로 된 협의와 해단사유가 없었다는 것이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위 매뉴얼은 학교체육 업무의 효율적 운영을 위해 행정기관 내부의 업무처리지침을 정한 것에 불과한 것으로서 대외적으로 국민이나 법원을 기속하는 효력이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경기도교육청 및 화성오산교육지원청 역시 “사립학교의 운영에 대해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축구부 학부모들은 “사립학교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육현장임에는 분명한데 어떤 감시나 조율도 없이 모든 권한을 사립학교에만 맡겨둔다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다시 축구부해단처분금지가처분신청을 하려 했지만 같은 재판부가 배정돼 취하했다. 법은 멀리 있다”고 전했다.
#교장은 출장중, 학교는 묵묵부답
일요신문은 학교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취하고 만나기를 시도했지만 코로나19 확산을 이유로 학교 측은 외부인의 방문을 불허했으며 학교장도 연락을 받지 않아 끝내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학교 측은 거듭 교장이 출장 중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축구부를 전담하는 교감에게도 연락을 취했지만 역시 학교 측의 입장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안용중학교 축구부 출신인 박지성은 모교 축구부 해체 소식을 접한 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최대 피해자는 결국 어린 선수들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지켜주는 게 어른들의 할 일 아니냐”며 “안용중이 축구부를 유지해 축구를 사랑하는 아이들이 전학을 가지 않고 계속 뛸 수 있는 환경이 유지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