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족 사진 걸고 유혹, 고수익 미끼 지속적 돈 요구…피해자 팔로어에 접근중 ‘주의’
18세에서 34세 여성이 가장 많이 쓰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인스타그램에서 주부를 노리는 투자사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100% 안전 보장’을 걸고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지만 사기극으로 끝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인스타그램 부업 사기에 걸려든 피해자 A 씨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인스타그램에서 사기 계정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 최대 피해액이 3억 원에 달해 주의를 요한다. 사진=인스타그램 사기 계정 캡처
A 씨는 지난 10월 초 인스타그램에서 ‘OO 육아맘’ 계정을 보게 됐다. 아이 얼굴과 가족사진이 가득한 육아맘 계정은 ‘재택근무 알바로 큰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홍보하고 있었다. 육아맘은 구체적으로 ‘온라인 카지노를 통해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했다. A 씨는 육아맘과 연결된 카카오톡 계정으로 문의를 했다.
육아맘은 ‘초기 투자비용은 50만 원 이상이면 되고 투자하면 수익으로 돌려주겠다’고 답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여성만 답장을 해주고 남성일 경우 답장을 해주지 않는다고 했다. 사회 경험이 짧은 여성과 주부 위주 공략 방식으로 추측된다.
A 씨는 ‘카지노면 불법 아니냐?’고 물었고 이에 육아맘은 ‘불법이면 이걸로 밥벌이하겠나. 걱정하지 말라’고 답했다. 육아맘은 카지노 사이트에 포인트 신청을 해야 한다며 충전관리팀을 소개시켜준다. 충전관리팀은 한 증권사 계좌를 알려줬고 A 씨는 100만 원을 입금한다. 육아맘은 ‘35분 동안 작업을 진행하고 다시 연락을 주겠다’고 했다.
얼마 뒤 육아맘으로부터 ‘1000만 원이 됐다’며 포인트를 확인해 보라고 연락이 왔다. A 씨가 사이트에서 포인트를 확인해보니 정말 1000만 원이 돼 있었다. 육아맘은 A 씨에게 ‘돈을 지급받아서 그 가운데 일부를 수수료로 달라’고 말했다. 그렇게 A 씨는 사이트에 1000만 원 지급 요청을 했지만 충전관리팀이 막아섰다. 충전관리팀은 ‘적은 초기비용으로 많은 수익을 냈기 때문에 한꺼번에 300만 원 충전한 이력이 있어야 돈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A 씨는 돈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남은 돈을 모았고 카드론 대출도 받게 된다. 그렇게 마련한 300만 원을 보내니 700만 원을 입금하라고 했고, 다시 300만 원을 더 입금하라고 했다. 돈 요구는 계속됐다. A 씨는 충전관리팀이 ‘마지막으로 300만 1500원을 입금하라’고 해 요구에 따랐지만 ‘돈이 잘못 입금돼 본인인증이 안된다’며 추가 입금을 요구했다.
사기 사이트에서 관리 담당자와 피해자가 주고받은 메시지.
A 씨는 ‘정말 돈이 없다’고 호소하자 충전관리팀은 ‘마지막 인증을 위해 신분증 및 신용카드 앞뒤 사진을 달라’고 말했다. 사진을 찍어 보내주자 충전관리팀은 A 씨를 차단했다. 육아맘 계정도 인스타그램을 탈퇴했다. 이들은 A 씨 신분증과 신용카드를 통해 대포통장과 대포폰을 개통, 마지막까지 짜내는 방식을 취했다. A 씨는 대포통장과 대포폰 때문에 향후 또 다른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다.
A 씨는 “이들은 피해자가 지급정지 요청을 할 수 없도록 은행이 아닌 증권사 계좌를 이용하는 듯하다”고 답했다. 유사 피해를 입었다며 카카오톡 단체방에 모인 사람만 50여 명이나 된다. 육아맘 계정은 앞서 방식대로 피해자에게 큰돈을 바로 내줄 것처럼 속여 분할로 돈을 입금하게 한다. 17번에 걸쳐 3700만 원을 입금한 피해자도 있고 이틀 동안 1억 원이 넘는 피해를 본 사람도 있다고 한다. 최대 피해자의 피해 금액은 3억 원 정도다.
피해자들은 대포통장과 대포폰 개설과 별개로 또 다른 지인들이 사기에 휘말리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사기 계정이 피해자 친구들에게도 접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맘 계정이 피해자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피해자 팔로어나 댓글 단 지인들을 확보한 뒤 그들에게 접근해 새로운 피해자를 만들어낸 사례도 있다. 또 다른 피해자 B 씨는 “친구는 육아맘이 나와 팔로우 돼 있어서 믿었다고 말했다. 그 친구도 피해를 입은 상태”라고 말했다. 사기 계정은 인스타그램 이외에도 맘카페 등으로 접근하고 있어 주의를 요한다.
현재 피해자들은 경찰에 신고 접수한 상태다. 아직 본격적인 수사 착수는 되지 않았다. C 씨는 “남편 카드로 대출을 받았는데 돈을 못 갚고 있어 남편도 저신용자가 될 위기다. 나도 이런 일을 당할 것으로 생각하지 못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