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어보고 따져보고 창업스펙 쌓아라!
▲ 단하나케이크. |
20대 중반의 박 아무개 씨. 그는 대학 졸업 후 ‘핫픽스 모티브’(Hot fix motive, 의류에 붙이는 크리스털 진주 등 작은 구슬 제품)를 제조, 판매하는 회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취업이 아닌 창업의 길을 택했다. 당시 핫픽스 한 알의 도매가격이 10원도 안 되는 25~30전 수준. 저렴한 원재료에 디자인만 가미하면 의류의 경우 가격이 1만~2만 원 이상 껑충 뛰어오르는 것을 보고 해볼 만하다 싶었다.
젊음과 패기로 도전한 끝에 박 씨는 월평균 매출 5000만 원을 기록하며 일찌감치 성공 창업자의 대열에 합류했다. 그러나 달콤함은 잠시였다. 중국의 저가 제품이 등장하면서 가격 경쟁력이 크게 떨어진 것이다. 결국 그는 사업을 접었고, 무역회사에 들어가 체계적인 무역 실무를 익히고 있다.
사례2
30대 초반의 이 아무개 씨(여). 그는 어머니의 반찬가게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인터넷 오픈마켓의 문을 두드렸다. 어머니가 직접 담근 고추장과 된장 등 전통 장류를 인터넷으로 판매하기 시작한 것. 맛있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10만 원 내외였던 매출은 월 1000만 원을 훌쩍 넘어섰다. 사업이 커지자 그녀의 진로도 취업이 아닌 창업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앞날이 창창할 것만 같았던 이 씨의 미래에 빨간불이 켜졌다. 초심을 잃으면서 수입산 재료로 만든 고추장과 된장 등을 자신의 용기에 그대로 담아 판매를 했고 이런 사실이 관련 당국에 적발되고 만 것. 이 씨의 말을 믿고 네댓 배 정도 비싼 돈을 주고 제품을 구매했던 소비자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현재 이 씨의 홈페이지는 폐쇄된 상태다.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창업에 도전하는 청년이 늘어나고 있지만 창업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첫 번째 사례 속 박 씨처럼 외부적인 요인에 의해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고 성공을 거뒀다 할지라도 두 번째 사례의 이 씨처럼 갑자기 커져버린 규모를 감당하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을 좇다가 큰 실수를 범하기도 한다.
이경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장은 “청년 창업의 경우 업종을 선택할 때 눈앞의 수익 못지않게 장기적인 성장성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젊은 나이에 쌓은 능력이 중장년에 이르렀을 때 성장을 하는데 큰 토대가 되기 때문이라고. 따라서 업종을 선택할 때는 최소 5년 후를 내다보는 눈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인천에서 DIY(Do It Yourself, 직접제조) 케이크 전문점 ‘단하나케이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규하 씨(30). 그는 취업 직전 우연한 기회에 창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취직하려던 회사의 월급이 적어서 주저하고 있을 때 친구에게서 DIY 케이크를 생일 선물로 받은 것. 평소 제과제빵에 관심이 많았던 박 씨는 수소문 끝에 안양에 있는 DIY 케이크 전문점을 찾아보고 나서 창업을 결심했다. 다양한 케이크 재료를 본사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고, 대부분의 재료가 일주일 이상 냉장 보관이 가능해 재고 부담이 없었다.
또 케이크 전문점이긴 하지만 고객이 직접 만드는 DIY숍이어서 점주의 역할이 크지 않다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그는 부평역 인근 건물 2층에 112㎡(32평) 규모의 매장을 구했다. 커피숍을 운영하던 곳이었는데 매출이 저조했던 탓에 권리금 1500만 원, 보증금 3000만 원에 인수할 수 있었다. 인테리어와 시설비(냉장고 테이블 등)로 4000만 원이 추가로 들었다.
박 씨는 업종 자체가 생소하고 매장 위치 역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기에 불리하다고 판단, 적극적인 홍보에 나섰다. 우선 인근에 위치한 여학교부터 공략하기 시작했다. 이른 등교시간, 학교 앞에서 조각케이크와 함께 전단지 나눠주는 일을 반복하기 시작한 것. 효과는 금세 나타났다. 학생들이 쉬는 시간마다 매장으로 문의를 해왔다. 한 학교에 500~1000장 정도의 전단지를 배포하면 평균적으로 30~40통의 전화가 걸려왔고, 20명 이상의 학생이 매장을 방문했다.박 씨는 매장 앞에서도 시식회를 겸한 전단지 홍보를 병행했다. 그리고 ‘괜찮더라’는 입소문이 나면서 4개월 만에 월평균 순수익은 1000만 원 수준으로 올라섰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때는 250명 이상의 고객이 매장을 방문할 정도로 문전성시를 이뤘단다. 1년 만에 투자금을 모두 회수, 두 번째 매장 오픈을 계획 중인 박 씨는 “주 고객층인 여학생들이 자신의 경험을 친구들과 나누는 데 익숙해 큰 도움이 됐다”고 밝혔다.
▲ 와라와라. |
교육을 통해 그는 주점 창업을 결심했고 운영 중인 가맹점 4곳을 직접 방문해 상황을 눈으로 확인한 후 마음을 굳혔다. 그가 주점을 오픈하는 데 든 비용은 총 4억 원(점포비용 포함). 그동안 모아둔 돈과 대출을 통해 자금을 마련했다. 박 씨의 점포는 상권의 특성상 2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직장인들이 대다수를 차지한다. 그는 5000원에서 1만 7000원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100여 가지 퓨전 안주 메뉴를 제공, 식사와 음주를 한 곳에서 할 수 있는 콘셉트로 이들을 공략했다.
또 모든 메뉴가 수작 요리인 만큼 오픈형 주방으로 고객들에게 요리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해 색다른 재미를 제공했다. 매일 오픈과 동시에 직원 서비스 교육, 카운터 관리, 주방 위생 상태와 화장실의 청결 상태를 점검하는 등 멀티플레이어로 쉴 틈이 없다는 박 씨는 “어린 나이에 취업이 아닌 창업을 선택했지만 오히려 다른 사람에게 얽매이지 않고 내 능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어서 좋다”며 미소를 머금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