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시청 단풍미인씨름단 김시영 감독…취임 10개월 만에 민속씨름리그 전국 정상 차지
정읍시청 단풍미인씨름단 김시영 감독
정읍시청 단풍미인씨름단은 10월 20일 ‘2020 안산김홍도장사씨름대회’에서 창단 후 처음으로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지난 8월 15일 ‘위더스제약 2020 영월장사씨름대회’에서 단체전 준우승으로 깜짝 놀라게 한 지 3개월 만에 또다시 우승을 거머쥐며 국내 정상급으로 씨름단으로 도약한 것이다.
개인전에서도 비록 천하장사를 배출하지 못했지만 태백급 5품(황찬섭)을 비롯 금강급 4품(배경진)·6품(배경진), 한라급 3품(이승욱)·4품(김기환)·7품(정상호) 등 백두급을 제외한 나머지 3체급에서 무려 6명의 선수가 8강에 포진하는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며 천하장사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처럼 변방을 맴돌던 정읍시청 씨름단을 10개월 만에 전국 최강팀으로 만든 김 감독에게 씨름계가 찬사를 아끼지 않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더욱이 김 감독은 선임 과정에서 근거없는 비난과 시비로 크게 마음고생이 컸던 터라 이번 우승은 더욱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김 감독에게 이번 대회 우승 소감과 그간 선수들의 훈련과정, 시합 뒷이야기, 앞으로 계획과 각오 등을 들어봤다.
▲창단 이후 5년 만에 오랜 숙원을 풀었다. 더욱이 씨름계를 오래 떠나있다가 복귀해 감독으로 부임한 지 10개월 만에 정상을 차지한 것이어서 감회가 남다를 것 같다.
-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고맙다. 정읍시민들은 물론이고 물심양면으로 선수단을 지원해준 유진섭 시장님을 비롯해 정읍시청 공무원들의 뜨거운 응원과 성원에도 감사드린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통틀어 민속씨름대회에서 우승을 한 번도 못했던 터라 부담이 컸는데 예상보다 빨리 정상에 올라 다행스럽다.
체급별 장사도 중요하지만 단체전 우승은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우승을 통해 선수단 분위기를 새롭게 환기시킬 수 있었고 선수들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기 때문이다. 앞으로 단체전에서 정읍시청 단풍미인씨름단 시대를 걸어갈 자신이 있다. 개인전에서도 올해 안에 천하장사를 만들어 내겠다.
정읍시청 단풍미인씨름단이 ‘위더스제약 2020 안산 김홍도 장사씨름대회’에서 단체전 우승을 차지했다.
- 선수들이 강한 투지와 승부욕을 발휘한 것이 우승을 만든 원동력이다. 또 선수층이 두터워 대진 운영이 유리한 것도 강점이다. 4체급 가운데 2명인 백두급을 제외하고는 체급별로 3명씩의 선수를 보유하고 있어 상대의 선수 기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개인전에서 한라급 3품으로 선전했던 이승욱 선수가 부상으로 단체전에 출전할 수 없었지만 어깨 치료 후 복귀한 김기환을 과감하게 투입해 승기를 잡을 수 있었다. 황찬섭도 허리 부상으로 경기 운영이 어려웠으나 군대 제대 후 복귀한 김성하가 기대 이상의 선전을 펼쳤다.
▲지난 대회와 달리 이번 시합에서는 대진운도 좋았고 거의 완벽한 경기를 펼쳤다. 어떻게 경기를 운영했는가?
- 가장 큰 고비는 1차전 구미시청과의 경기였다. 단체전은 7명이 출전하며 8강까지는 개인 단판제 7전 4승제로 진행되는데 강력한 우승 후보였던 구미시청과 7차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4대 3으로 어렵게 승리했다. 경기 초반 태백급 2명이 모두 패배하고 백두급까지 내줬으나 금강과 한라급에서 4명 모두 승리해 경기를 어렵게 따냈다.
8강전과 4강전에서 문경시청과 태안군청이 잇따라 기권해 결승에 직행, 제주특별자치도청을 누른 영월군청을 만났다. 영월군청팀은 이준호와 임진원 등 스타급 선수들이 포진한 강팀이다. 태백급의 김성하가 손명진을 만나 2대 1로 승리하며 순조롭게 경기를 시작했고 배경진과 김기환, 김병찬 등이 내리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전에 대진표를 분석해 출전 선수별로 장단점을 파악해 대응 전략을 세운 것이 주효했다. 황찬섭과 이승욱 등 주전 선수들이 부상을 당했지만 오히려 선수들이 분발하는 계기가 됐고 김기환과 김성하 등이 선전을 펼쳐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낸 것이다. 7차전을 3판 2승제로 진행하는 결승에서 김성하만 2대 1로 승리했을 뿐 나머지 3명은 모두 2대 0, 퍼팩트한 경기를 펼쳤다.
▲씨름단을 맡은 지 10개월 밖에 지나지 않았다. 앞으로 단풍미인씨름단을 어떤 팀으로 만들고 싶나?
- 대부분의 팀들은 성적 지향적인 씨름단을 운영해 특정 스타선수에 집중하는 경향이 많다. 이는 실업팀의 입지와 문호를 좁게 만들어 씨름의 균형있는 발전을 어렵게 만든다. 체급별로 선수들을 고루 채용해야 훈련 성과도 좋고 팀 수준도 향상시킬 수 있으며 씨름을 발전시킬 수 있다.
기본에 충실한 팀을 만들고 싶다. 선수들이 우수한 실력과 강한 승부욕도 중요하지만 인성을 갖춘 바른 선수가 될 수 있도록 가르치겠다. 매주 수요일마다 팀 산행을 통해 선수들이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며 함께 어려움을 나누는 계기를 만들어 주고 있다.
▲앞으로의 구체적인 목표와 계획을 소개해달라.
- 우선은 오는 12월 정읍에서 개최되는 정읍 민속씨름 천하장사 대축전을 성공적으로 치르고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다. 안방에서 치러지는 대회인 만큼 단체전은 물론이고 체급별 천하장사를 배출할 수 있도록 준비와 훈련에 만전을 기하겠다. 올해 열리는 민속씨름 5차 대회까지 꾸준하게 출전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
장기적으로는 초중고 씨름선수단을 지원해 씨름 인프라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저변을 확대하는 것이다. 지역에 초등학교와 중학교 팀은 창단됐는데 아직 고교팀이 없어 선수 연계와 우수선수 발굴에 어려움이 크다. 단풍미인씨름단 선수들과 함께 후배 선수들을 지원해 정읍 씨름 부흥을 적극 돕겠다.
▲정읍시민들을 비롯 전북도민들과 씨름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 코로나19로 모두가 힘든 상황에서 다소나마 위안과 기쁨을 안겨드린 것 같아 좋다. 씨름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드린다. 더 많은 분들이 씨름을 좋아하고 씨름장을 찾을 수 있도록 멋진 경기를 펼치는 팀이 되겠다.
씨름은 직접 관람하면 가장 재미있는 종목이다. 현장에서 박진감 넘치는 씨름 경기를 관람해보면 씨름의 매력에 푹 빠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제 2의 씨름 전성기를 만들기 위해 더 재미있고 멋진 경기를 펼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이흥구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