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올림픽 공동개최 위해 스포츠 교류 준비해야…대통령 직속 국가체육위 세워 정책 실행 필요”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 사진=김재환 기자
[일요신문]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은 14, 15,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낸 거물급 정치인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축구선수였던 장 총장은 제49대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제34대 대한배구협회 회장을 맡는 등 체육계에 남다른 인연을 갖고 있다. 국회의원 축구연맹 회장 시절에는 한일 의원 축구 경기를 성사시키기도 했다. 그런 그가 내년 1월 예정된 41대 대한체육회장 선거출마를 선언했다. 일요신문이 장 명예총장을 만났다.
―체육계와는 어떠한 인연을 맺어 왔나.
“중고등학교 때 축구선수였다. 국회의원 할 때까지도 체육계를 떠난 일이 없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체육계하고 일체감이 있어 왔다. 대한체육회의 최근의 모습이 꿈과 희망을 잃은 집단이 되어가는 것을 봤다. 최숙현 씨 사건을 보면서 대단히 절망감을 느꼈다. 그래서 ‘내가 해야 할 사명이 있구나’ 이런 결심을 하게 됐다.”
―대한체육회 회장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국민들 눈에는 지금 대한체육회가 산소 호흡기를 끼워도 회생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대한체육회는 적어도 국민에게 활력을 넣어주는 집단이 되어야 한다. 비전과 꿈을 잃어버리고 체육인도 불행하고 국민들도 희망이 없는 상태를 보고 제가 앞장서서 심부름할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해 결심하게 됐다. 거기에는 최숙현 씨 사건 같은 것이 계기가 됐다.”
―문체부의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 관련 정관 변경 허가에 대한 입장은?
“대한체육회가 회장 선거를 앞두고 자신들에게 유리한 정관 개정을 해달라 제기한 것은 염치없는 일이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지금 대한체육회장이 IOC위원을 겸하고 있는데, 정부가 스스로 IOC위원직을 박탈되게 방치해버렸다는 부담이 있을 수밖에 없고, 또 그러한 점을 해소해줘야 할 책무가 있기 때문에 정관 개정이 염치가 없고 뻔뻔한 측면이 있더라도 정부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대한올림픽위원회(KOC)-대한체육회에 분리에 대한 입장은?
“대한체육회와 문체부가 이 문제를 가지고 서로 다른 주장을 하고 있다. 그 배경들을 추적해 봤다. 지난해 문체부는 체육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했다. 그때 혁신위원회에서 누차 대한체육회에 이 문제에 대한 의견을 내달라, 참여해서 발언을 해달라, 자신들의 의견을 주장해달라는 등의 요구를 거듭 했다. 그런데 대한체육회가 참여도 안 하고, 의견도 안 내놓고, 그냥 방치했다는 기록들이 남아있다. 대한체육회가 직무유기한 부분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정직하게 사과해야 한다. 그런 후 이 문제가 옳은가, 그른가 하는 논쟁을 얼마든지 제기할 수 있다고 본다. 사실 KOC는 IOC의 한국 올림픽 분야 행정업무를 담당한다. 대한체육회와 붙어 있다 보니까 ‘혹’이 되어서 IOC로부터 언제든지 정부가 공격을 받을 수 있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그 혹을 떼어내는 것이 대한체육회 발전에 더욱 유리하겠다는 판단을 정부에서 한 것인데 그것이 그르다고 한다면 거기에 대한 적극적인 의견 개진을 왜 안했는가, 회피했는가, 이런 점들이 퍽 궁금한 대목이다. 대한체육회 일각에서 전국 체육관계자들에게 KOC 분리 문제에 관해 전문체육과 생활체육이 3년 전에 통합했는데 이것을 다시 분리하는 것으고 오도한 부분이 있다. 전국의 많은 체육인들들이 얼마 전에 통합한 단체가 자리 잡는 일이 중요한데 다시 왜 분리하느냐고 오해를 하고 있다. 그래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정리를 해주어야 한다. KOC 분리 문제는 IOC와 관련된 체육행정 파트만 분리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마치 국가대표 선수촌을 KOC에 넘겨줌으로써 대한체육회의 기능이 약화되는 것처럼 오해하게 만드는 것은 기만이고 사기극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것을 명확하게 설명해 모든 체육인들이 제대로 이해하게 된다면 우리나라 체육 발전에 ‘혹’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정리하려는 취지로 이해할 수 있다고 본다.”
장영달 우석대 명예총장. 사진=김재환 기자.
―2032년 올림픽 남북 공동개최 등의 입장은?
“스포츠는 남북 화해협력의 가장 좋은 수단이다. 그래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에게도 장관이 되자마자 이야기를 했다. 앞으로 남북관계의 문이 열릴 가능성에 대비해 스포츠 교류를 몇몇 종목만 간헐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남북의 지방자치단체들이 서로 교류하면서 준비하고, 대한체육회도 남북체육교류협력위원회를 통해 넓게 준비해 나가면 남북 화해협력에 스포츠가 엄청난 기여를 할 것이라고 자문했다. 대한체육회가 정부와 물 흐르듯이 소통이 돼야 공동준비가 가능하다. 지금처럼 대한체육회가 정부하고 대화도 않고 문을 꽉 닫아놓고 있으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다.”
―대한체육회장에 당선된다면 어떤 분야에 중점을 둘 것인가.
“대한체육회는 비전과 희망을 국민들에게 보여줘야 한다. 지금은 사망 직전에 처해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들에게 대한체육회는 성폭행, 폭력, 온갖 부정, 무능, 부패 등을 보여왔다. 대한체육회가 1년에 4000억 원을 쓴다고 하는데 ‘왜 필요한 존재인가’에 대해서 절망적인 상태에 와 있다. 그래서 비전과 희망을 제시해야 되는데 지금 상태로는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진단이 나와 있다. 그 비전과 희망을 몽양 체육 철학에서 터득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몽양 여운형 선생은 독립운동을 할 때 체육을 권장해서 청년들의 건강을 증진시켰다. 청년들이 건강해야 독립운동도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 시대에는 몸을 잘 드러내지 않는 풍조임에도 웃통을 활짝 벗고 사진 찍은 게 지금도 남아있다. 몽양 여운형 선생은 조선체육회를 설립하고 초대 회장이 됐다. 그리고 초대 축구협회 회장, 초대 야구협회 회장, 초대 육상연맹 회장 등 지금 대한체육회의 초석을 놓는 역할을 했던 독립운동이자 정치인이었다. 그분은 체육이야말로 국가경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이러한 인식 하에 적어도 대통령 직속 기관에서 정책 결정이 돼야 가장 힘하게 정책을 실행될 수 있다. 몽양 여운형 선생의 체육 철학으로 우리가 돌아간다면 우리나라 체육은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체육위원회가 서고 거기서 생활체육, 전문체육 등 정책들이 확실하게 정립이 돼야 한다. 지금처럼 문체부 1개 국이 담당하는 시스템을 가지고는 본래의 체육의 의미를 살릴 수 없다. 제가 대한체육회장이 된다면 몽양 여운형 선생의 체육철학을 다시 살려내겠다.”
김장수 경인본부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