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르노삼성·기아차 노사협상 답보…“코로나19 직격탄 속 전면파업 가능성은 낮아”
인천광역시 부평구 한국지엠 부평공장 전경. 사진=일요신문DB
#연쇄 파업 분위기 고조
지난 10월 28일 한국GM 협력업체 모임인 협신회는 파업을 검토하고 있는 한국GM 노동조합에 대해 우려를 표하며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 타결을 촉구했다. 전날 한국GM 노사가 20차 임단협 협상에서도 결론을 내지 못한 데 따른 조치다. 협신회는 코로나19로 위기를 겪는 상황에서 파업으로 생산이 중단되면 추가적인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10월 26일 한국GM은 “노조가 파업하게 된다면 올해 목표 손익분기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협조해줄 것을 촉구한다”고 입장문을 냈다. 특히 18차 임단협에서 특별 격려금과 성과급 등 임금에 대한 추가 계획을 냈음에도 노조가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 23일부터 전국금속노조 한국GM지부는 특근과 잔업을 거부하며 투쟁에 나섰다. 사실상 부분파업인 셈이다. 노조 집행부 간부들은 부평·창원 공장 등에 천막을 설치하고 철야 농성에 돌입했다. 특히 사측의 태도에 변화가 없다면 투쟁 수위를 높여 나가겠다며 전면파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9월 24일 노조는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 조정회의에서 조정중지 결정을 받아 합법적인 쟁의권도 확보했다.
이번 노사 갈등의 주요한 배경으로 부평2공장의 생산 물량 배정이 꼽힌다. 부평2공장에서 생산되는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트랙스와 중형 세단 말리부는 2022년 7월 이후 물량이 배정되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는 생산 물량이 없어지면 공장 폐쇄 및 대규모 구조조정이 진행될 수 있다며 생산 계획을 요구하고 있다. 군산공장 폐쇄가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측은 부평2공장의 신차 배정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국GM을 시작으로 국내 완성차 업계의 연쇄 파업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기아차 노조는 중노위에 쟁의조정을 신청하며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향후 중노위가 노사 간 의견 차이를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고, 조합원 투표에서 찬성률이 50% 넘으면 합법적인 쟁의권을 확보하게 된다. 지난 10월 22일 기아차 노사가 9차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별다른 진척이 없는 상태다.
르노삼성 노조도 파업 시기를 저울질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지난 10월 16일 쟁의권을 획득한 르노삼성 노조는 6차 실무협상까지 마쳤으나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현재 본협상도 시작 못했다. 노조 집행부를 새롭게 뽑는 선거 때문이다. 11월 초 노조 집행부 선거 이후 협상과 파업이 모두 논의될 예정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본협상에 들어가지 않은 상황에서 노조 집행부 선거가 진행되고 있다. 현 단계에서 상황을 예상해서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본협상 이후 사측의 공식적인 입장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2018년 2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 조합원들이 결의대회를 열고 ‘군산공장 폐쇄 철회’와 ‘구조조정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코로나19 직격탄 속에서…
완성차 업계는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한국GM은 “코로나19로 누적 생산 손실 6만 대가 발생했다. 전면파업이 현실화된다면 생산 차질 규모가 하루 1700대 이상”이라며 “국내 부품 협력업체에도 위기가 가중돼 국내 자동차 산업의 침체로 확대될 것”이라고 호소했다. 실제 한국GM의 생산량 감소로 인해 부품업체의 납품액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GM 협신회에 따르면 지난해 납품액은 전년보다 7.9% 감소했다. 2015년과 비교하면 35.1% 줄었다.
한국GM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적자 규모가 총 4조 4084억 원에 달한다. 올해 한국GM은 본사로부터 배정받은 글로벌 신차 ‘트레일블레이저’로 실적을 회복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판매량에 타격을 받았다. 1~9월 누적 판매량과 생산량이 26만 896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감소했다. 하반기 들어서며 수출과 생산량이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는 가운데 노조 파업이 변수가 될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르노삼성과 기아차도 낙관할 수 없는 처지다. 르노삼성은 내수 시장에서 올 3분기까지 누적 판매 7만 3581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8% 성장했다. 하지만 수출은 지난해 동기 대비 74.2% 감소했다. 올 3월 닛산 로그 위탁생산이 중단됐기 때문이다. 유럽 수출 대체 차량으로 XM3를 배정받았으나 로그와 비교하면 물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코로나19가 재확산하는 유럽에 수출을 늘리기도 쉽지 않다.
기아차는 세타2엔진 결함에 대한 충당금으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은 1953억 원을 기록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33% 급감한 수치다. 세타2엔진 등에서 발생한 품질비용으로 1조 131억 원을 반영한 결과다. 노조는 이와 관련 이사회 사퇴와 정의선 회장의 사재 출연 등을 요구하고 있다.
‘강 대 강’ 전선이 이어지면서 해를 넘겨 협상이 진행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로 업계가 위기에 처한 것을 노조도 알고 있는 만큼 전면파업에 들어갈 가능성은 낮다”며 “다만 소통과 양보를 통해 연말까지 최대한 임단협을 마무리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