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혁순 대행 “남춘이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 최선 다하려했다”
서울 벤치에는 김남춘의 유니폼이 놓여 있었다. 사진=강동희 기자 제공
경기장 안의 분위기도 무거웠다. 동료를 잃은 서울 선수들은 무거운 표정으로 워밍업에 임했다. 손뼉을 치며 선수들을 독려하던 김진규 코치는 눈물인지 땀인지 모를 무언가를 연신 손으로 쓸어내렸다.
갖가지 응원 걸개가 걸려있던 북측 관중석에는 이날만큼은 추모 걸개만이 걸렸다. ‘명복을 빈다’, ‘FOREVER 남춘’ 등 그를 향한 메시지가 이어졌다.
선수들이 입장하기 전 빈 벤치에는 김남춘의 유니폼이 걸렸다. 코치진이 앉는 맨 좌측에 홈, 원정 유니폼이 각각 놓였고 선수들이 앉는 맨 우측에도 홈 유니폼 한 장이 자리했다.
선수들도 동료를 위한 추모에 나섰다. 서울 선수들의 왼팔에는 검은 띠가 둘러졌고 인천 선수들의 오른팔에는 검은 리본이 달렸다. 서울 주장 박주영의 팔에 감긴 주장 완장조차 검은색이었다. 양 팀 선수들은 입장 직후 짧게나마 김남춘을 위한 묵념을 했다. 중계방송 화면에는 오스마르가 눈물을 훔치는 모습이 담기기도 했다.
육성 응원을 자제한 탓일 수 있지만 다소 엄숙한 분위기 속에서 경기가 시작됐다. 경기 초반 특이 할만한 것이 없는 상황 속에서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등번호 4번을 달던 김남춘을 기리는 의식을 전반 4분에 치른 것이다. 특히 북쪽 스탠드에 자리를 잡은 대다수의 팬은 자리에서 일어나 박수를 보냈다. 전광판에는 김남춘의 생전 모습이 펼쳐졌다.
엄숙한 분위기에서 시작된 경기, 서울로선 이미 1부리그 잔류를 확정 지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동료와 이별하는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내려 애쓰는 듯 보였다. 전반전 인천에 선제골을 내줬음에도 후반 마지막까지 만회 골을 위해 뛰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 한 편에는 김남춘 추모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기도 했다. 사진=김상래 기자
경기 종료에 가까워지며 운동장 분위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끝까지 경기를 뒤집으려는 서울과 지키려는 인천이 의욕적으로 나섰다. 양한빈 골키퍼가 공격에 가담하는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과격한 반칙이 나오기도 하면서 선수들이 감정적으로 격해지기도 했다.
경기 이후에는 눈물바다가 이어졌다. 시즌 최종전, 경기장을 찾은 팬들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기 위해 서울 선수들은 센터 서클에 둥글게 모였다. 관중들을 향해 인사를 전했고 관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이어 팬들은 김남춘을 연이어 외쳤다. 세상을 떠난 동료의 이름이 울려 퍼지자 서울 선수들은 흐르는 눈물을 참지 못했다. 다수의 선수들이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훔쳐냈다. 마지막에 경기장을 떠나는 박주영 역시 유니폼으로 눈물을 닦았다.
경기가 종료된 이후 관중들은 김남춘의 이름을 목놓아 외쳤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경기 후 기자회견에 나선 이들도 김남춘의 명복을 다시 한번 빌었다. 조성환 인천 감독, 박혁순 서울 감독대행 모두 “명복을 빈다”는 말을 전했다.
경기 종료 휘슬이 불리는 순간까지 마치 결승전처럼 뛰던 서울 선수들의 사연도 전해졌다. 박 감독대행은 “갑작스러운 소식에 저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좋지 못한 상황이었다”면서 “리드를 내준 이후 하프타임에 선수들에게 ‘남춘이를 위해 힘들지만 끝까지 최선 다하는 모습 보여주자. 좋은 곳으로 박수받으면서 갈 수 있게 최선 다하자’고 이야기했다. 선수들이 그런 모습 보여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수훈 선수로 꼽힌 인천 미드필더 김도혁도 허망한 마음을 전했다. 그는 “어제 동료의 비보를 전해 듣고 심란하고 먹먹해졌다. 오늘 저녁 동료들과 함께 남춘이 형(장례식장)을 찾아갈 생각이다”라고 말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