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 적합도’ 박영선·박주민 우세…심상정·김진애 출마 땐 표 분산 우려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제1차 중앙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민주당은 10월 31일~11월 1일 이틀간에 걸쳐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공천 및 당헌 개정 여부를 결정하는 전당원 투표를 실시했다. 권리당원 80만 3959명 가운데 26.35%인 21만 1804명이 참여했다. 이 중 86.64%가 공천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큰 산은 넘었다. 민주당은 전직 시장들의 성추문으로 공석이 된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 공천 여부를 두고 자중지란에 빠졌었다. 민주당 당헌·당규에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의 부정부패 등 중대한 잘못으로 재보궐 선거를 실시할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를 내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 조항은 문재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였던 지난 2015년 당 혁신위원회가 만든 것이다.
민주당이 당헌을 바꿔 공천하기로 하자 비판이 쏟아졌다.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원칙을 스스로 깼다는 내부 비토부터 정족수 미달 투표로 원칙을 훼손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주당 당규엔 ‘전당원 투표는 투표권자 총수의 3분의 1 이상의 투표와 유효투표 총수 과반수의 찬성으로 확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헌까지 바꿔가며 민주당이 공천을 밀어붙인 것은 내년 재보선이 대선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자칫 선거에서 패할 경우 그 정치적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이는 그만큼 민주당이 총력전에 나설 것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2016년 3월 김종인 당시 더불어민주당 비대위원장이 금태섭 당시 서울 강서갑 후보에게 공천장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현재 민주당에선 박영선 추미애 장관, 우상호 박주민 의원 등이 서울시장 후보군으로 오르내린다. 김영주 정청래 의원 역시 서울시장에 관심을 보인 바 있다고 알려졌다. 원외에서는 전현희 국민권익위원장도 물망에 오른다.
아시아경제가 여론조사기관 윈지코리아컨설팅에 의뢰해 11월 1일부터 2일까지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후보 적합도에서 민주당 후보로는 박영선 장관이 13.6%로 1위를 차지했다. 박주민 의원이 10.3%로 그 뒤를 이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7.7%)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6.6%) 우상호 의원(4.5%) 순이었다. ‘잘 모름/무응답’은 48.8%에 달했다(자세한 사항은 윈지고리아컨설팅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한 정치 원로는 “이번 여론 조사의 핵심은 여권 후보 적합도에서 ‘모름과 무응답’ 답변이 48.8%로 나타나 과반에 육박했다는 데에 있다. 민주당이 당 차원에서는 국민의힘에 비해 좋은 숫자를 보였지만 실상 언제든 다른 곳으로 갈 수 있다는 서울시민의 마음을 잘 대변했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당선 희망 정당 조사에선 민주당이 37.9%로 국민의힘(34.5%)를 앞섰다. 하지만 서울시장 후보 공천에 대해 ‘공천하면 안 된다’는 답이 44.6%로 ‘공천해야 한다’는 응답 39.3%를 크게 앞섰다. 민주당이 공천 여부를 당원 투표로 결정하겠다고 천명한 다음 실시한 여론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면 표심이 정확하게 반영된 것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주당과 지지층이 겹치는 범여권성향 정당들이 후보를 낼지도 관전포인트다. 정계에서는 열린민주당이 김진애 의원을 서울시장 선거에 입후보할 거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심상정 정의당 의원 출마설도 끊이지 않는다. 이들이 후보로 출마해 표가 분산될 경우 민주당은 어려운 싸움을 할 수밖에 없다.
거기에 금태섭 전 의원 행보도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정치권에 따르면 금 전 의원은 11월 18일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인 ‘명불허전 보수다’에 강연자로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탈당 후 첫 여의도 행보가 ‘제1야당’ 연단인 셈이다.
단순히 강연자로 참석하는 걸로 비춰지지 않는다. 금태섭 전 의원과 국민의힘이 물밑에서 이미 접촉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금 전 의원과 만난 한 국민의힘 인사는 금 전 의원과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두 차례 정도 만난 바 있고 서울시장 출마 관심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은 아니었다고 귀띔했다.
금 전 의원은 10월 21일 민주당을 탈당하며 “민주당은 예전의 유연함과 겸손함, 소통의 문화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변했다”는 글을 남긴 바 있다. 친문 지지자들로부턴 공격을 받았지만 중도층에선 동정론이 우세하다는 평가다. 따라서 금 의원의 출마 여부는 민주당의 최대 고민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편, 앞선 여론조사에서 범야권 보수 후보 적합도에서는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17.6%,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15.9%,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8.4%,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6.5%, 조은희 서초구청장이 6.2%,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가 5.1%를 받았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