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기사 댓글창 사라지자 SNS에 도 넘은 악플테러…“싹 다 고소하자” 악플러 비난하는 댓글 이어져
박지선은 평소 피부병 때문에 힘들어 했는데 최근 다른 질환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피부병이 악화돼 더욱 힘들어했다고 한다. 2019년 가을 설리와 구하라가 연이어 세상을 떠나고 1년여 만에 들려온 비보다. 구하라와 설리가 세상을 떠난 뒤 대형 포털 사이트 연예뉴스에선 댓글 기능이 사라졌다. 악플을 원천적으로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
박지선은 악플보다는 오랜 기간 앓아온 질병이 결정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악플을 주목해야 한다는 연예관계자들이 많다. 박지선 역시 평소 악플로 힘들어 했고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에도 형태만 달라졌을 뿐 악플은 계속되고 있다.
많은 사랑을 받았던 개그우먼 박지선이 모친과 함께 11월 2일 오후 사망한 채 발견됐다. 인기 드라마 ‘슬기로운 의사생활’ 제작발표회 MC를 보는 등 활발하게 활동하던 고인은 질환 치료를 위해 휴식 중이었다. 사진=tvN 제공
박지선이 세상을 떠났다는 비보가 알려지면서 박지선 부친에게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고인의 부친은 부인과 딸이 모두 연락되지 않자 경찰에 신고를 한 뒤 급히 딸집으로 가서 경찰과 함께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그 충격과 상실감은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뛰어 넘었을 것이다.
온라인에선 과거 고인의 부친이 악플성 글에 직접 남긴 장문의 글이 화제가 되고 있다. 고인이 KBS 22기 공채 개그맨이 된 2007년 네이버 지식인 코너에 박지선 관련 글이 하나 올라왔다. ‘박지선이 진짜 여자예요? 다들 여자라는데 저는 남자 같아요’라는 글이었다. 연예인의 외모를 비하한 ‘악플’이다. 이에 고인의 부친으로 추정되는 네티즌이 “박지선 朴智宣 1984년 음 11월 3일 저녁 7시 5분 부평XX병원 에서 3.1kg의 건강한 아기로 자연분만으로 태어났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초중고 시절의 성장 과정을 상세히 설명하는 내용으로 시작한 글은 고려대학교에 진학한 뒤 개그맨의 기질을 발휘하기 시작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 임용고시를 준비하다 KBS 공채 개그맨 모집광고를 보고 친구들의 권유로 지원해 단번에 합격해 ‘학력도 좋은 개그맨’이라는 칭호를 얻게 된 과정도 설명했다.
박지선이 방송에서 화장을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고교시절 여드름 치료 과정에서 문제가 생겨 학교를 휴학해야 할 만큼 힘들었다며 당시를 상세히 기록했다. 후반부에 “사실 박지선은 실제로 보면 못나지 않았다. 화장한 사람들과 비교돼 방송되다 보니 그렇게 보일 뿐이다. 그래서 박지선을 실제로 본 사람들은 첫마디가 모두 ‘어머 예쁘시네요’다. 분장을 그렇게 하는 게 아니라 못하기 때문에 그렇게 나오는 거다”라는 대목이 특히 눈길을 끈다.
결국 여기서 언급된 피부병이 고인을 오랜 기간 힘들게 만들었다는 것인데 앞서의 글처럼 이를 두고 악플을 다는 이들이 많았다. 부친이 직접 장문의 글을 남겨야 했을 정도다. 부친은 마지막으로 “그렇게 아픔을 겪고도 좋은 대학교를 갔던 것처럼 어떤 역경이 닥쳐온다고 해도 박지선은 헤쳐나가리라 본다”며 딸의 건강과 발전을 기원했고 이후 10년 넘게 박지선은 많은 사랑을 받으며 연예계 활동을 했다.
고인의 동료 개그맨 박성광이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 박성광의 인스타그램에 ‘지선언니 맘 좀 받아주지. 결혼 소식에 우울해져서 자살했나봐요’ 등의 악플이 달린 것. 사진=박성광 인스타그램 캡처
더욱 안타까운 부분은 고인이 세상을 떠난 뒤 엉뚱하게 동료 개그맨 박성광이 악플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박성광의 인스타그램에 ‘지선 언니 맘 좀 받아주지. 결혼 소식에 우울해져서 자살했나봐요’ 등의 악플이 달린 것. 이에 ‘여기서 이러는 걸 박지선 씨가 원할 거라 생각하냐?’ ‘지선 누나 관련된 악플은 싹 고소하자. 형마저 악플로 피해보는 건 옳지 않다고 본다’ 등 악플러를 비난하는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박성광에 대한 악플이지만 고인이 된 박지선에 대한 악플이기도 하다. 연예인에 대한 악플도 당연히 사법 처벌 대상이며 고인에 대한 악플은 사자명예훼손에 해당돼 훨씬 처벌 수위가 높다.
대형 포털사이트 연예뉴스에서 댓글 기능이 사라지면서 악플의 절대적인 수는 크게 줄어들었다. 누구나 일상적으로 접하며 아무렇지 않게 악플을 달던 공간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악플이 아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박성광에 대한 악플의 경우처럼 요즘에는 아예 해당 연예인의 SNS를 찾아가 악플을 다는 이들이 늘고 있다. 포털사이트 연예뉴스는 본인이 가급적 접속을 하지 않고 기사를 보게 될지라도 본문만 보고 댓글은 보지 않는 방법 등으로 악플을 피할 수 있다. 그렇지만 개인 SNS 계정에 달리는 악플까지 피하기는 힘들다. 대부분의 연예인은 자신의 SNS를 직접 관리하기 때문이다.
2019년 세상을 떠난 설리와 구하라 역시 인스타그램 등 자신의 SNS 계정에 달리는 악플 때문에 힘겨워했다고 전해진다. 9월에 방송된 MBC ‘다큐플렉스’ ‘설리가 왜 불편하셨나요?’ 편이 방송된 뒤에는 최자에게 악플이 쏟아졌다. 당시에도 악플은 대부분 최자의 인스타그램 게시글 댓글창에 달렸다. 이로 인해 최자는 댓글창을 폐쇄했다. 포털사이트 연예기사 댓글이 사라진 뒤 급감한 악플이 인스타그램 등 SNS 댓글창에서 다시 급증하는 추세라 이 부분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절실해 보인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