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불륜·출생비밀 ‘막장’ 요소 한가득…‘김순옥표 복수극’ 또 다시 화제 중심에
이런 구도는 가끔 등장하는 대박 드라마를 통해 깨진다. 10월 26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월화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첫 회에서 전국 가구 기준 9.2%, 27일 방영된 2회에서 10.1%로 두 자릿수 시청률을 기록했다. 수도권 가구 시청률은 11.6%였고, 순간 최고 시청률은 12.2%까지 찍었다(닐슨코리아 기준). 방송관계자들은 회를 거듭하며 훨씬 더 시청률이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2회까지 심수련의 캐릭터는 ‘재벌가에서 태어나 가족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곱게 자라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성품이 온화하다’의 1차원적인 모습이다. 향후 심수련 역할의 이지아가 서서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면 이야기 구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캡처
아무래도 드라마는 작가가 중심이다. ‘복수극’과 ‘막장극’으로 유명한 김순옥 작가가 집필을 맡았고 전작 ‘황후의 품격’에서 호흡을 맞춘 주동민 PD가 연출을 맡았다. 출연진도 화려하다. 이지아, 김소연, 유진으로 이어지는 세 명의 공동 여주인공을 필두로 엄기준, 봉태규, 윤종훈 등이 출연한다. ‘황후의 품격’을 함께한 신은경이 강렬한 조연으로 합류했고 김현수 진지희 조수민 한지현 최예빈 이태빈 등 탄탄한 신예 군단이 가세했다.
기본적인 틀은 국내 최고급 주상복합아파트 헤라팰리스를 중심으로 거기 사는 최상위 부유층의 이야기를 입시 중심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다. 이런 까닭에 혹자는 ‘스카이캐슬 성악편’이라고 부른다. 대한민국 0.1%가 사는 스카이캐슬을 중심으로 대입을 다룬 드라마와 닮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최상위 부유층의 세계를 입시 문제와 함께 풀어내며 거기에 얽히고설킨 욕망을 다뤘다는 부분은 분명 비슷하다. 그렇지만 2회까지의 초반부 흐름만 놓고 보면 ‘펜트하우스’가 훨씬 더 자극적이다.
주단태(엄기준 분)와 천서진(김소연 분)의 불륜이 부각될 경우 ‘펜트하우스’는 ‘스카이캐슬’에 이어 ‘부부의 세계’까지 더해지게 된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캡처
첫 회부터 주단태(엄기준 분)와 천서진(김소연 분)의 불륜 코드가 강렬하게 등장하고 오윤희(유진 분)가 천서진과 강하게 대립하는 장면, 다시 오윤희가 강마리(신은경 분)와 대립하는 장면이 이어졌다. 이렇게 주요 등장인물들이 첫 회부터 강하게 자신의 캐릭터를 드러내는 동안 심수련(이지아 분)만 다소 조용하다. 드라마 홈페이지 등장인물 소개에서 가장 먼저 나오는 이가 심수련인 만큼 결국 그가 이야기의 중심일 가능성이 높아 향후 심수련의 캐릭터 변보가 주된 이야기의 흐름이 될 전망이다.
주단태와 천서진의 불륜, 오윤희의 천서진, 강마리와의 연이은 강한 대립 등 첫 회부터 임팩트가 넘쳐났지만 심수련을 중심으로 한 진짜 이야기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을 수 있다. 2회에서는 주단태가 쌍둥이 자녀인 주석훈(김영대 분) 주석경(한지현 분)을 상습적으로 구타해 왔으나 심수련만 모르고 있었다는 설정, 심수련이 쌍둥이의 친엄마가 아니라는 설정 등이 등장했다.
드라마 홈페이지에서 ‘비밀을 품은 사람들’ 코너에 소개돼 있는 민설아(조수민 분) 캐릭터도 눈길을 끈다. 보육원 출신으로 유기견 설탕이와 단둘이 억척스럽게 사는 소녀 역할인 민설아는 중학생 나이지만 뛰어난 성적을 바탕으로 재학증명서를 위조해 헤라팰리스 고액 수학 과외 선생이 된다. 그리고 2회에선 청아예고 입시에 지원해 수석에 오르는 대반전을 보여줬다.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선 민설아라는 캐릭터가 가장 자극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인 ‘출생의 비밀’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방송관계자들 사이에선 민설아(조수민 분)라는 캐릭터가 가장 자극적인 소재 가운데 하나인 ‘출생의 비밀’과 연관돼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사진=SBS ‘펜트하우스’ 방송 화면 캡처
드라마 초반부는 욕망과 불륜으로 점철된 헤라팰리스 사람들과 그들에게 괴롭힘 당하는 오윤희 배로나(김현수 분) 모녀와 민설아의 구도가 중심이다. 오윤희 배로나 모녀와 민설아가 헤라팰리스 사람들에게 맞서는 이러한 흐름이 김순옥 작가 고유의 복수극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 게다가 ‘펜트하우스’는 장르 자체가 서스펜스 복수극이다.
주단태와 천서진의 불륜, 주단태의 쌍둥이 자녀에 대한 가정폭력 등의 요소를 놓고 볼 때 복수극의 핵심 주체가 심수련일 가능성도 높다. 2회까지 심수련의 캐릭터는 ‘재벌가에서 태어나 가족들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으며 곱게 자라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성품이 온화한’으로 설명되는 1차원적인 모습이다. 향후 심수련 역할의 이지아가 서서히 입체적인 캐릭터를 선보이면서 이야기 구도가 크게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주단태와 천서진의 불륜이 부각될 경우 ‘펜트하우스’는 ‘스카이캐슬’에 이어 ‘부부의 세계’까지 더해지게 된다. 최근 몇 년 새 가장 크게 화제가 됐던 두 드라마의 흥행 요소가 ‘펜트하우스’에 모두 담기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복수’라는 김순옥 작가 고유의 색채까지 더해졌다.
욕망과 불륜, 복수, 빈부격차, 입시 등 자극적인 요소가 얼기설기 얽혀있고 여기에 출생의 비밀까지 아른거린다. 게다가 1회부터 엄청나게 빠른 전개와 거듭되는 강력한 임팩트로 시청자들을 사로잡고 있다. 시청률 보증수표인 ‘막장 드라마’의 기본 요소가 제대로 갖춰졌지만 아직 초반부라 막장으로 갈지 고품격으로 갈지는 미지수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