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달러 살포’ 강도 낮아질 듯…‘그린 뉴딜’ 부상, 무역 갈등 완화 관측
지난 11월 5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자랜드의 한 매장에 진열된 텔레비전 화면에 미국 대선 관련 뉴스가 방송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관심을 모았던 민주당이 백악관과 함께 상·하원을 모두 장악하는 ‘블루웨이브(Blue wave)’는 실현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고 하원 다수당을 유지한다면 미국의 주요 정책 기조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공화당이 상원 다수당을 지키며 견제하겠지만,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력화됐던 오바마 행정부의 정책들이 상당부분 부활할 전망이다.
야데니리서치 조사결과를 보면 1945년 이후 6번의 ‘블루웨이브’가 발생한 이후 1년간 S&P500지수는 평균 56%가량 올랐다. 공화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장악한 ‘레드웨이브’는 3번 발생했는데 평균 35% 상승했다. 백악관과 의회의 지배가 엇갈린 7번의 대선 이후에는 증시가 60% 올랐다. 통계가 정확하다면 내년에도 증시가 크게 오를 확률이 높은 만큼 바이든 시대의 주요한 투자환경 변화를 예측해본다.
#경기부양책 전환…위가 아닌 아래로부터
2009년 이후 미국은 금융시스템에 달러를 공급해 경기를 부양했다. 위기로 망가진 금융시스템을 복구하기 위해서였다. 시중이 풀린 돈이 실물경제보다는 자산시장으로 흘러갔다. 증시와 부동산 값은 올랐지만 소득은 크게 늘지 못한 채 양극화만 심화됐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실물경제에 직접 재정을 투입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임금인상,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연방준비제도가 달러를 더 찍어 공급하는 방식을 선호했다. 민주당 정부는 기업과 부자들에 대한 증세로 경기부양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연준도 최근 재정정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초저금리는 유지하면서 연준의 ‘달러 살포’ 강도는 약해질 수 있다.
#빅테크·나스닥 제동…친환경·그린 주목
2007년 아이폰 등장에 이은 2009년 양적완화로 모바일 혁명과 유동성 장세가 결합됐다. 페이스북, 아마존, 애플, 넷플릭스, 구글(알파벳) 등 이른바 ‘FAANG’의 시대와 나스닥 독주다. 코로나19로 중앙은행의 현금 살포가 재개되면서 올해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의 질주는 좀 더 이어졌다.
최근 빅테크에 대한 규제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규제책이 현실화되고 있고, 중국에서도 마윈 알리바바 회장에 대한 정부의 압박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민주당이 빅테크 규제에 적극적이다. 상원까지 장악하지 못했지만,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다면 함께 다양한 반독점 정책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빅테크의 ‘몰락’까지는 아니더라도 상당한 ‘수난’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한 파리기후협약 복귀를 공언해왔다. 2025년까지 2조 달러(약 2400조 원)를 ‘그린 뉴딜’에 투자해 코로나19 위기로부터 경제를 회복시키는 동력으로 삼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세부적으로 △전력부문 탄소배출 2035년 제로(0) △전기 충전소 5만 개 확충 △친환경 에너지 투자를 통한 일자리 창출 등이 있다. 160조 원 규모의 ‘한국판 뉴딜’에서 ‘그린 뉴딜’은 73조 4000억 원을 차지한다. 미국의 ‘그린 뉴딜’로 글로벌 생태계가 형성되면 수익성이 갖춰질 확률이 높아진다.
정권이 교체된다면, 트럼프 시대에 활발했던 셰일가스 개발 등 화석연료 관련 산업은 상대적 타격이 예상된다. 미국의 공급이 줄어도 중동과 러시아의 산유량이 충분해 국제유가는 상당기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자유무역·평화협상의 방향성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외정책은 미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한 ‘마찰’의 연속이었다. 동맹국인 유럽과도 반목했다.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다면, 미국의 이익은 추구하면서도 좀 더 협력적 관계를 선호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에 대한 견제는 계속될 수 있지만, 갈등의 수위는 지금보다 낮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과 정상회담까지 열었지만 성과를 얻지는 못했다. 북한의 핵 포기와 미국의 제재 해제가 팽팽히 맞섰기 때문이다. 민주당 정부는 전통적으로 북미 직접 대화를 추구해왔다. 오바마 대통령 때는 이란과의 핵 협상도 타결했다. 바이든 후보는 35년 상원 경력 대부분을 외교위원회와 법사위원회에서 활동한, 외교, 국방, 법률 분야 전문가다. 미·중 갈등 완화와 북미관계 개선은 모두 우리 경제에 나쁘지 않은 재료들이다. 세계 주요 전문가들도 바이든 행정부 정책이 신흥국에 유리할 것으로 분석한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