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실적 개선 자산 매각 영향 커…유통업 외 사업 부진 속 호텔 사업 확장 우려
강희석 이마트 대표에 대한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신임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강 대표는 지난 10월 임원인사를 통해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사진=신세계
#강희석 대표 선택과 집중, 정말 성공했을까
지난해 2분기 사상 첫 영업적자 이후 구원투수로 등판한 강희석 이마트 대표는 전문점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부츠, 삐에로쑈핑 등 수익성이 낮은 전문점을 정리하는 한편 노브랜드, 일렉트로마트 등 집객력을 갖춘 전문점은 확장한 것.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으로 이마트는 부진에서 탈출 중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 올해 3분기 실적에 대한 기대도 높다. 박종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3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5조 7597억 원, 영업이익 1242억 원으로 전 분기 부진을 만회할 전망”이라며 “할인점과 트레이더스, 전문점 등의 매출 호조와 SSG닷컴을 비롯한 연결 자회사의 영업실적 개선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으로의 상황을 낙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의 80%가량을 차지하는 유통업 부문은 순매출액 8조 8931억 원, 영업이익 525억 원을 기록했지만 호텔리조트업과 식료품업, 해외사업 부문에서 총 409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탓이다. 건설레저업과 IT서비스업 부문은 각각 83억 원, 1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으나 내부거래(내부거래조정 -205억 원)를 제외하면 남은 영업이익이 거의 없게 됐다.
더욱이 매출액 증가 원인이 영업이익 증가가 아닌 자산 매각의 영향이라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마트의 올해 상반기 기준 매출액(10조 3987억 원)은 전년 동기(9조 1663억 원)와 비교했을 때 1조 2324억 원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했다. 2019년 상반기 영업이익은 444억 원,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10억 원이다.
반면 지난해 상반기 290억 원이던 기타수익은 올해 상반기 6076억 원으로 약 20.9배 급증했다. 지난해 상반기 37억 원이던 유‧무형자산처분이익이 올해 상반기 5494억 원으로 증가한 영향이다. 이마트는 지난해 10월 이마트 할인점 13개, 9500억 원 규모의 토지와 건물을 매각하고 재임차해 운영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의 자산 유동화를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지난 3월에는 스타필드를 지을 예정이었던 서울 마곡지구 부지도 8100억 원에 매각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실적 개선에 성공한 강 대표에 정용진 부회장의 신임이 두터워지는 모습이다. 강 대표는 지난 10월 임원인사를 통해 SSG닷컴 대표를 겸직하게 됐다.
그랜드 조선 부산호텔 전경. 사진=신세계조선호텔 제공
#수익 개선하려 전문점 정리했는데 호텔은 왜…
현재 이마트 실적에 가장 발목을 잡는 사업부문은 호텔리조트부문이다. 이마트는 지분 99.88%를 보유한 신세계조선호텔을 통해 호텔리조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신세계조선호텔의 실적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018년 7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던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해 영업손실 124억 원으로 적자폭이 커졌다. 지난 상반기에는 380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이마트 호텔리조트부문에 339억 원의 적자를 안겼다.
이마트는 수익성 개선을 위해 전문점을 과감하게 정리한 것과 달리 호텔사업에서는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나가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3월 유상증자를 통해 신세계조선호텔에 998억 원을 투입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이를 모두 운영자금으로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관련기사 호텔 죽 쑤는데 또 호텔 오픈…정용진 공격행보, 어쩌려고?).
신세계조선호텔은 모회사의 지원을 등에 업고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다. 신세계조선호텔은 지난 10월 ‘그랜드조선부산’과 ‘포포인츠 바이쉐라톤 서울명동’을 개장했다. 12월에는 ‘그랜드조선제주’와 ‘그래비티 서울 판교’가 개장을 앞두고 있고, 내년 4월 ‘조선팰리스 서울 강남’ 오픈도 예정돼 있다.
당장 업계의 우려가 나온다. 한 호텔업계 관계자는 “최근 서울 시내 상급호텔 대부분이 어려움을 겪으며 다수 호텔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실시한 것은 물론, 일부는 오피스텔로 전환하거나 업종을 전환하는 상황”이라며 “내년 연말까지는 업황 악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롯데호텔, 신라호텔과 같이 이미 브랜드가 확고한 호텔들도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독자 브랜드 호텔을 선보이는 것은 리스크가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신세계조선호텔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로 업황이 좋지 않지만, 호텔산업의 특성상 단기 수익이나 성과를 위해 접근하기보다 장기 브랜딩을 위해 신규 사업장을 오픈하고 있다”며 “서울의 경우 외국인 비중이 높지만 부산과 제주 등은 내국인 비중이 커 내수 시장을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상급 호텔 브랜드 조선팰리스, 그래비티 등 새로운 독자 브랜드를 연이어 선보이는 점도 눈길을 끈다. 앞서 신세계조선호텔은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작으로 꼽혔던 첫 독자 브랜드 호텔 ‘레스케이프’를 선보였으나 오랜 시간 부진에 시달렸다. 앞서의 신세계 관계자는 “단순히 특급호텔 제공에서 벗어나 취향과 개성이 발달하는 트렌드에 맞춰 소비자 수요를 만족시키는 동시에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여다정 기자 yrosadj@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