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화력발전소 시공’ 군 추천 지역업체 자격미달 논란…불량품 생산 불구 되레 ‘원청사 압박’ 주장까지
SK건설이 고성군에 건설하는 화력발전소 전경.
[일요신문] 협력회사가 지자체의 뒷배를 믿고, 되려 원청에다 ‘을질’을 일삼아 논란이 일고 있다. SK건설이 고성하이화력발전소 건설현장을 시공하는 과정에서 고성군과 상생한다는 목적으로 지역업체에 일감을 줬다가 낭패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린파워 고성하이화력발전소는 총사업비 5조 2000억 원을 투입하는 국내 최대 민자발전(IPP)사업이다. 2016년 12월 국내 프로젝트파이낸싱(PF) 역사상 최대 규모인 총 4조 3400억 원을 성사시키며 관심을 모은 바 있다.
특히 해당 사업의 주 시공사인 SK건설은 원활한 사업진행과 지역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지역업체에 우선적으로 일감을 주기로 고성군과 협약까지 진행했다.
모든 건설사는 협력사를 등록할 경우 시공실적 및 자본금 등 여러 가지 사안을 두고 결정하는 것이 관례이나, 고성군에 속한 지역업체에게는 이러한 사내 규정을 적용하지 않고 일감을 줬다.
게다가 SK건설은 고성군과 인·허가 문제가 얽혀 있는 데 따라 군이 추천하는 업체에다 우선적으로 일감을 주려고 자격이 되지 않는 업체도 협력사로 등록시켰다.
고성군의 입장에서는 ‘일석이조’였다. 발전소로 인해 지역경제가 활성화될 전망인 데다 그에 앞서 지역 건설업체들에게 일감까지 생기는 셈인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게 화근이 됐다.
고성군을 통해 SK건설에 일감을 받고자 하는 지역업체를 자처한 건설업체는 줄을 이었다. 이후 문제가 속출했다. 자본력이 약하고 기술력이 취약한 한 지역업체는 설계도면을 보고도 불량품을 생산했다. 임금체불, 식대 미납, 소모성 자재 미결제, 기성금 과다청구 등 문제점의 양상도 다양했다. 한 업체가 원청인 SK건설에 ‘을질’을 일삼는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하이화력발전소 한 협력사 관계자는 “기술력이 있어도 지역업체가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받는 사례가 빈번하다. 특히 한 업체는 지역사회 경제관련 모임에 참여한다는 권한을 무기로 원청사를 압박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를 보다 못한 한국노동조합총연맹 한국건설기계산업노조는 최근 백두현 고성군수와 면담을 갖고 재발방지를 요구하는 등 대책을 의논하기에 이르렀다.
고성군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해 “지역경제를 위해 지역업체에게 일감을 줄 것을 요청했다가 난처한 입장에 놓인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SK건설 관계자는 “괜히 이 문제를 거론했다가 고성군과 인·허가와 관련한 잡음이 발생할까봐 조심하고 있다”며 “우리가 제일 걱정하는 것은 마을 주민들이 운영하는 식당, 철물점, 숙소 등이 공사 막바지에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정민규 부산/경남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