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사기 기록 등 문헌사적 신라시대 아막성(阿莫城) 실체 확인
남원 아막성에서 발견된 신라 대형 집수시설(제공=남원시청)
[남원=일요신문] 문헌사적으로 추정됐던 남원 봉화산 아막성이 산성의 대형 집수시설 발견으로 실체가 확인됐다.
17일 남원시는 전북도와 함께 개최한 남원 아막성 발굴조사에 대한 학술자문회의에 따르면 봉화산(919.6m) 남쪽 산줄기에 위치한 둘레 640m의 퇴뫼식 석축 산성으로 전북 동부지역 고대 산성 중 최대 규모인 아막성에서 집수지 1기와 도수로, 목주열 등의 잔존현황이 확인됐다.
아막성은 20여년 간 철산지인 운봉고원을 차지하기 위해 백제와 신라가 치열하게 각축을 벌였던 역사적 장소로서 ‘삼국사기’에 백제 무왕 3년(602년)과 무왕 17년(616년) 백제가 신라의 아막성 또는 모산성을 공격했다는 기사가 보인다.
이번 발굴조사를 통해 문헌사적으로 추정되었던 아막성 실체가 드러났다. 아막성의 집수지는 길이 9.5m, 너비 7.1m, 최대깊이 2.5m로 전북지역 최대급에 해당한다. 집수지 주변에는 외부 이물질이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폭 50cm 내외로 도수로가 축조돼 있다.
도수로 일대에는 집수시설을 보호하기 위해 설치된 구조물의 흔적으로 보이는 목주열 9기가 확인됐으며 집수시설의 내부에서 삼국~나말여초기의 다양한 유물이 나왔다. 유물 가운데 6세기 중반~7세기 전반경에 제작된 신라 토기는 아막성의 축조·운영 시기를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또 칠 원료가 담겨져 있는 그릇이 출토돼 국내 최고로 손꼽이는 남원칠기 문화의 전통과 역사성을 복원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자료로 평가됐다. 이 밖에 목제 유물과 동물 유체가 상당수 출토됐으며 목제 유물 가운데는 글씨가 새겨진 목간과 목검이 출토돼 주목을 끌었다.
곰과 말, 소, 자라 등 동물 유체들은 당시 군사들의 생활방식은 물론 식생 환경을 복원할 수 있는 중요한 자료로 평가됐다. 곰 유체는 신라 월성에서 출토된 예가 있는데 ‘삼국사기’에 신라인들이 곰의 가죽으로 장군 깃발을 만들었다는 기록을 뒷받침했다.
남원시는 집수시설 내부에서 확인된 목간에 적혀 있는 글자를 판독하기 위해 추가적으로 적외선 촬영 등을 시행하고 학계와 공동연구로 아막성 목간의 정확한 성격과 아막성의 절대연대를 파악할 계획이다.
남원시 관계자는 “이번 발굴조사는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아막성의 실체를 보여줄 수 있는 고고학적 증거”라며 “추가 발굴과 국가지정문화재 신청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신성용 호남본부 기자 ilyo66@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