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맛나는 안주가 술독을 비우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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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동전선생. |
결국 손을 들어버린 창업자들이 늘어나면서 부동산 중개업소에는 막걸리전문점 매물이 쏟아져 나왔다. 이렇듯 창업자들의 눈물을 쏙 빼놨던 막걸리 소비가 최근 급속히 늘어나면서 막걸리전문점이 다시금 창업시장의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막걸리전문점의 흥망성쇠를 지켜봐 온 창업자들의 반응은 조심스럽기만 하다. 막걸리 열풍에 시원하게 올라타는 비법이 어디 없을까.
서울 송파구에서 주점을 오랫동안 운영해 온 최 아무개 씨(46). 그는 막걸리전문점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보고 2008년 4월 업종 변경을 결정, 간판과 인테리어를 바꾸고 메뉴도 새롭게 구성했다. 리모델링 후 손님들의 반응은 열광적이었다. 매출이 3000만 원을 훌쩍 넘길 정도로 장사가 잘됐다.
그런데 주변에 경쟁점포가 하나둘 늘어나면서 매출이 꺾이기 시작했다. 설상가상 값싼 안주 하나에 테이블을 오래 차지하는 손님들이 많아지면서 수익률도 크게 떨어졌다. 세트메뉴를 내놓고 안주 가격을 인상하는 등 매출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했지만 그해 겨울 찬바람이 불면서 손님들의 발걸음은 눈에 띄게 줄었다. 최 씨는 결국 점포를 내놓고 말았다. 그는 당분간 휴식 기간을 가진 뒤 다시 새로운 도전을 해볼 생각이다.
지난 2005년 창업시장에 처음 등장한 막걸리전문점은 소비자와 창업자의 관심 속에 점포가 점점 증가하더니 6개월 사이에 20여 개의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나고 브랜드마다 단 몇 개월 만에 점포수가 100여 개씩 늘어나는 등 단시간에 대박 아이템으로 떠올랐다. 그러나 시장이 과열되면서 검증되지 않은 업체들이 난립하기 시작했고, 지나치게 값싼 가격에 수지타산이 맞지 않아 문을 닫는 곳이 생겨났다.
스타트비즈니스 김상훈 소장은 “과거 그 많던 막걸리전문점 브랜드 중에서 살아남은 브랜드는 서너 개에 불과하다. 최근 다시 상승하고 있는 막걸리의 인기에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러한 전례를 비춰볼 때 보다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 최근 각광받는 막걸리전문점은 과거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술과 인테리어에만 포커스를 맞췄던 과거와는 달리 경쟁력 있는 메뉴로 무장, 소비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서울 서초구 방배동에서 박동재(41) 정열(40) 김주환(37) 씨가 운영하는 ‘교동전선생’은 우리 고유의 음식인 전(煎) 전문 음식점이다. 이곳은 최근 막걸리의 인기와 더불어 방배동 맛집으로 소문이 나면서 상종가를 치고 있다. 83㎡(25평) 규모 점포의 13개 테이블에서 발생하는 월매출은 6000만~6500만 원. 마진은 35% 수준이라고 한다. 방문객의 70~80%가 단골이며 테이블 회전율은 하루 평균 6회에서 최대 9회까지 기록한다고.
대학 동창인 세 사람은 지난 2009년 5월, 창업시장에서 전 전문점으로 의기투합했다. 이들은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음식인 전이 막걸리 안주로 제격이라고 판단, 이를 전문화·고급화하는 것으로 기존 막걸리전문점과의 차별화를 시도했다. 주변에서는 직장생활이나 하지 무슨 창업이냐고 만류했지만 이들의 생각은 달랐다. 한 달 동안 콘도에서 합숙을 하며 메뉴 및 아이템 개발에 나섰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택한 것이 방배동 먹자골목에서 다소 떨어진 지금의 점포다.
B급 입지를 택한 것은 창업비용을 줄이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중고 집기를 들이고, 점포 꾸미기에 직접 나서는 등 ‘세 친구’는 손품발품을 팔았다. 또 자신의 전문 분야에 맞춰 각자의 일을 담당했다. 점포를 꾸미는 데는 인테리어 전문가인 김주환 씨가 나섰고 점포 운영은 다양한 창업 경험이 있는 박동재 씨가, 홍보 경력이 있는 정열 씨는 매출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했다.
카페와 같은 깔끔한 매장에서 주문 즉시 만들어내는 전과 뚝배기를 맛본 손님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개업 당시 별다른 이벤트를 하지 않았는데도 손님들이 줄을 길게 늘어섰단다. 점심에는 다섯 종류의 전이 함께 나가는 뚝배기정식이, 저녁에는 모듬전을 비롯해 막걸리와 함께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안주류가 많이 나가는 편이다. 술집보다는 음식점의 이미지가 강해 학생, 직장인, 가족 등 고객층도 다양한 편이라고 한다. 손님들의 발걸음이 이어지면서 창업 문의도 잇달아 가맹사업은 자연스럽게 진행됐다. 현재 서울 경기 지역에 20여 개의 점포가 개설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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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토리마을. |
사실 이곳은 서 씨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운영해 온 음식점으로 15년째 문을 열고 있다. 장남인 보건 씨가 가업을 이어받은 것은 3년 전. 전통 있는 맛에 한층 업그레이드된 서비스로 만족도가 높아지면서 매출도 동반 상승, 99㎡(30평) 점포에서 월평균 3500만~4000만 원을 기록하고 있단다. 마진은 35% 수준.
비빔밥 수제비 만둣국 등 모든 메뉴는 도토리를 주재료로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인기 있는 메뉴는 도토리사골탕(6000원)과 도토리샐러드. 도토리샐러드는 기본 반찬, 도토리사골탕은 진하게 우려낸 사골국에 도토리 면과 항아리 밥이 함께 제공되는 주 메뉴. 이 두 가지를 맛보기 위해 먼 곳에서 손님이 찾아올 정도라고.
서 씨는 “막걸리 붐을 타고 손님의 증가는 물론 창업 문의도 이어지고 있다. 도토리 음식과 같은 단일 메뉴 음식점은 맛이 가장 중요하므로 좋은 재료, 100% 완벽한 음식 맛을 구현해내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따라서 보다 철저한 준비를 마친 뒤 창업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미영 객원기자 may424@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