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이혼했어요’ 첫 방송 시청률 9% …자극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관찰 예능 ‘끝판왕’
국내 최초 이혼 예능인 ‘우리 이혼했어요’에는 연예계 대표적 잉꼬부부로 불리다가 결혼 26년 만인 2007년 이혼한 배우 이영하와 선우은숙이 참여했다. 사진=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방송 화면 캡처
‘우리 이혼했어요’ 외에도 최근 JTBC ‘1호가 될 순 없어’와 채널A ‘다시 뜨거워지고 싶은 애로부부’ 등 최근 ‘부부’를 소재로 내세운 관찰 예능이 봇물처럼 쏟아지고 있다. 사회적으로 ‘나홀로족’이 늘면서 1인 가구 연예인들의 삶을 비춘 데 이어 연애, 육아를 거쳐 이제 이혼에 이르기까지 인간군상이 다양한 방식으로 카메라 앵글에 담기는 모양새다.
#왜 이혼한 부부는 다시 카메라 앞에 섰나
이혼한 부부가 다시 만나 한 집에서 며칠간 생활해보며 소위 ‘이혼적 거리두기’를 해본다는 국내 최초 이혼 예능인 ‘우리 이혼했어요’에는 연예계 대표적 잉꼬부부로 불리다가 결혼 26년 만인 2007년 이혼한 배우 이영하와 선우은숙이 참여했다. 이혼한 부부가 한 자리에 마주 앉아있다는 것만으로도 불편할 만한데, 아예 생활을 같이 하며 이혼 전 부부와 같은 상황 속에 놓인다는 것은 시청자들의 오감을 자극할 만한 소재다.
반면 의도적으로 이혼을 피하고 터부시하는 것이 오히려 시대를 역행하는 사고라는 반응도 적잖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결혼한 4쌍 중 1쌍이 이혼한다는 것은 통계로도 증명됐기 때문이다. 이혼에 이르지 않더라도 이혼을 고민하는 이들까지 포함하면 이런 소재에 관심을 기울일 이들은 더 늘어난다.
‘우리 이혼했어요’를 기획한 서혜진 TV조선 제작본부장은 “최근 3∼4년 동안 결혼, 출산, 이혼 등 남녀의 만남과 결별, 가족을 바라보는 시각이 매우 다채로워졌다. 그간 ‘가족 예능’이란 이름으로 가족 간의 만남의 과정과 화목, 갈등 등은 숱하게 다뤄져 왔지만, 정작 ‘이혼’을 진정성 있게 다루는 프로그램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2020년의 ‘이혼’은 어떤 모습으로 우리 곁에 다가와 있는가를 진짜 이야기로 담아보고 싶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게다가 결혼은 ‘집안 대 집안’의 만남이기 때문에 이혼 사유가 반드시 당사자 두 사람에 있는 것도 아니다. ‘우리 이혼했어요’의 2호 커플인 유명 유튜버 최고기와 유깻잎은 각각 26세, 24세 어린 나이에 아이가 생겨 결혼했으나 단란했던 가정은 5년 만에 깨졌다. 이들이 이혼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인 이유는 시아버지인 최고기의 아버지에게서 찾을 수 있었다. 시아버지의 가부장적인 사고 때문에 상견례 때부터 갈등이 시작됐고, 손녀 앞에서도 며느리에 대한 험담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이 때문에 방송 이후 이혼에 대한 편견을 갖고 이 프로그램을 접했던 시청자들은 그들의 이야기에 “공감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연출을 맡은 이국용 PD는 “‘행복은 한 가지 얼굴을 하지만 불행은 여러 가지 얼굴이 있다’는 말이 있다. 결혼을 할 때는 ‘사랑한다’는 한 가지 이유로 시작하지만, 이혼은 사람마다 수만 가지의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며 “그분들이 용기를 내어 서로의 이야기를 들려주시길 고대하고 있다. 이혼을 다루지만 이들의 이야기는 우리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삶의 이야기’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우리 이혼했어요’의 2호 커플인 유명 유튜버 최고기와 유깻잎은 각각 26세, 24세 어린 나이에 아이가 생겨 결혼했으나 단란했던 가정은 5년 만에 깨졌다. 사진=TV조선 ‘우리 이혼했어요’ 방송 화면 캡처
#왜 부부여야 하나
관찰 예능의 시작은 육아였다. MBC ‘아빠 어디가’와 KBS 2TV ‘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유명인 가족들의 삶에 카메라를 들이밀기 시작했다. 이와 함께 MBC ‘나 혼자 산다’와 SBS ‘미운우리새끼’ 등을 통해 혼자 사는 이들의 삶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리고 이제 부부다. ‘1호가 될 순 없어’와 ‘애로부부’ 외에도 SBS ‘동상이몽’과 TV조선 ‘아내의 맛’ 등 부부들의 동반 출연 프로그램이 크게 늘었고, 각 방송사의 간판 예능으로 자리매김했다. 왜일까.
대중이 가장 높은 관심을 갖는 분야는 ‘남녀상열지사’다. 그중에서도 부부는 내밀한 속내까지 공유하는 이성이다. 연인 관계 속에서는 한국의 사회적 정서상 공개하기 힘든 부분이 부부 관계에서는 허용된다. ‘애로부부’가 은밀한 부부의 성생활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하고, 카메라 앞에서도 스스럼없이 서로의 흉허물을 내놓을 수 있는 이유다.
결국 부부의 이야기는 관찰 예능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풋풋한 첫 만남과 불같은 사랑으로 결혼에 이른 뒤 서로의 삶의 일부가 되고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면서 그들이 겪는 희로애락을 모두 보여줄 수 있는 결정체인 셈이다.
결혼한 뒤 인기 하락을 면치 못하던 연예인 입장에서도 이 같은 부부 예능이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이 반갑다. ‘만인의 연인’에서 누군가의 남편 혹은 아내가 되면 대중이 느끼는 관심도가 뚝 떨어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부부 예능은 그들에게 새로운 전성기를 안기며 다시금 대중에게 주목받게 만들고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부부 예능의 가장 큰 특징은 ‘현실감’이 그 어떤 관찰 예능보다 높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편한 상대와 함께하면서 평소의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기 때문에 대중이 느끼는 재미도 크다”며 “부부관계를 비롯해 방송에서 다루기 힘든 다소 자극적인 대화와 설정이 가능하다는 것도 부부 예능의 강점”이라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