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권에 판 넘어가면 4월 전후, 여권에 유리하면 조기 퇴임…‘협치’와 ‘영남’ 공들이며 대권 행보 가속화
정세균 국무총리가 11월 20일 오전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에서 다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정 총리가 연초 자리에서 물러나 내년 4월 재보궐 선거 승리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기 퇴임론’과 코로나19 방역과 경제 활성화 등에 성과를 보여준 뒤 ‘질서 있는 퇴장’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맞서는 형국이다. 여권 한 관계자는 “정 총리 거취 변수는 연말 본격적으로 막이 오를 재보선 판세와 코로나19 재확산 여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보선 판이 야권으로 넘어갈 경우 4월 전후 퇴임이, 반대의 경우 조기 퇴임이 각각 유력할 전망이다.
애초 정 총리 측 내부에서 정한 퇴임 시기는 4월 재보선 전후였다. 핵심 관계자는 “대선 1년 전에는 총리직을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밝혔다. 20대 대선은 오는 2022년 3월 9일 열린다. 하지만 지난 10월 ‘서울시장 차출론’이 난데없이 튀어나온 이후 정 총리 측 내부에선 퇴임 시기를 앞당길 수 있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사이 현역 국회의원 40여 명이 참여한 정 총리의 지지모임인 ‘광화문 포럼’도 출범했다.
정 총리의 발 빠른 대권 행보는 체급을 낮춰 출마를 요구받는 상황을 사전에 차단하려는 포석으로 읽혔다. 이 전후로 차기 대선 얘기만 나와도 입단속을 했던 정 총리는 대권 행보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11월 초 미국 대선은 정 총리 대선 가도에 날개를 달았다. ‘스트롱맨’ 시대가 저물고 조 바이든 당선인이 탄생하면서 합리적 리더십의 대명사인 정 총리도 주목받았다. 정 총리는 미국 대선 개표 전 더불어민주당 SK(정세균)계 의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바이든이 당선되면 나한테도 좋은 게 아닌가”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정 총리의 11월 10일 취임 300일 기념 간담회 주요 발언의 요지도 ‘한국의 바이든이 되겠다’였다. 정치권 안팎에선 사실상 차기 대선 신호탄으로 해석했다. 바이든 당선 이후 정 총리 주가가 오르자, 내부에선 “연말·연초까지 지지도를 10%로 끌어올리자”고 결의했다고 한다.
최근엔 문재인 정부의 약한 고리인 협치와 영남에 공을 들이고 있다. 정 총리는 12월 14일 세 차례나 연기됐던 국민의힘 원내지도부와 만찬을 한다. 앞서 지난 1월에는 ‘김성수(비서실장) 정기남(정무실장) 권오중(민정실장)’의 삼각 편대를 통해 협치 인사를 단행했다. 김 실장은 한때 김종인계로 분류됐다. 정 실장과 권 실장도 안철수계와 안희정계였다.
정 총리는 11월에만 네 차례나 영남을 방문했다. 11월 7일 포항 방문을 앞두고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포항사위’라고 적었다. 정 총리 부인인 최혜경 여사의 고향이 경북 포항 흥해읍이다. 여의도 한 관계자는 “바이든 당선 이후 정 총리 측 내부에선 ‘해볼 만하다’는 기류가 강하다”며 “다만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지 확보와 지지도 두 자릿수 돌파 등 과제도 산적하다”고 말했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