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주 선거인단 재임명 시 산술적으론 역전 가능하지만…법률 전문가들 “가능성 거의 없어”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소속 정당인 공화당과 트럼프 측근들도 지원사격에 나섰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를 위해 싸우는 것을 멈추지 않았고, 우리는 모든 합법적인 투표가 집계될 때까지 계속 싸울 것”이라고 했다. 매코널 공화당 원내대표도 “트럼프 대통령은 100% 그의 권한 내에서 부정행위 의혹을 살펴보고 법적 선택권을 검토할 수 있다”며 “불법적인 투표용지는 집계돼선 안 되고, 그 과정은 투명해야 하며 법원이 분쟁을 처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가족들 사이에선 의견이 엇갈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CNN 등 언론에 따르면 두 아들인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와 에릭 트럼프는 끝까지 싸워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장녀인 이방카 트럼프는 아버지에게 ‘출구’를 찾을 수 있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
현지 법률 전문가들은 구체적이고 광범위한 증거가 없는 한 결과를 뒤집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트럼프 측에서도 선거가 조작됐다는 증거는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트럼프 캠프 관계자들조차 소송전 승산이 낮을 것으로 점친다고 한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결과에 승복하지 않는 것을 두고는 다양한 해석이 제기된다. 4년 뒤 있을 대선에 재도전하기 위해 지지층을 결집하려 한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소송을 통해 공화당 후보에게 불리하다고 평가받는 우편투표 문제점을 부각시키는 전략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희박하지만 법원에 의해 선거 결과가 바뀔 가능성도 있긴 하다. 미국 대선은 국민투표를 통해 뽑힌 선거인단이, 그 주에서 승리한 후보에게 최종 투표하는 방식이다. 이 결과는 각 주 국무장관이 확정한 뒤 주지사에 의해 미국 연방의회로 송부된다. 그리고 내년 1월 6일 공식 발표된다.
주 정부가 공식적으로 승자를 발표하지 못하거나, 확정시한을 넘기게 되면 헌법에 따라 주 의회가 새로운 선거인단을 임명하게 된다. 트럼프가 노리는 것도 바로 이 지점으로 추정된다. 현재 트럼프 캠프는 펜실베이니아·미시간·애리조나주에서 선거 결과 확정을 막아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공교롭게도 공화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지역이다. 자신에게 투표할 선거인단을 주 의회가 다시 임명하도록 하는 게 트럼프의 전략이라는 얘기다.
3개 주에 할당된 선거인단 수는 총 47명이다.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후보는 273명의 선거인단을, 트럼프 대통령은 213명을 확보했다. 법원이 3개주 모두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역전이 가능하다(바이든 227, 트럼프 260).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산술적인 수치에 불과하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법원이 트럼프 주장을 받아들이진 않을 것이란 게 현지 정치권과 법조계의 중론이다.
선거법 전문가인 조슈아 더글러스 켄터키대 교수는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 소송은 아무런 이익이 없다. 불화와 불신을 부채질하고 국민과 선거의 청렴성을 훼손하는 게 목표”라고 비판했다. 바이든 당선인 측도 “소송이라기보다는 연출로 본다”고 했다.
참모들이 이런 소송 시나리오를 세운 것 역시 “트럼프를 달래기 위한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캠프 관계자들의 증언도 나왔다. 실제 트럼프가 소송을 제기한 곳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의 주 정부는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불복 소송을 심리할 필요가 없다”면서 소송을 각하해달라는 의견서를 제출한 것으로 전해진다.
만약 여러 법적 분쟁에 따라 연방의회 발표일인 1월 6일 270명의 선거인단을 확보한 후보 자체가 나오지 않을 경우 수정헌법 제12조에 따라 하원이 투표로 당선자를 결정한다. 투표는 각 주를 대표하는 1표로 행사된다. 현재 50개 주 중 26개 주에서 공화당이 다수당이라 트럼프가 유리할 수 있지만 이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는 분석이다.
트럼프가 끝내 패배를 인정하지 않고 백악관에서 버티고 있다면 어떻게 될까. 미국 수정헌법 12조에 따르면 퇴임하는 대통령은 1월 20일 낮 12시에 백악관을 떠나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따라서 트럼프가 백악관을 나가지 않으면 자신을 경호했던 비밀경호국 요원들에게 끌려서 쫓겨나는 상황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측이 트럼프를 향해 “백악관에서 몰아낼 수 있다”고 했던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동진서 기자 jsdong@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