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총리 측 대선 목표 세 불리기 나서자 지역구였던 종로 지역 정가 어수선
정세균 국무총리와 이낙연 대표가 10월 3일 오전 서울 국립민속박물관 앞에서 열린 단기 4352년 개천절 경축식 마치고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기자
민주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최근 종로구에선 지역 조직을 둘러싸고 이낙연 대표와 정 총리 간에 파열음이 들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총리가 이 대표에게 조직 소유권 반환을 간접적으로 내비쳤다는 얘기까지 들린다.
이 때문에 종로에 거점을 둔 현역 시의원, 구의원들은 고민에 빠진 모습이다. 대부분 정세균 총리가 의원 시절 공천에 관여한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현역 의원인 이 대표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정 총리를 향한 보은의 마음과 현실 사이에서의 갈등인 셈이다. 종로구청과 종로구의회에서는 이 사안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일요신문이 직접 구청과 의회를 찾았지만 정세균 총리와 이낙연 대표 사이의 기류를 묻는 질문에 그 누구도 대답을 하지 않았다.
이는 정 총리와 이 대표의 정치적 입지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현재 민주당 차기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양강 구도’다. 여권 주류인 친문은 이 대표를, 반문에선 이 지사를 지지하는 추세를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정 총리가 등판할 경우 이 지사보단 이 대표 지지율이 흔들릴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다. 정 총리 역시 친문계 지지를 받을 것으로 점쳐지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정세균 총리가 친노로서의 무게감과 정통성은 이 대표를 훨씬 앞선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이후 빼앗겼던 종로를 탈환한 것도 정 총리였고, 열린우리당 분당 사태 때 노 전 대통령과 함께한 건 정 총리였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 총리는 2012년부터 2020년까지 ‘정치 1번지’ 종로에서 두 번 국회의원 생활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인생에 있어서 종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그를 대통령으로 만들어 준 시발점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1996년 제15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선거법 위반으로 사퇴하며 빈자리를 채웠던 게 노 전 대통령이었다. 그런 연유로 친노에게 종로는 제2의 성지에 가깝다. 노무현 전 대통령 기념관인 노무현시민센터가 종로에 세워지는 것도 이런 상징성과 무관하지 않다.
노 전 대통령 이후 처음으로 민주당 깃발을 종로에 꽂은 이가 정 총리였다. 정세균 총리는 열린우리당이 창당되고 문을 닫을 때까지 노무현 전 대통령과 운명을 함께한 공동체였다. 그는 2003년 9월 20일 새천년민주당을 탈당해 민주당 내 친노 및 개혁파 세력과 함께 열린우리당에 참여, 의장까지 맡았다. 이는 정 총리가 출마할 경우 여권 주류 친문 세력과 교집합을 형성하고 있는 친노의 지원을 받을 가능성이 높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들이다.
반면 이낙연 대표는 2003년 11월 열린우리당과 새천년민주당이 분당할 때 이른바 ‘꼬마민주당’으로 불린 새천년민주당에 남았다. 새천년민주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가결시킨 원죄를 지니고 있다. 이 대표는 노무현 대통령 탄핵안이 상정됐을 때 반대표를 던지긴 했다.
정 총리는 게다가 종로에 흩어져 친목모임에 불과했던 호남향우회를 선거 조직으로 다진 1등 공신으로도 평가 받는다. 종로 호남향우회에서는 정 총리를 ‘우리 아버지’라고 부를 정도다. 이에 반해 이낙연 대표는 총선 기간에도 다른 지역 선거 지원을 많이 나가 안방을 비우는 모습을 많이 보여 종로에서는 좋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정 총리가 최근 본격적인 세 불리기에 나선 것으로 본다. 정세균계 의원들이 주축인 ‘광화문 포럼’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포럼 회장은 정세균계 좌장격인 4선 김영주 의원이다. 운영위원장과 간사는 정세균계 인사 3선 이원욱 의원과 재선 안호영 의원이 각각 맡았다. 포럼에 참가하고 있는 현역 의원은 50여 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전체 의원의 약 30% 수준이다. 포럼 한 참석자는 “코로나19로 잠시 중단됐던 공부모임을 재개하는 차원”이라며 “과도한 정치적 해석은 하지 말아 달라”고 했다.
또 다른 민주당 관계자는 “최근 이낙연 대표가 이런 저런 태스크포스를 가동하며 당내 기반 다지기에 착수한 건 정 총리와 정세균계의 움직임을 경계하기 때문일 수 있다”고 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