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 보험금·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관련 금감원 중징계 가능성…즉시연금 소송도 ‘빨간불’
서울특별시 서초구 삼성생명 건물 전경. 사진=이종현 기자
#한화생명도 못 피한 중징계, 삼성생명의 운명은?
지난 11월 26일 금감원은 제29차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삼성생명 종합검사 결과에 대한 조치안을 밤늦게까지 심의했다. 제재심에서는 법률대리인을 포함한 삼성생명 측 관계자들과 검사국의 진술·설명이 이어졌다. 하지만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오는 12월 3일 회의를 다시 속개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기관경고’의 중징계 안을 사전에 삼성생명에 통보했으나 그대로 의결하지 못한 것이다.
제재심의 최대 관건은 암 보험금 미지급 실태다. 금감원은 다수의 암 환자에게 요양병원 입원비를 지급하지 않은 삼성생명을 ‘보험금 부당 과소 지급’(기초서류 기재사항 준수 의무 위반)으로 제재하고자 이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본 것으로 전해진다. 2017년부터 보암모(보험사에 대응하는 암환우 모임)가 분쟁을 이어온 원인이자, 매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다뤄지고 있는 사안이다.
삼성생명은 암의 직접적인 치료가 아닌 요양병원 입원에 대해선 보험금을 지급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지난 9월 대법원이 보암모 공동대표인 이 아무개 씨가 삼성생명을 상대로 제기한 암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삼성생명 손을 들어준 것도 근거로 내세울 전망이다(관련기사 어차피 소송은 ‘케바케’? 암보험 분쟁 승소 삼성생명 웃기 힘든 이유).
하지만 금감원은 한 명의 사례를 요양병원 입원비 분쟁 전체로 일반화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까지 올해 국감에서 대법원 소송 결과가 종합검사 제재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은 최소한 말기 암, 잔존 암, 암 전이 등을 치료하기 위한 입원비마저 삼성생명이 거부한 것은 약관에 어긋난다는 시각이다. 실제 대형병원은 급성기 치료나 수술을 마친 후에는 퇴원시키기 때문에 요양병원에 입원한 채 항암 치료 등을 받는 환자가 적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이 밖에도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건이 남았다. 삼성생명은 기한을 넘길 시 배상금을 받는 조건으로 전산시스템 개발 용역을 삼성SDS에 맡겼다. 하지만 지연 배상금을 받지 않아 이번 금감원 제재심 주요 안건에 올랐다. 앞서 9월 한화생명은 대주주 거래제한 위반 등으로 금감원으로부터 기관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중징계가 확정되면서 1년간 금융당국의 인허가가 필요한 신사업 분야에 진출할 수 없게 됐다. 삼성생명도 금감원의 중징계가 확정되면 계열사인 삼성카드까지 신사업에 1년간 진출할 수 없게 된다.
삼성카드는 이미 신사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지난 11월 18일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를 열고 삼성생명이 포함된 6개 금융사의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허가심사에 대한 보류를 결정했다. 금융위는 “신청인의 대주주에 대한 형사소송·제재절차가 진행 중인 사실이 확인돼 소송 등의 절차가 종료될 때까지의 기간은 심사기간(60일)에서 제외하기로 했다”며 “심사보류를 결정하게 된 사유가 해소되는 경우 허가심사가 즉시 재개된다”고 설명했다.
11월 26일 보암모 회원들은 서울 영등포구 금감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삼성생명에 대한 종합검사 제재심에 대한 징계안을 촉구했다. 사진=보암모 제공
#삼성생명의 산적한 과제
즉시연금 미지급 분쟁 소송도 삼성생명의 발목을 잡고 있다. 2018년 금감원은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동양생명, 미래에셋생명, KB생명 등에 덜 준 보험금을 지급하라고 권고했으나 생명보험사들이 이를 거부하면서 법정공방으로 이어졌다. 금융소비자연맹(금소연)은 피해 고객들을 모아 소송을 진행했다. 소송 규모는 약 8000억 원, 피해 고객은 16만 명에 달한다. 이 중 삼성생명이 5만 5000명에 4300억 원으로 가장 많이 차지한다.
소송 쟁점은 약관에 ‘보험금 차감’을 명시했는지 여부다. 지난 11월 10일 미래에셋생명은 약관에 이를 명시하지 않아 패소했다. 반면 지난 9월 NH농협생명은 약관에 명시했고 덕분에 승소했다. 삼성생명은 약관에 ‘보험금 차감’을 명시하지 않았다. 보험상품 기초서류 중 하나인 ‘보험료 및 책임준비금 산출방법서’에만 이를 언급했다.
금소연은 “즉시연금 공동소송 재판에서 처음으로 원고의 손을 들어준 결과로 의미가 크다”며 “생명보험사들의 자발적인 지급을 바란다. 소수 소송참여자 배상 및 소멸시효 완성의 꼼수를 없앨 수 있도록 하루빨리 집단소송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 하고 있다. 사진=임준선 기자
한편 삼성생명은 정부·여당이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중심에 서있다. 보험사 보유주식 평가 기준을 ‘취득원가’에서 ‘시가’로 전환하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골자다. 삼성그룹의 보험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개정안 적용 대상이다. 두 회사는 각각 삼성전자 지분을 8.51%, 1.49% 보유하고 있다. 취득원가 기준으로 각각 5000억 원대, 1000억 원대로 추정된다. 각 회사 총자산 대비 0.1% 수준이다.
하지만 시가 기준으로 하면 각각 29조 4368억 원, 5조 2393억 원에 달한다. 총자산 대비 비중이 각각 9.5%, 6.2%로 상승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유예기간으로 상정한 5년 내(금융위 승인 시 2년 연장) 현재 가치 기준으로 23조 원 안팎의 삼성전자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