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 ‘CT-P59’ 연내 사용 가능성…전세계 세 번째 FDA 긴급사용 승인 유력
11월 9일 일라이 릴리 사의 ‘밤라니비맙(LY-CoV555)’가 FDA 긴급사용 승인을 받아 세계 최초로 승인받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됐다. 올해 5월 일라이 릴리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밤라니비맙(LY-CoV555)’ 생산에 돌입했다. 사진=일라이 릴리 홈페이지
사실 리제네론 사의 치료제가 일라이 릴리 사의 치료제보다 더 먼저 주목 받았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에 감염됐을 당시 아직 임상시험 단계이던 리제네론의 치료제 8g을 투여했기 때문이다. 영상메시지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좋아졌다. 믿을 수 없는 기분을 느꼈다”고 언급해 화제가 되면서 리제네론 관련주들의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두 회사가 개발한 치료제는 모두 우리 몸이 외부 물질(바이러스 등)에 대항해 만든 항체 가운데 가장 효과가 좋은 항체(중화 항체)를 선별해 만든 치료제다. 일라이 릴리의 ‘LY-CoV555’는 스파이크 단백질에 강력한 중화 효능을 지닌 IgG1 단일클론 항체이며 리제네론의 ‘REGN-COV2’는 2개의 단일클론 항체를 혼합한 치료제다.
그렇지만 미국 FDA에 긴급사용 승인 요청을 한 뒤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이 연이어 중증 코로나19 환자 대상 임상시험을 중단하는 등 불안한 소식이 이어졌다. 두 회사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을 두고 의심 어린 시선이 집중되면서 FDA 승인 여부에 전세계의 촉각이 집중됐다.
일라이 릴리 사의 ‘밤라니비맙(LY-CoV555)’ 긴급사용 승인이 이뤄진 건 지난 11월 9일. 다만 12세·몸무게 40㎏ 이상의 경증 환자의 치료제로 국한해 긴급사용이 승인됐다. 65세 이상 고령자와 만성 질환으로 중증으로 발전할 우려가 있는 환자에게도 사용이 승인됐지만 산소 주입 치료를 받는 등 이미 중증인 환자는 사용이 제한된다. 이렇게 일라이 릴리 사의 밤라니비맙은 최초로 승인받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가 됐다.
이어 11월 21일 리제네론의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REGN-COV2’도 미국 FDA로부터 긴급사용 승인을 받았다. 역시 12세 이상(65세 이상 고령자 포함)의 경증 또는 중간 정도 증상 환자에 대해서만 긴급사용이 허가됐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를 개발 중인 회사는 이미 미국 FDA의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미국의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 유럽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과 아스트라제네카, 그리고 대한민국의 셀트리온 등 5개 회사다. 세 번째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는 회사는 대한민국의 셀트리온이 될 가능성이 높다.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현장간담회’에 전시된 셀트리온의 항체치료제 임상시약. 사진=연합뉴스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CT-P59’를 개발 중인데 11월 25일 글로벌 임상시험 2상이 끝났다. 셀트리온은 임상 2상까지의 결과를 바탕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조건부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조건부 승인’ 허가는 임상 3상 진행을 조건으로 임상 2상 결과만으로 의료현장에서의 우선 사용을 승인하는 제도다. 현재 식약처도 조건부 승인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는 만큼 셀트리온이 제출한 2차 임상 결과에 큰 문제가 없다면 연내에 의료 현장에서 사용될 것으로 보인다.
셀트리온은 이미 9월부터 인천 송도 공장에서 생산을 시작해 국내 환자 10만 명이 사용할 수 있는 초기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셀트리온은 2021년 연간 최대 150만~200만 명분의 치료제를 생산할 계획이다. 한편 일라이 일리는 연내 최대 100만 명분, 리제네론은 연내 8만 명분을 생산할 계획이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한겨레 인터뷰에서 “내년 봄에는 한국이 마스크 없이 일상생활을 할 수 있는 ‘코로나 청정국’이 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셀트리온의 CT-P59 국내 공급 가격은 원가인 40만 원 안팎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의 항체 치료제 가격이 400만~450만 원 수준임을 감안하면 매우 낮은 가격이다. 셀트리온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도 일라이 릴리와 리제네론 등 글로벌 경쟁사들에 비해 저렴한 가격에 치료제를 판매할 계획이다.
11월 27일 기준 대한민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3만 2887명임을 감안하면 셀트리온이 확보한 10만 명분의 치료제면 당장은 충분한 양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지난 5월 일라이 릴리와 코로나19 항체치료제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미 ‘밤라니비맙(LY-CoV555)’ 생산에 돌입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국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도 생산 계약을 맺었다. 이처럼 해외 제약사 치료제가 국내에서 대량 생산이 이뤄져 국내 수급이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GC녹십자의 코로나19 혈장치료제 ‘GC5131A’는 10월에 치료목적 사용 승인을 받아 이미 의료현장에서 쓰이고 있다. 임상 수행기관이 아닌 의료기관에서 환자에게 사용되는 코로나19 혈장치료제는 GC녹십자의 ‘GC5131A’가 세계 최초다. 효과도 좋은 것으로 알려졌지만 혈장을 구하기 힘들어 대량 생산은 어려운 상황이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