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 상황 영국·미국 12월 초 접종 전망…한국 “안전성 검증 먼저” 내년 2분기 기대
11월 9일(현지시간) 화이자는 독일 바이오엔테크와 공동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이 3상 임상시험에서 90%의 유효성이 입증됐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누가 게임 체인저가 될 것인가
11월 16일에는 미국 제약사 모더나가 미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이 3상 임상시험에서 94.5%의 유효성이 입증됐다는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모더나 역시 화이자 백신처럼 유전자의 일종인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것으로 유통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화이자 백신은 영하 70℃ 이하로 냉동보관을 해야 하는 치명적인 한계가 있어 현재 상온 보관이 가능한 제조법 연구에 돌입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모더나 백신은 영상 2.2∼7.8℃에서 최대 30일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영하 20℃에선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반면 모더나는 화이자 같은 글로벌 제약회사가 아닌 터라 생산 능력이 제한되는 한계가 있다.
11월 23일에는 글로벌 제약사 아스트라제네카가 영국 옥스퍼드대와 공동 개발 중인 코로나19 백신 후보 물질의 3상 임상시험 중간 결과를 발표했다. 평균 유효성이 70%로 다소 낮지만 투약 방식에 따라 예방 효과가 다르다. 한 달 간격으로 두 번 투약하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첫 회에 정량의 절반만 투약하고 한 달 뒤 정량을 투약할 경우 유효성이 약 90%로 나타난 데 반해 두 차례 모두 정량을 투여하면 유효성이 62%로 떨어졌다. 두 가지 투약 방식의 평균 유효성이 70%지만 투약 방식만 달리하면 유효성이 90%가 된다. 현재 아스트라제네카 측은 그 이유를 입증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활용 신기술로 백신을 생산하지 않고 기존의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돼 유통이 용이하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일반적인 냉장 온도인 2~8℃에서 최소 6개월은 보관할 수 있다. 또한 기존 방식으로 개발된 백신이라 대량 생산도 용이하다. 가격도 저렴하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백신을 1회 접종량인 1도스당 4~5달러(약 4400~5600원) 수준에 공급할 계획이다. 모더나 백신이 1도스당 32~37달러(약 3만 6000~4만 1000원), 화이자 백신이 19.5달러(약 2만 2000원)임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렴한 가격이다.
모더나 백신은 영상 2.2∼7.8도에서 최대 30일 동안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며 영하 20도에선 최대 6개월까지 보관이 가능하다. 모더나에서 3차 임상시험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백신, 크리스마스 선물 되나?
미국에서는 코로나19 백신이 크리스마스 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마지막 관건은 FDA(미국식품의약국) 승인 절차인데 FDA는 현재 화이자와 모더나가 제출한 데이터를 검토해 안전성 효과성 등에 대한 검증을 벌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FDA 긴급사용승인이 나오면 24시간 이내에 백신 배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미국의 백신 개발 프로그램 ‘초고속 작전’의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CNN 인터뷰에서 “12월 11일이나 12일 코로나19 백신 1차 접종이 실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12월 10일 미국 FDA 자문위원회가 열려 긴급사용승인이 나오면 바로 배포를 준비해 2000만 명이 백신 접종을 받고 2021년 1월부터 매달 3000만 명이 백신을 맞는 계획이다. 앨릭스 에이자 미국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11월 24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모든 게 잘 진행되면 우리는 12월 10일 이후 곧장 백신을 배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이자에 이어 모더나도 12월 중하순에는 FDA로부터 긴급사용승인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스트라제네카 역시 연내에 백신 유통이 이뤄지는 것을 목표로 움직이고 있다. 크리스마스 이전에 3상 임상시험 최종 결과를 발표하고 바로 FDA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할 계획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메신저 리보핵산(mRNA) 활용 신기술로 백신을 생산하지 않고 기존의 ‘바이러스 벡터’ 방식으로 개발돼 유통이 용이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사진=연합뉴스
전세계에서 가장 빠른 접종은 영국에서 시작될 전망이다. 영국 매체 ‘텔레그래프’는 영국 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국민보건서비스(NHS)에 12월 1일 접종개시를 준비하라는 지침이 내려갔다고 전했다. 화이자는 이미 영국 의약품건강관리제품규제청에 긴급사용승인을 요청했다. 예정대로 승인이 이뤄질 경우 미국보다 10여 일 빨리 접종이 이뤄진다. 이처럼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에서는 빠르면 연내, 늦어도 2021년 초부터는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국내는 빨라야 내년 2분기?
반면 아직 국내에선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세계 각국이 글로벌 제약사와 공급계약을 맺고 선구매를 확정하며 확보 물량을 밝히고 있는 데 반해 아직 정부의 별다른 발표는 없다. 게다가 화이자와 모더나의 백신이 3상 임상시험에서 90% 이상의 예방 효과를 보였다는 소식이 이어진 11월 중순까지도 정부는 국내 접종이 2021년 2분기 이후, 즉 내년 하반기부터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었다. 미국 유럽 등에 비해 6개월가량 늦은 시점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백신 미확보 관련 비난 여론이 집중됐고 그만큼 국민 불안도 커졌다.
11월 23일 정세균 국무총리는 관계장관회의에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개별 기업과 협상에 최선을 다하고 계약이 체결되는 대로 국민께 투명하게 알리겠다”며 “필요한 만큼의 백신을 제때 확보한다는 정부 목표는 명확하다”고 밝혔다. 같은 날 정은경 질병관리청장도 “3000만 명 분량의 백신은 계약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추가적인 물량 확보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라며 “확보할 백신의 종류와 물량에 대해서는 12월 초에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3000만 명 분량의 백신은 계약을 통해 충분히 확보할 수 있을 것이고, 추가적인 물량 확보에 대해서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사진=박은숙 기자
이후 정부는 국내 접종 시점을 앞당겨 2021년 2분기(4~6월)에 접종이 시작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11월 21일 국제보건의료재단 포럼에서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백신이 2021년 1분기에는 손에 쥐어질 수 있다. 따라서 2분기에는 백신 접종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독 한국에서만 백신 접종 시점이 늦어지는 까닭은 무엇일까. 정부가 빠르게 백신을 확보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우리는 비교적 코로나19 방역에 성공해 해외처럼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나오지는 않은 터라 백신 안전성을 검증한 뒤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사실 현재 화이자, 모더나, 아스트라제네카 등이 개발한 백신은 아직 안전성과 효과가 완벽하게 입증되진 않았다. 익명을 요구한 제약업게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비교적 코로나19 감염이 통제되는 상황인 터라 최악의 상황에서 긴급히 접종을 시작하는 미국과 영국, EU 등의 접종 상황을 지켜보며 안전성을 면밀히 살펴보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은 이미 국내서 생산중 정부가 어느 정도의 백신을 확보하고 있는지는 12월 초로 예정된 중앙방역대책본부의 발표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정부가 “백신 3000만 명분은 충분히 확보할 것”이라고 밝힌 상황에서 과연 어느 제약사의 백신이 확보됐는지 등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 정부는 코로나19 백신의 공동 구매 및 배분을 위한 국제 프로젝트인 ‘코백스 퍼실리티(COVAX facility)’를 통해 1000만 명분(2000만 도스)의 구매 계약을 이미 확정했다. 현재 2000만 명분(4000만 도스)은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선구매 방식으로 협상 중이다. 올해 7월 아스트라제네카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이미 경북 안동에 있는 백신전용공장(L하우스)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10월 30일 경북 안동시 SK바이오사이언스를 방문해 실험실 등을 둘러보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 사진=연합뉴스 현재 가장 유력한 것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다. 지난 7월 아스트라제네카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고 이미 경북 안동에 있는 백신전용공장(L하우스)에서 백신을 생산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백신은 임상 3상까지 끝내고 FDA 승인을 받아 판매 허가가 나온 뒤 생산에 돌입하지만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폭증하는 수요를 맞추기 위해 미리 생산에 돌입했다. 임상 3상 결과에 따라 자칫 전량 폐기할 수도 있었지만 다행히 긍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국내 관심은 지난 7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의 지속적인 생산과 국내 도입 여부에 쏠려 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는 L하우스를 통해 연간 5억 도스까지 생산 능력을 확대했다. 2회 접종 백신임을 감안해도 전국민이 두 번씩 접종할 수 있는 양(1억 도스 이상)을 충분히 생산할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아직 아스트라제네카와 SK바이오사이언스가 위탁생산 계약만 체결했을 뿐 백신 공급 계약까지 체결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아스트라제네카는 생산 자체를 국내에서 하기 때문에 더욱 유리하게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는 여건”이라고 밝혔다. |
전동선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