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탈출 생존왕’ ‘나는 살아있다’ 선보여…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와 유사하단 지적도
KBS 1TV ‘재난탈출 생존왕’은 최근 방송에서 수심 5m에 빠진 침수 차량에서 창문을 파괴하고 나오는 과정을 보여줬다. 사진=KBS ‘재난탈출 생존왕’ 방송 화면 캡처
#‘재난 탈출’해 ‘나는 살아있다’고 외치다
KBS 1TV는 11월 20일 ‘재난탈출 생존왕’을 선보였다. 제작진은 ‘일상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각종 위험으로부터 더 나은 삶, 안전한 대한민국으로 거듭나기 위해 출격하는 대국민 안전 지침서’라고 기획 의도를 전했다. 이 프로그램은 최근 사회적 이슈가 된 대형 사건·사고를 돌아보는 코너 ‘더안전라이브’를 통해 현장에서 촬영된 CCTV와 영상들로 당시를 생생하게 재조명하고, 사건 당사자와 관련 전문가를 취재해 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알아본다. 또한 ‘불편해도 괜찮아’에서는 전 지구적 고민인 이상기후를 막기 위해 모두가 함께 노력해야 할 작은 실천들을 소개하고 있다.
최근 방송에서는 수심 5m에 빠진 침수 차량에서 창문을 파괴하고 나오는 과정을 보여줬다. 실제로 침수 차량에 갇힌 사고가 심심치 않게 뉴스를 통해 전해지는 만큼 여러모로 유익한 방송이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재난탈출 생존왕’이 교양 프로그램에 가깝다면 케이블채널 tvN ‘나는 살아있다’는 예능 성격이 더 강하다. 배우 김성령, 이시영과 방송인 김민경, 오정연, 펜싱선수 김지연, 걸그룹 (여자)아이들 우기 등이 참여해 극한 상황에서 살아남는 법을 배운다.
출연진들이 불이 난 고층 빌딩에서 완강기를 타고 안전하게 탈출하는 방법을 비롯해 줄에 의지해 물살을 헤치고 70m 계곡을 지나는 훈련 등을 보여줬다. 실제 삶 속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한 터라 반응도 긍정적이었다. 먹을 것이 부족한 상황에서 개구리를 잡아먹는 법도 눈길을 끌었다.
이런 프로그램의 원류는 SBS ‘정글의 법칙’이라 할 수 있다. 세계 각국의 오지를 찾아가 자급자족하는 모습에 초점을 맞춰 오랜 기간 사랑받은 장수 예능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출국이 어려워지자 ‘정글의 법칙’ 역시 국내로 눈을 돌려 8월부터 ‘와일드 코리아’ 편을 통해 ‘생존’에 방점을 찍었다.
이 프로그램을 이끄는 방송인 김병만은 “제가 시골에서 자랐기 때문에 항상 보던 바다와 산이었는데, 막상 이곳에서 생존이라는 주제로 깊게 들어갔을 때 다른 나라에 비해 어려웠다”며 “먹을 게 생각보다 많지 않았고, 잡기도 어려웠다. 특히 바다 같은 경우에는 해외는 더운데, 여기는 차갑다 보니 오래 있을 수 없고 바다가 사나운 편이었다”고 말했다.
‘나는 살아있다’ 출연진들이 목봉 들기를 하는 모습.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사진=tvN ‘나는 살아있다’ 방송 화면 캡처
#‘가짜 사나이’의 그림자 지우기
코로나19 상황은 재난을 극복하고 생존하는 방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높였다. 하지만 재난 프로그램들이 잇따라 론칭된 시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튜브 예능 ‘가짜 사나이’가 엄청난 인기를 끌고 시즌2까지 제작되자 유사 프로그램이 하나둘 등장했다는 인과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가짜 사나이’는 시즌1이 누적 조회수 5000만 뷰를 넘어섰다. “너 인성에 문제 있어” 등의 유행어를 남긴 이근 전 대위가 스타덤에 올랐다. 일반인들이 특수부대 훈련을 받는 과정은 흥미로웠지만 자극적이고 가학적이었다. 당연히 숱한 논란이 불거졌고 이근 대위를 비롯한 몇몇 교관을 둘러싼 폭로가 나오며 시즌2 방송이 중단되기도 했다.
당초 ‘재난탈출 생존왕’은 이근 대위를 교관으로 섭외했다가 각종 문제가 불거지자 그를 하차시키고 경호원 출신 최영재를 새 교관으로 맞았다. ‘나는 살아있다’는 여성 출연진으로 꾸려진 만큼 특전사 중사 출신이자 캠핑 크리에이터인 박은하 교관을 영입했다. 여러모로 ‘가짜 사나이’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게다가 ‘나는 살아있다’의 하이라이트는 출연자들이 고된 훈련 속에서 고통스러운 표정을 짓고 힘겨워하는 모습을 보여줘 ‘여성판 가짜 사나이’라는 우려를 사기도 했다.
막상 뚜껑이 열리자, 이런 논란은 잦아들었다. ‘가짜 사나이’처럼 가학성이 높은 장면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생존’ 자체에 초점을 맞추면서 ‘군대 예능’의 범주에서도 벗어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대중은 일상생활 속에서 뜻하지 않은 재난 상황과 마주치게 되는데, ‘나는 살아있다’의 출연진은 군대식 훈련과 통제에 따르는 과정을 보여주기 때문에 여전히 “보기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다.
한 방송 관계자는 “‘가짜 사나이’가 훈련생들을 향한 교관들의 일방적 지시를 다룬 반면, ‘나는 살아있다’는 교관과 출연진이 인간적인 대화를 나누고 허벅지 씨름을 하는 등 보다 따뜻하고 예능적인 측면이 강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하지만 무거운 목봉 들기와 같은 훈련은 시청자들이 맞닥뜨릴 수 있는 재난 상황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결국 ‘나는 살아있다’가 여성판 ‘가짜 사나이’라는 우려에서 완전히 벗어나기 어려운 이유”라고 말했다.
군 출신 교관을 배치한 것 또한 이근 대위의 사례처럼 또 다른 스타 탄생을 기대한 포석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짜 사나이’가 뜻하지 않은 논란에 휩싸이며 갖가지 비판이 잇따르자, 각 프로그램들도 편집 과정에서 다소 순화됐을 것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