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류준열, 가죽공예 류승룡, 그림 이혜영…취미를 예술의 경지로, 작품 판매는 안해
연예계에서 한 발 벗어나 새로운 예술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스타들은 종종 대중을 깜짝 놀라게 했다. 배우 하정우가 대표적이다. ‘다작’이란 단어를 만들어낼 만큼 영화 출연에 적극적인 그는 바쁜 틈에 그림 작업까지 꾸준히 하면서 화가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솔비 역시 이젠 가수라는 직업보다 화가로 더욱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대표적인 연예인이다. 본업과 무관한 예술 분야로 눈을 돌리는 스타들에게는 사실 저마다의 이유가 있다. 유명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삶에서 작은 돌파구를 찾기 위해, 혹은 가족을 위해 숨은 재능을 연마한다.
류준열은 11월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라는 제목으로 개인 사진전을 열었다. 배우 엄지원은 “그렇게 아티스트가 된다”며 “향수를 자극하는 매력에 잠깐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는 감상평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사진=엄지원 인스타그램
#류준열 사진전 성황 “나는 무엇인가” 고민의 결과
류준열은 11월 3일부터 29일까지 서울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에서 첫 번째 사진전을 성황리에 열었다.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Once Upon a Time… in Hollywood)라는 제목으로 열린 이번 사진전은 평소 그가 꾸준히 관심을 기울여 작업해온 사진들을 소개하는 개인전으로 주목받았다.
평소 류준열은 연예계에서도 유명한 사진 마니아로 통한다. 여행이나 촬영 때마다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꾸준히 찍어온 그에게 팬들은 물론 주변에서도 사진전 개최를 독려해 왔던 것도 사실. 이번 개인전에서 소개한 사진들은 지난해 길게 떠난 미국 여행 도중 촬영한 작품들이다.
동료 배우들의 반응도 뜨겁다. 배우 공효진과 박신혜, 정려원, 이제훈, 이동휘 등이 한달음에 달려와 그의 작품에 공감을 표했다. 배우 엄지원은 “그렇게 아티스트가 된다”며 “향수를 자극하는 매력에 잠깐 시간 여행을 다녀온 듯하다”는 감상평을 SNS에 남기기도 했다.
왜 하필 사진일까. 류준열은 최근 사진전을 소개하는 영상 인터뷰에서 “언젠가부터 대중들에게 널리 알려진 인물로서 마냥 기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2016년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를 통해 스타덤에 오른 뒤 영화 ‘독전’ ‘봉오동 전투’를 비롯해 최근 촬영한 ‘외계인’까지 굵직한 작품의 주연으로 활약해오면서 얻은 유명세가 개인의 삶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는 뜻이다.
고충을 해결하려고 찾은 방법이 다름 아닌 여행이고 또 사진이다. 류준열은 “여행으로 풀기도 하고 여러 가지 작업을 통해 해소했다. 그 과정들을 돌아보면 ‘진짜 나란 사람이 무엇인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게 됐다. 여러 사람을 만나 얘기하다 보니 그런 고민이 대부분 현대인이 가진 고민이란 생각도 들었다”고 말했다.
배우 류승룡에게는 비공식 브랜드가 있다. 최근 가죽공예에 푹 빠진 그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가방에 붙은 ‘류의비똥’이라는 이름이다. 사진=류승룡 인스타그램
#‘류의비똥’ 류승룡, ‘화가’ 인정 이혜영
배우 류승룡에게는 비공식 브랜드가 있다. 최근 가죽공예에 푹 빠진 그가 뚝딱뚝딱 만들어내는 가방에 붙은 ‘류의비똥’이라는 이름이다. 그는 영화 촬영이 없을 때마다 틈틈이 가죽공예에 열중하는 모습을 SNS에 활발히 공유해 이목을 집중시킨다. 가죽뿐만이 아니다. 이미 목공예 실력은 인정받은 지 오래다. 독특한 디자인으로 나무를 깎아 만든 블루투스 스피커는 그의 시그니처로 통한다. 이를 선물 받은 배우 김혜수는 ‘류의비똥’을 인정하면서 “믿을 수 없이 근사한 선물”이라고 화답하기도 했다.
류승룡이 가진 다양한 취미의 세계는 동료들에게 이미 유명하다. 그 시작은 ‘다도’(茶道)다. 2019년 1월 개봉한 영화 ‘극한직업’을 촬영할 때 류승룡은 현장에서 직접 내린 차를 마시면서 동료 배우들과 소통한 것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보통 영화를 촬영할 땐 일정을 마치고 간단한 술자리를 갖지만 ‘극한직업’ 현장을 채운 건 술이 아닌 차였다. 이하늬와 이동휘, 진선규가 류승룡의 차 아래 뭉쳤다.
그는 전국 유명 차 산지를 섭렵한 것은 물론 재능을 발휘해 찻상도 직접 만든다. ‘극한직업’을 내놓으면서 가진 인터뷰에서도 “차로 인해 마음이 편안해지고, 차를 끓이고 식히는 시간을 기다리면서 배우, 스태프들과 늘 차로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에서 목공도 속도가 붙었다. “정신을 집중하고 마음을 가라앉히는 데 좋은 것 같다”는 설명이다.
가수 이혜영은 이제 화가라는 수식어가 더 어울리는 예술가다. 미국 뉴욕 첼시에서 개인전을 열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은 그는 최근 ‘동그란 무언가’(Marbles of Imagination)라는 주제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3년 동안 작업한 20점의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이혜영 특유의 상상력 넘치는 표현력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구성돼 12월 11일까지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다.
이혜영은 최근 ‘동그란 무언가’(Marbles of Imagination)라는 주제로 네 번째 개인전을 열고 있다. 3년 동안 작업한 20점의 신작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12월 11일까지 롯데월드타워에서 열린다. 사진=이혜영 전시회 인스타그램
여성 듀오 코코의 멤버이자, 연기자로도 활동한 그는 2011년 재혼 이후 연예계 활동을 멈춘 동안 화가로 또 다른 인생을 설계했다. 그가 그림에 눈을 돌린 데는 ‘가족’의 영향이 크다. 이혜영은 2015년 SBS ‘한밤의 TV연예’에 출연해 “돌아가신 아빠가 많이 아프셨고, 사랑하는 강아지도 세상을 떠났다”며 “아픔을 극복하려고 열정적으로 그림을 그렸고 상처가 많이 치유된 것 같다”고 말했다.
재혼해 얻은 10대 딸과 소통하는 데도 그림은 좋은 계기가 됐다는 설명이다. 이혜영은 2018년 tvN ‘인생술집’에 나와 “사춘기 딸을 생각하며 다시 붓을 잡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사춘기 딸의 교육방법을 고민하던 시기에 낮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엄마 모습을 보이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연예인을 할 수도 없었다”는 그는 “딸이 방문을 열면 제가 그림을 그리는 모습을 딱 보이는 각도에서 그림을 그렸다. 항상 자신을 위해 무언가 하는 엄마라는 걸 보여주려고 했다”고 밝혔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벌이지만 작품을 판매하지는 않는다. 류승룡, 류준열은 물론이고 이혜영도 마찬가지다. 한때 자신의 그림이 2000만 원에 팔리기도 했다는 이혜영은 힘겹게 그린 그림들을 팔지 않았으면 하는 남편의 뜻을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이호연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