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온라인 저널에 논문 발표…“빠른 병상 확보·의료진 경험 공유·정부의 협조 필요”
계명대 동산병원 조치흠 병원장이 최근 WHO(세계보건기구)가 발간하는 온라인 저널에 발표한 논문 중 일부 내용이다. 조 병원장은 논문에서 “2020년 봄 대한민국에서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서의 경험을 기술했다. 비슷한 상황을 겪는 다른 나라에 유용하게 활용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논문은 계명대 동산병원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의 활약과 모든 노하우를 담아냈다. 조치흠 병원장은 “코로나 발병에 대한 임상 관련 연구 간행물은 많다. 하지만 감염병 전담병원으로서 코로나19에 대한 특성 및 치료관리, 운영관리 등에 있어서는 여전히 제한적”이라며 논문의 의의을 부여했다.
그는 “신종 감염병 대규모 유행 상황에서 기존의 종합병원을 코로나19 전담병원으로 발 빠르게 전환하고 제한된 인적, 물적 자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일원화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조치흠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장. 사진=동산병원 제공
조 병원장은 대구지역에 코로나19가 대규모로 유행했을 당시, 계명대 동산의료원 산하 3개 병원 중 하나가 올해 2월 21일 코로나19 전담병원(대구동산병원)으로 지정되자, 비상대책본부장을 맡아 하루 만에 병원 건물 전체를 코로나19 환자를 위한 진료공간으로 빠르게 변경하고 전체 운영을 진두지휘한 주인공이다.
대구동산병원은 코로나19 환자 치료를 위해 병원건물 전체를 코호트 건물로 지정한 국내 첫 번째 사례였다. 지난 6월 29일까지 4개월여간 총 906명의 의료진(동산의료원 소속 402명, 파견지원 504명)이 투입돼 1048명의 코로나19 환자를 치료했다.
계명대 대구동산병원 병상수 및 대구지역 누적 코로나19 환자수, 2020년 2월18일부터 6월27일까지. 자료=동산병원 제공
병원에 따르면 조치흠 원장팀(공동1저자 감염내과 이지연 교수, 글로벌케어 김민진 연구원)은 이러한 전담병원 운영체계 확립 및 자원 활용, 진료팀 구성 및 의료인력 활용, 환자치료 및 배치 등 전담병원 시작부터 운영에 대한 모든 것을 이번 논문에 담았다.
특히, 세 가지 조치가 코로나19 발생의 어려운 상황에서 자원 및 인력 부족 등에 대처하는 데 주효했다고 설명한다.
2020 대구 코로나19 병원 배치도. 자료=동산병원 제공
둘째, 병원은 체계화된 관리 시스템 제공과 신종 감염병 대응 위해 일원화된 진료 및 운영지침을 신속하게 공유해 감염병에 대한 경험이 없는 의료진 및 직원들로 하여금 빠르게 적응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위해 모든 자원과 전문지식을 집중해 표준화된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특히 환자 치료의 오해와 부정적인 결과를 줄이기 위해, 감염병, 중환자 치료 등 치료의 일관성에 대한 표준화된 지침을 마련했다. 경증 환자(경증질환, 저산소혈증 없는 폐렴)와 중환자(심각한 폐렴, 급성 호흡곤란증후군, 다발성 장애 등)를 구분한 치료 지침도 개발했다. 이외도 코로나19 환자의 중증 폐렴 진행 상황을 예측하는 객관화된 지표도 만들어, 고위험 환자는 집중 모니터링하고 중환자실과 가까운 병동에 배치했다.
섯째 정부, 지자체 및 각 단체의 적극 협조다. 전담병원에 코로나19 환자들 집중적으로 입원시키고 필요한 자원을 지원한 것. 정부의 신속한 조치로 대구지역의 상급종합병원이 일반환자에 대한 진료 기능을 정상적으로 유지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 초기에는 동산병원 인력이 모든 코로나19 환자에게 치료를 제공할 수 있었지만 환자가 늘어나면서 피로한 인력의 해소를 위해서도 더 많은 의료인력이 절실했다. 이에 타지역의 의사들과 간호사들이 신속하게 병원으로 파견됐는데, 공공병원 의사와 간호사, 군의관, 공중보건의, 간호장교가 먼저 파견됐다. 이후 민간 간호사와 자원봉사를 하던 민간 의사들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참여했다. 의사회, 중환자의학회, 대한간호사협회 등도 자원봉사자 모집에 힘을 보탰다. 국가는 대부분의 주거비, 일비, 위험 급여 및 인력 파견과 관련된 기타 비용을 부담했다. 비정부기구인 글로벌케어(Global Care)도 파견을 지원했다.
또한 대구동산병원은 확진자 진료에 투입된 많은 의료진 중 단 한 명만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개인보호장구 착탈의에 대한 반복적인 교육 및 모니터링, 개인보호구의 적절한 공급 및 관리, 근무인력에 대한 사회적 거리 부여 규칙 등이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에 기여했다고 논문에 서술돼 있다.
코로나병동에 투입되는 비의료인력에 대한 교육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치흠 원장팀은 청소, 방역 담당 직원이나 영양 담당 직원, 요양보호사 인력 등 비의료인력의 경우 신종감염병 및 감염관리 등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았고, 타 부서에 비해 연령층이 높아 감염이 될 경우 고위험군이 될 가능성이 높은 군이었다라며, 이들 인력의 경우 병동 투입 전 의료진에 비해 여러 차례의 반복적인 교육을 실시하고 피드백을 거쳐 안전한 개인보호구 착탈의가 가능한 인력을 투입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했다고 설명했다.
이 병원 감염관리실장으로 활약한 이지연 교수는 “이번 논문은 코로나 위기상황에서 병원 전체를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전환함으로써 얻은 의료진 및 직원 보호 방안과 코로나19 전담병원 운영 및 관리에 대한 매뉴얼 등을 제시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창현 대구/경북 기자 cch@ilyod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