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 “잘린 거 신문 보고 알았다니깐요”
▲ 왼쪽부터 김서형, 신동, 김태진, 김성주. |
얼마 전 KBS 고소 관련 기자회견을 가진 김미화는 의미심장한 말을 전한 바있다.
“(방송국) 임원들이 내게 예의를 갖춰주길 바란다. 임원 여러분들이 연기자 밥줄을 쥐고 있다고 생각해서 연기자를 그렇게 함부로 대하는 것인가?”
어쩌면 프로그램에서 강제로 하차통보를 받아도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게 대다수 연예인들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번 김미화 사건처럼 거대 방송국의 일방적인 결정에 반기를 품는 이들도 종종 있어왔다. 지난 2005년 <접속무비월드>의 진행자였던 탤런트 김서형의 경우가 그렇다. 그는 <접속무비월드>의 진행을 맡은 지 한 달여 만에 프로그램이 종영된다는 통보를 받고, 이에 반발해 남은 출연분을 모두 보이콧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그는 당시 인터뷰를 통해 “6개월~1년 정도 진행을 하기로 구두 약속했기 때문에 출연 섭외가 왔던 여러 작품을 고사한 채 MC 직을 수락한 것이었는데 단 한마디 상의 없이 제작진으로부터 일방적인 종영 통보를 받았다. 이는 방송사의 횡포라고 생각했다”며 보이콧 이유를 설명했었다. 실제로 그의 말대로 해당프로그램은 종영됐지만 당시 유사 프로그램이 MC만 바뀐 채 곧바로 신설됐다. 시청률 상승을 위해 방송국이 취한 일종의 극약 처방이었는데 그 피해가 고스란히 김서형의 몫이 된 것이었다. 야심차게 새로운 도전을 시작했지만 한 달도 안 돼 그 꿈을 타의로 접어야만했던 김서형. 시간이 흐른 지금 김서형은 공교롭게 SBS 드라마 <아내의 유혹> 등으로 다시 화려하게 비상했고, 폐지됐던 <접속무비월드> 역시 다시 부활해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프로그램의 잦은 개편에 익숙한 전문 예능인들에 비해 아나운서나 아나운서 출신 방송인들은 프로그램 하차 통보를 받을 경우 그 심리적 충격이 훨씬 큰 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프리랜서방송인 김성주다. 그는 프리 선언 이후 어렵게 MBC에 다시 출연할 수 있었지만 또 다시 연이은 프로그램 하차로 마음의 상처를 입었다. 그는 MBC 복귀작이었던 <명랑히어로>와 라디오 <굿모닝 FM>에서 난생처음으로 잘려봤다고 전한다. 그는 “프로그램이 종영되며 작별인사를 한 적은 있었지만, 중간에 잘려나간 건 처음”이라며 당시의 심경을 “서러웠고 충격적이었다”고 표현했다. <명랑히어로>는 최양락에게, <굿모닝FM>은 후배 오상진 아나운서에게 자리를 물려준 김성주는 MBC 입사동기였던 PD들에게 어렵게 하차통보를 받으며 ‘이것이 직장인과는 다른 진정한 프리랜서의 길이구나’라고 느꼈다고 한다. 현재 그는 케이블 TV의 각종 프로그램에서 왕성한 활동을 보여주고 있다.
얼마 전 개편을 통해 자신이 주력하던 여러 프로그램에서 동시에 하차하게 된 아나운서 A. 그는 쿨해 보이는 성격과 다르게 하차에 대한 충격으로 한동안 술에 빠져 지낸 것으로 알려진다. 그는 지인들과의 술자리를 통해 자신에게 익숙지 않은 하차의 서러운 심경을 전한 바 있는데 “방송이 마치 서바이벌 전쟁터를 보는 것 같다”라며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고 한다. 그는 오랜 기간 자신을 괴롭히던 다이어트의 압박에서 벗어나며 헤어스타일에도 변화를 주는 등 짧은 자유를 만끽한 후 현재 또 다른 프로그램에서 맹활약 중이다.
방송국에서 출연자에게 하차통보를 하는 방법도 여러 가지다. 프리랜서 방송인으로 활동 중인 KBS <연예가중계> 리포터 김태진은 얼마 전 자신이 MC를 맡고 있던 한 프로그램의 제작진으로부터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고 한다. 1년 가까이 진행하기로 약속했던 프로그램에서 남녀 MC 모두 중도 교체된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것. 개편으로 인한 하차가 방송가에서는 워낙 비일비재해 별다른 느낌이 없었다는 그였지만, 며칠 후 황당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고 한다. 개편을 통해 MC 진용이 전부 바뀐다는 얘기를 전할 수밖에 없는 제작진의 입장을 이해했던 그이지만 며칠 뒤 해당 방송에선 그의 얼굴만 볼 수 없었다고 한다. MC 전원 교체가 아닌 김태진만 홀로 하차한 것으로 결국 제작진의 거짓말이 들통난 셈이다. 그는 “나만 자르겠다고 솔직히 얘기했으면 그래도 그들의 입장을 한 번 더 이해할 수 있었다”면서 “제작진 측의 거짓된 통보방식을 탓했으며, 더불어 ‘명확한 이유도 대지 못한 채 내키지 않는다고 무조건 자르는 것’은 PD의 특권이 아닌 월권”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런가 하면 그룹 슈퍼쥬니어의 신동은 자신이 ‘라디오스타’에서 하차하게 됐음을 동료 멤버를 통해 들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를 전한 바 있다. 그가 김구라 신정환 윤종신 등과 ‘라디오스타’ 초창기 시절 MC를 보던 어느 날이었다. 같은 슈퍼쥬니어 멤버인 김희철이 “너 프로그램 하나 관둔다며?”’라고 물어 왔고, 금시초문이던 신동은 그제야 신문을 통해 ‘신동, 2집 앨범 준비 관계로 라디오스타 하차’라는 기사를 접했다고 한다. 그는 실제로 ‘라디오스타’에서 작별인사도 없이 화면에서 사라졌는데, 그의 빈자리는 그 즈음 예능 복귀 선언을 한 김국진이 메웠다. 시간이 흐른 뒤 ‘라디오스타’에 게스트로 출연하게 된 신동은 “오늘 이갈고 나왔다”는 뼈있는 농담을 건네 옛 동료 MC들을 포복절도하게 만들었다.
한편 라디오 DJ계의 일명 ‘저니맨’(해마다 또는 자주 팀을 옮기는 운동선수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으로 불리는 김흥국은 자신의 잦은 이직은 강제하차가 아닌 자진하차가 이유라고 설명한다. 그는 “사람들은 내가 라디오 생방송 도중 하도 실수를 많이 해서 잘려서 다른 방송사로 옮겨 다니는 줄 안다”며 “자신은 단 한 번도 프로그램에서 잘려본 적이 없다”고 전한다. 그가 오랜 세월 방송을 하며 잘리지 않는 비결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는 “PD나 작가가 나를 자를 거 같다는 감이 오면 그럴 때 알아서 먼저 그만둔다”면서 “그러다 보니 누군가에게 정리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며 자신의 특유의 감을 코믹하게 들려줬다.
주영민 연예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