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조롱 신동수 ‘방출 철퇴’, 동료 나체 공개 최준용 ‘출장 정지’…기성용 페북 파문 이후 7년 만에 인스타 시작
최준용은 또 하나의 ‘스타플레이어의 소셜미디어 오용 사례’로 남게 됐다. 사진=KBL 제공
소셜미디어는 스포츠 스타들에게 ‘양날의 검’으로 작용한다. 개인의 일상, 생각 등을 공유하며 팬들에게 한 발 더 다가가는 장이 될 수 있다. 구단과 리그를 홍보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잘못 사용하면 독으로 돌아온다. 과거 국내산 소셜미디어의 일종이었던 ‘싸이월드’ 시절부터 온라인상에서 종종 선수들이 경솔한 언행 등으로 뭇매를 맞아왔지만 이 같은 일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다.
신동수는 비공개 계정을 은밀히 운영했지만 발각과 퇴출을 피하지 못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12월 초 야구계에 충격을 안긴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 소속 신인 내야수 신동수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그의 일탈이 공개됐기 때문이다.
신동수가 온라인상에서 비공개로 은밀히 벌여왔던 행동은 팬들은 물론 야구계 인사들에게도 놀라움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야구팬과 장애인을 조롱하는 발언을 일삼았을 뿐만 아니라 야구계 선배를 ‘강간범’으로 지칭하는가 하면 또 다른 선배의 사생활을 공개하기도 했다.
특히 이번 시즌 2군 생활을 한 그가 2군 타격코치를 향해 수차례 조롱을 이어간 부분은 팬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조롱 대상이 된 코치의 자녀가 눈물을 쏟았다는 후문도 뒤따랐다. 신동수를 향한 비판 여론은 급물살을 탔다.
결국 삼성 구단은 지난 7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신동수의 방출을 결정했다. 2군에서 신인 시즌을 보낸 그는 퓨쳐스리그 52경기에서 109타석 17안타 타율 0.156를 기록했다. 자유의 몸이 됐지만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징계는 신동수에게만 내려진 것이 아니다. 그의 계정에 댓글을 달며 ‘동조’한 또래 선수들도 징계를 받게 됐다. 팀 동료 내야수 김경민, 내야수 양우현, 투수 황동재가 200만 원 이상의 벌금과 사회봉사 처분 등을 받았다. 신동수의 영향력은 다른 구단까지 미쳤다. 한화 이글스 투수 남지민에게도 벌금이 부과됐고 두산 베어스는 소속 투수 최종인에게 주의 처분을 내렸다.
#사상 초유의 사태, 동료 선수 나체 사진 공개
신동수에게 ‘방출 철퇴’가 확정된 12월 7일, 프로농구 SK의 포워드 최준용도 인스타그램에서 ‘소동’을 일으켰다. 팬들과 소통을 위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던 중 자신의 휴대전화 사진첩에 저장돼 있던 팀 동료의 나체사진이 공개된 것이다. ‘우발적 사고’였다. 최준용 본인도 당황하며 방송을 곧 종료했다. 곧장 팀 동료와 방송 시청자들에게 사과도 전했다.
리그 내 파급력은 신동수에 비해 컸다. 2020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8라운드에 지명됐고 1년 내내 2군에서 대타자원으로 활약한 무명인 신동수와 달리 최준용은 국가대표팀에서도 중용되는 리그를 대표하는 스타플레이어다. 평소 소셜미디어를 통한 팬들과 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던 선수다. ‘사고’가 일어난 현재에도 그의 인스타그램 팔로어는 1만 명을 훌쩍 넘기고 있다.
징계는 피할 수 없었다. 이틀 뒤인 9일 KBL 재정위원회가 열렸고 5경기 출장정지와 제재금 300만 원의 징계가 내려졌다. SK 구단은 오는 1월 4일부터 진행되는 올스타전 팬투표의 대상 선수에서 최준용의 제외를 요청하기도 했다. 소속팀 문경은 감독은 구단 자체 징계 계획도 밝혔다. 알몸 사진이 노출된 피해 선수가 눈물을 흘렸다는 소식도 전했다.
#‘반면교사’되지 못한 과거 사례
짧은 간격을 두고 리그를 뒤흔든 소셜미디어 내 사건이 터졌다. 이 같은 논란이 처음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지 못한 선수들의 일탈은 계속되고 있다.
신동수 건으로 남지민에게 징계를 내린 한화는 앞서 2017년에도 유사한 사건을 겪은 바 있다. 당시 구단 소속 외야수 김원석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팬과 주고받은 메시지가 공개되며 논란이 터진 것이다. 그는 코칭스태프, 팬, 소속 팀 등을 비하한 사실이 밝혀졌다. 치어리더, 연고지, 심지어는 전태일 열사까지도 조롱했다. 김원석은 방출을 피하지 못했다.
때론 소셜미디어가 ‘폭로의 장’이 되기도 한다. 앞서 장성우, 류제국 등은 제3자의 사생활 관련 폭로로 영향을 받았다. 폭로의 시작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이었다. 지난 8월에는 K리그 FC 서울 소속 수비수 윤종규에 대한 폭로가 인스타그램에서 이어지기도 했다. 한 익명의 계정은 그가 팀 동료, 감독 등을 폄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선수 측에서 반박에 나섰고 구단이 사실 확인에 나서자 문제의 계정이 “사과하고 싶다”고 밝히며 ‘해프닝’으로 일단락됐다.
한국 축구를 대표하는 스타 기성용도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어린 시절 싸이월드에 경기력을 질타하는 팬들을 향해 ‘답답하면 니들이 뛰던가’라는 말을 남긴 사건은 이제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는 추억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2013년 비공개 페이스북 계정이 세상에 알려지며 큰 파문을 낳았다. 국가대표 감독을 향한 듯한 조롱 발언으로 화제를 모았다.
결국 대한축구협회의 ‘엄중경고’로 일단락됐지만 한동안 이어진 팬들의 반감을 피하진 못했다. 약 7년이 흐른 지난 11월에서야 기성용은 개인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해 소셜미디어 활동을 조심스레 재개했다.
해외에서도 소셜미디어의 부작용 사례는 많다. 부상으로 신음하다 최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이적 이후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공격수 에딘손 카바니는 소셜미디어에서 한 팬을 향한 고마움을 표현하며 ‘네그리토(negrito)’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영어의 ‘니그로(negro)’와 같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스페인어 단어다. 남미권에서는 친근감의 표현이지만 영어권 국가에서 활약 중이며 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스타선수라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 차원의 출장 정지 징계가 전망되고 있다.
이외에도 스포츠 스타 관련 소셜미디어 내 사건·사고는 끊임없이 이어져왔다. 이에 일부 구단에서는 ‘선수들의 게시물을 제한한다’는 뒷말까지 들려오기도 했다. 최준용 사태를 지켜본 안양 KGC 인삼공사 김승기 감독은 “선수들의 소셜미디어를 단속할 수는 없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 “구단도 조심해야 한다. 스타선수들은 자신의 영향력에 맞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