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을수록 조회수·팔로어 ‘쑥’ PPL 수입 늘어…‘부계’ 만들어 부수입 창출도
기업 마케팅 관계자는 “마케팅 채널 자체가 SNS로 넘어갔다. 인플루언서가 중요한 마케팅 수단이 되면서 일단 무조건 팔로어를 늘려야 수익성 있는 계정이 된다”며 “인플루언서에게 마케팅 비용을 태울 때 인플루언서의 구독자수, 팔로어, 콘텐츠 조회수 등에 따라서 지급비용에 차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마케팅 전문가는 “콘텐츠에 제품을 녹여 PPL을 하는 방식은 블로그와 비슷하다. 매체만 옮겨간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사용자가 블로그에 몰려있던 당시와 달리 요즘엔 유튜브, 틱톡,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카카오 등 SNS끼리의 경쟁이 치열하다보니 선정적으로 흘러가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입과 직결되는 팔로어와 조회수를 가장 쉽고 빠르게 올릴 수 있는 방법으로 선정적인 사진이나 영상을 선택하는 것”이라 꼬집었다.
최근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홈트족’이 많아지면서 스포츠웨어나 다이어트 관련 계정이 더 많아졌다. 때문에 노출도 좀 더 자연스럽게 포장할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캡처
최근 ‘뒷광고’ 논란이 일었던 유튜브에 비해 인스타그램은 PPL이 좀 더 자유롭다.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이든 ‘대놓고 PPL’이든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분위기다. 유튜버에 비해 인스타그램 인플루언서의 부가수익이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인스타그램은 사진 위주라 좀 더 은근한 PPL이 가능하다. 구독자수가 많은 인플루언서의 라이프스타일은 그 자체로 콘텐츠이자 PPL 채널이 된다. 영상 위주인 유튜브보다 좀 더 자연스러운 면이 있다.
최근엔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대유행) 영향으로 ‘홈트족’이 늘면서 스포츠웨어나 다이어트 관련 계정이 더 많아졌다. 때문에 노출도 좀 더 자연스럽게 포장할 수 있다. 주제는 ‘러닝’이지만 섹슈얼을 가미한다. 거기에 스포츠브랜드나 식품브랜드의 PPL을 자연스럽게 녹이는 식이다.
요가와 홈트 사진을 주로 올리는 한 인플루언서는 “처음엔 그냥 운동복을 입고 홈트를 하는 사진을 올리다가 반응이 없어서 야한 옷으로 바꿨더니 금방 팔로어와 좋아요가 늘었다”며 “운동 자체보다는 어떤 옷을 입고 어떤 자세로 운동을 하느냐에 따라 반응이 달라지는 것을 느끼고 복장의 수위를 높이게 되더라. 팔로어가 늘어나면서 조금씩 PPL이 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창기에 네이버 블로그에 올인해 파워블로거까지 됐다가 광고글 수위 제한으로 계정이 막혀 최근 인스타그램으로 갈아탔다는 또 다른 인플루언서는 “일단 팔로어가 많아지고 ‘좋아요’가 늘면 DM(다이렉트 메시지)으로 마케팅 문의가 많이 들어온다. 금액이나 요구도 천차만별이지만 잘만 하면 대기업 월급 정도는 나온다”고 말했다.
이 인플루언서는 “패션 쪽 일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인스타그램을 시작하게 됐는데 수입이나 스트레스 강도가 회사 다니는 것보다 나아서 아예 일을 그만두고 인스타그램 마케팅만 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인스타그램에서 나오는 수입이 더 절실하다. 지금은 속옷 착장도 한다”고 전했다.
그리 많지 않은 수의 팔로어를 가졌지만 나름의 영향력을 가진 일명 ‘마이크로 인플루언서’들도 있다. 자신의 본 직업 외에 부업 삼아 인스타그램 등의 SNS 계정을 유지하면서 부수입을 올리는 것이다. 여러 개의 직업을 가진 ‘N잡러’들도 인스타그램 등 SNS를 활용해 용돈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 예능에서 활용하는 ‘부캐’처럼 본 계정 외에 또 하나의 새끼 계정인 ‘부계’를 만들어 테마별로 이를 활용하는 경우도 많다. 본 계정의 팔로어가 부계의 팔로어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유리해 여러 개의 부계를 운영하는 인플루언서도 상당수다. ‘본계’는 계속 유지하고 필요에 따라 부계를 키워 사고팔기도 한다. 계정만 다른 여러 개의 블로그를 동시에 운영하면서 상당한 마케팅 수익을 벌어들였던 블로거의 바이럴 마케팅 방식과 유사하다.
보는 사람이 많아지면 계정의 콘텐츠에 관계없이 광고가 들어오면서 돈과 직결된다. 섹슈얼이든 노출이든 팔로어를 늘리는 데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 인스타그램 본사가 미국에 있고 전 세계 사용자가 있는 서비스이기 때문에 과연 선정성의 기준을 어떻게 잡을 것인가의 문제도 있다. 인스타그램은 네이버 블로그와 달리 팔로어가 많은 인플루언서가 된다고 해도 광고성 게시물에 대한 제재가 없다.
인플루언서와 기업을 연결하는 광고 회사 관계자는 “수입이 거의 없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코로나19로 인해 수입이 끊긴 화류계 쪽에는 좀 더 자극적인 사진과 함께 제품 홍보 PPL을 올리기도 한다. 마케팅을 의뢰한 회사는 팔로어와 조회수 등이 더 중요하기 때문에 콘텐츠 내용에 관계없이 단기간에 조회수를 늘리기 위한 방법을 쓰는데 아무래도 벗는 콘텐츠가 효과가 좋다”고 말했다.
이송이 기자 runaindi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