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개발이 백신보다 시간·비용 덜 들어…임상 실패 재무적 타격 대비해 기술수출도 고려
#백신 등장에도 치료제 연구 계속되는 까닭
최근 미국 등 일부 국가가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하면서 코로나19가 종식될 것이라는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브렛 지로어 미국 보건부 차관보는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ABC뉴스에서 “우리가 백신을 생산하면 코로나19 팬데믹이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로어 차관보의 예측대로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치료제 개발은 무의미한 일일까.
그러나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 중인 한 바이오업체 관계자는 “지금 개발 중인 백신은 장기간의 추적 결과를 본 것이 아니기에 앞으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모르고, 백신을 맞았다고 100% 예방된다고 할 수도 없다”며 “신종플루도 아직 종식된 게 아니고, 백신도 없지만 치료제가 있어서 안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전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후 바이오업체들이 코로나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 최근에도 백신 접종 여부와 무관하게 치료제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서울역광장 앞 임시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임준선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29건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승인했으며 이 중 21건이 현재 진행 중이다(관련기사 임상 29건 승인 21건 진행중…국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지도). 반면 식약처가 승인한 코로나19 백신 임상은 5건으로 치료제에 비해 그 수가 적다. 백신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치료제에 비해 많기 때문이다. 이 때문인지 중소 바이오업체들은 대부분 백신보다 치료제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는 대부분 약물재창출이나 혈장치료제를 통해 개발되고 있다. 약물재창출이란 다른 질병 치료에 쓰이거나 개발 중인 약물의 용도를 바꿔 새로운 질병 치료제로 만드는 것이다. 에볼라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현재 코로나19 중증환자에게 쓰이는 렘데시비르가 대표적인 예다. 혈장치료제는 완치된 환자의 혈액에서 항체를 분리해 만든 치료제다.
기존에 있던 약물이나 완치자의 혈액 등을 사용하는 치료제와 달리 백신은 약물 후보물질을 처음부터 개발해야 한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백신은 바이러스를 채취하고 분석한 후 후보 물질을 찾는 등 과정이 복잡하다”며 “치료제 임상은 확진자를 대상으로 진행하면 되지만 백신 임상은 일반인에게도 시험을 하기에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치료제 경제효과
통계적으로 임상시험 약물이 의약품으로 최종 허가받을 확률은 10% 수준이다. 임상시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임상에 실패하면 재무적 타격이 적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치료제 기술 수출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기술 수출이란 예비 신약 기술에 대한 권리와 판권 등을 판매하는 것으로 기술을 사들인 기업은 임상시험을 공동으로 진행하고, 독점 판매 권리를 가진다.
바이오업계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제뿐 아니라 모든 신약 개발에서 기술 수출을 고려하기 마련”이라며 “독자적으로 개발에 성공하면 얻는 이익이 크지만 들어가는 비용과 위험 부담도 크기에 대부분 업체들은 기술 수출에 대한 가성비를 따져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임상시험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임상에 실패하면 재무적 타격이 적지 않다. 이에 일각에서는 치료제 기술 수출이 이뤄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서울시청 광장 앞에 설치된 임시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사람들이 줄 서 있는 모습. 사진=이종현 기자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성공하면 수많은 업체들이 해당 치료제 성분 관련 연구를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치료제를 개발해도 해외 업체가 비슷한 치료제를 잇달아 개발하면 경제적 이익이 크지 않을 수 있다. 특히 규모가 크지 않은 업체들은 대량생산에 한계가 있어 선점 효과를 누리기도 쉽지 않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대부분 치료제가 약물재창출을 통해 개발 중인 만큼 성분만 알면 다른 업체가 치료제를 만드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면서도 “각 나라별로 임상을 거쳐 허가를 받아야 하기에 성분을 알더라도 단기간 내 치료제를 개발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증권가에서 주목받는 코로나19 테마주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업체들이 테마주로 묶이면서 2020년 주식시장에서 큰 존재감을 보였다. 증권가에서는 코로나19 테마주에 대한 묻지마 투자는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달미 SK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에 대한 적극적인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고 한국 정부도 적극적인 지원 정책을 펼치고 있다”면서도 “국내 바이오업체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의 수혜를 받을 수 있으나 무분별한 투자는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심지어 주가부양을 목적으로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을 한다는 소문도 들린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없을 걸 알고도 주가부양을 위해 임상을 진행하는 곳이 꽤 있는 것으로 안다”며 “심지어 어떤 업체는 메르스 치료제를 개발할 때 발표한 자료를 일부 문구만 바꿔서 그대로 발표한 것도 봤다”고 전했다.
최근 기관이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업체의 주식을 매수하는 것도 눈길을 끈다. 지난 12월 15~22일 기관이 매수한 부광약품의 주식은 32만 8162주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관은 녹십자 주식 18만 9766주, 셀트리온 주식 3만 7648주, 대웅제약 7636주 등을 사들였다. 덕분에 이들 업체의 주가도 상승세를 탔다.
다른 증권사 연구원은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급증하고 있지만 백신 도입은 늦어지면서 치료제가 주목받는 것으로 보인다”며 “치료제 개발에 대한 긍정적인 소식이 들리는 반면 영국에서 변종 코로나19가 등장해 백신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고 전했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