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비리 혐의 모두 유죄, 조국 공모도 인정…사모펀드 일부 무죄에도 “방어권 줄 이유 없어”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의혹 등으로 기소된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12월 2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지방법원에서 열리는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박정훈 기자
정경심 교수는 조국 전 장관과 공모해 딸 조민 씨가 실제 인턴활동을 하지 않았는데도 2009년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에서 인턴활동을 했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발급받아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혐의는 사문서위조와 자본시장법 위반, 증거은닉교사 등 모두 15개. 크게 분류하면 △동양대 표창장 위조 등 자녀 입시비리 의혹 △사모펀드 자금 횡령과 차명 투자 의혹 △증권사 직원을 시켜 관련 증거를 인멸한 의혹 등이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 25-2부(재판장 임정엽)는 이 가운데 자녀 입시비리에 대해서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 딸 조민 씨는 인턴활동을 한 사실이 없고 세미나 뒤풀이 활동을 위해 중간 이후에 온 것으로 확인된다”며 “인턴활동에 관해서는 모두 허위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정 교수 입시 비리 혐의 전체를 유죄로 인정했다. 동양대 표창장 또한 스캔한 뒤 출력했다고 판단했고, 부산대 의전원에 제출한 자료도 허위라고 판결문에 명시했다. 또한 호텔에서 인턴을 했다는 증명서와 동양대 봉사활동 등도 모두 허위라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조국 전 장관의 공모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공익인권법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한인섭 센터장의 확인 없이 임의로 작성, 위조했다. 조국 전 장관의 위조 사실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증거인멸 과정에 있어서 조국 전 장관의 공모 혐의도 인정했다. 조국 전 장관과 공모해 자산관리인에게 동양대 PC 반출을 시도했다고 본 것이다.
정 교수 측은 조민 씨 입시 과정에 경력 과장이 다소 있었더라도 죄가 될 만한 부정은 없었고,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는 모르는 일이며 위조할 능력도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총장 직인 파일 등 핵심 증거들이 발견된 동양대 PC에 대해서는 권한이 없는 조교 등으로부터 검찰이 위법하게 제출받은 것이라며 증거로 쓸 수 없다고 반발했지만 재판부는 “증거 확보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검찰의 손을 들어줬다.
사실 이는 그동안 재판부의 심증을 통해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판단이었다. 재판부는 공판 과정에서 일체의 혐의를 부인하는 정경심 교수에게 “조국 씨는 청문회 준비하는 빌딩에서 자고 있는 게 아니잖아요. 집에 들어갈 것 아니에요. 증인 얘기에 따르면 조국 씨와 피고인은 아무 대화를 안 한 거예요?”라며 답답한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예상대로 무죄 나온 코링크PE
하지만 모두 유죄가 나온 것은 아니었다. 재판부는 정경심 교수의 사모펀드 비리 혐의 중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PE) 관련 횡령 혐의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미 법조계에서 예상했던 부분이었다. 또 공소사실 가운데 정 교수가 남동생 명의의 계좌를 빌려 10회에 걸쳐 탈법 목적의 금융거래를 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되지 않아 무죄”라고 판단했다.
그럼에도 미공개 정보 이용에 대해서는 일부분 유죄가 선고됐다. 5촌 조카 조범동 씨로부터 미공개 정보를 제공받고 2018년 1~11월 합계 7억 1300만 원 상당의 더블유에프엠(WFM) 주식을 장내·외에서 매수한 혐의에 대해서는 “장외매수와 관련한 부분은 증거가 불충분해 무죄로 판단하지만 2018년 1월과 6월, 11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으로 인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는 유죄”라고 판단했다.
2017년 7월~2019년 9월 공직자윤리법상 재산등록의무 및 백지신탁 의무 회피 목적으로 3명의 차명계좌 6개를 이용해 총 790회 걸쳐 입출금을 하는 등 금융실명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도 “재산내역을 은폐할 의도가 있었다고 본다”고 유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국 전 장관의 공모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조 전 장관은 공익인권법센터 직원의 도움을 받아 한인섭 센터장의 확인 없이 임의로 작성, 위조했다. 조국 전 장관의 위조 사실이 인정된다”고 언급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결국 구속된 배경은?
일부 혐의에서는 무죄를 판단했지만, 재판부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하고 정 교수를 법정구속 했다. 당초 ‘구속될 정도로 중하다’면서도 ‘정치권을 고려해 방어권을 명분 삼아 풀어주지 않겠느냐’는 관측도 나왔었지만 재판부는 집행유예가 불가능한 징역 4년과 함께 곧바로 법정구속을 했다. 이런 결정은 ‘입시 비리와 혐의 일체 부인’이 주된 배경이 됐다.
정 교수는 △사문서 위조 △위계공무집행방해 △업무방해 △사기 허위공문서 작성 등 입시 비리 관련 7개 혐의 모두 유죄가 나왔다. 법원 관계자는 “앞선 숙명여고 교사의 자녀 입시 비리 때도 해당 교사가 실형을 선고받지 않았나. 그보다 더 중한 대학원 진학을 위해 표창장을 위조한 것도 실형이 불가피하다는 게 법조계 다수의 관측이었다”고 설명했다.
증거를 인멸한 점, 재판 내내 혐의를 일체 부인한 점도 법정구속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평이다. 정 교수 측은 또 자산관리인 김경록 씨와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들을 시켜 증거들을 없앤 혐의에 대해선, 자기 재판 증거를 없앤 건 죄가 안 된다는 이유 등을 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증거인멸에 대해 “재산관리인과 PC를 반출했다. 증거인멸 공동전범”이라고 판단했는데, 이는 ‘방어권’을 줄 수 없는 이유가 됐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서울고등법원의 한 판사는 “통상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형을 집행하지 않고 풀어주려면 죄를 뉘우치고 피해자들과 합의를 하거나, 추가적으로 증거 인멸 및 핵심 증인들에 대한 진술 짜맞추기 등의 가능성이 없어야 ‘방어권’ 개념을 줄 수 있는데 정경심 교수는 묵비권을 활용해 진술을 일체 하지 않거나 혐의를 전면 부인하지 않았나, 상식적으로 불구속 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선고 과정에서 재판부는 “일부 증인들은 허위 진술을 했다”며 조국 전 장관 측 증인들의 발언 신빙성을 문제 삼기도 했다. 앞선 판사는 “자유로운 몸이라면 2심 재판 등에서 또 진술을 짜맞출 수 있지 않느냐. 증인들의 진술에 대해 허위로 판단한다는 부분을 언급한 것은 정경심 교수를 법정구속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설명하기 위한 것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환한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