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애플카’ 외주 생산 맡을 마그나와 합작…이 과정서 확보한 5000억 원 활용도 주목
지난 12월 9일 2020 한국전자전(KES)에서 한 관람객이 LG전자 콘셉트카 ‘커넥티드 카’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2014년 애플의 자동차산업 진출계획을 담은 ‘타이탄(Titan)’ 프로젝트가 외부에 알려졌다. 아이폰으로 모바일 혁신을 이끌어 낸 애플이기에, ‘애플카(Apple Car)’의 등장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혁신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됐다. 하지만 정작 이 분야에서 먼저 두각을 나타낸 것은 테슬라였다. 주가도 테슬라가 훨씬 큰 상승세를 보였다. 2019년까지 주가매출액비율(PSR)은 애플이 4배, 테슬라가 3배였다. 하지만 2020년에는 각각 6배와 13배로 역전됐다. 이젠 스마트폰보다 미래형 자동차에 시장이 더 큰 기대를 하고 있다는 뜻이다.
테슬라가 전세계 자동차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이유는 ‘선구자’이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에서는 2030년까지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은 25%를 차지하고, 이 중 테슬라가 20%를 점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테슬라가 선도업체이지만 결국 전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고작 5%다.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 비중이 계속 커질 것을 고려하면 시장을 지배할 강자가 출현했다고 보기에는 시기상조다.
애플과 구글의 미래형 자동차 시장 진출이 언젠가 현실화될 것이라는 전망에는 이견이 없다. 관건은 방법과 시기다. 제조 부문이 없는 구글은 일찌감치 기술만 제공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는 평가다. 애플은 아이폰처럼 외주생산 방식을 택할 것이 유력하다. 일론 머스크도 트위터에 한때 재정악화로 애플에 테슬라 지분인수 투자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애플은 이에 응하지 않았다고 한다.
세계 최대 완성차 업체인 폴크스바겐그룹은 지난 10년간 약 1800억 달러의 고정비 투자를 한 것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애플의 투자는 1000억 달러다. 이 기간 평균 영업이익률은 폴크스바겐이 7%, 애플이 28%다.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은 각각 6.3배와 16배다. 그만큼 완성차 제조에 직접 나서는 것은 이익을 높이는 데 어려움이 많다. 협력업체와 노동조합 관리도 필요하다. 애플은 최근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에 진출하면서도 위탁생산을 택했다.
일론 머스크는 얼마전 ‘배터리데이’에서 테슬라의 비전을 제시했다. 전세계에서 전기차와 자율주행자를 가장 잘 만드는 제조회사다. 제조업에서는 생산이 늘수록 고정비 부담이 줄고 수익성은 가파르게 높아진다. 하지만 테슬라와 애플카는 자율주행 전기차의 접근 방식이 다르다.
애플이 외주 생산을 택한다면 파트너는 누가 될까. 아이폰을 위탁 생산하고 있는 폭스콘(Foxconn) 역할을 할 유력한 기업이 캐나다 마그나인터내셔널(마그나)으로 LG전자가 최근 합작하기로 한 상대다. 시장 관측대로 애플이 2024년 자동차를 생산하려면 최소 3년 전부터 생산준비를 해야 한다. 이번 합작 시점과 꼭 맞아 떨어진다.
마그나는 그동안 폴크스바겐, 애스턴마틴, BMW의 생산을 도왔다. 하지만 전기차 분야에서 경험이 충분치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LG그룹은 전기차 배터리에서부터 각종 디스플레이와 전자제품 부분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업체와의 협력 경험도 풍부하다. 애플과도 아이폰의 핵심부품을 공급하면서 신뢰를 쌓았다. 코로나19 상황에서 한국이 비교적 방역이 잘된 점을 감안하면 공급 안정성 면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을 만하다. 마그나에는 최적의 파트너인 셈이다.
LG전자의 합작 방법도 눈길을 끈다. LG전자의 전기차 부품 사업부문을 물적분할로 떼어 낸 후 지분 50%를 마그나에 5000억 원을 받고 매각하는 방식이다. 합작이지만 투자 유치에 가깝다. 그만큼 마그나가 LG전자를 더 필요로 했다는 뜻이 된다.
한편 LG전자는 5000억 원의 유동성을 확보하게 됐고, 특별이익으로 반영될 가능성이 커졌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상속세 부담으로 배당소득이 절실하다. 합작계약으로 LG전자 우선주와 (주)LG 우선주가 특히 강세를 보인 이유다. 다만 처분시점은 7개월 후다. 2020년 LG전자 손익과 배당에는 반영이 어렵겠지만, 2021년 회계연도 배당 확대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안전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