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규명위 “합격자 내정하고 계속 참가 신청 받아”…엠넷 ‘아이돌학교’ 논란과 유사, 제작진 ‘침묵’
TV조선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인 ‘내일은 미스트롯2’의 첫 방송을 앞두고 참가자 내정 의혹이 불거졌다. 사진=TV조선 제공
그러나 방송 초기부터 크고 작은 잡음도 들려온다. 2020년 12월 17일 첫 방송 전후를 기점으로 불거진 ‘참가자 내정설’이 대표적이다. 미스트롯2 오디션에 참가 신청을 냈던 지원자들이 “이미 출연진 100명이 모두 결정된 상태에서 계속해서 참가 신청을 받은 뒤 일괄 탈락시켜 일반인 지원자들은 프로그램의 경쟁률만 높여준 꼴이 됐다”며 폭로하고 나선 것.
한 지원자는 “미스트롯2는 6차에 걸쳐 지난 10월 31일까지 지원자 추가모집을 진행했는데 모집 기한이 끝나지도 않은 10월 27일에 갑자기 예선 참가자 100인의 티저 촬영을 완료했다는 기사가 나왔다”며 “지원자들로서는 공식 일정만 보고 마감 기한까지 참가 신청을 넣고 있었는데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황당해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지원자들이 가장 큰 문제로 꼽았던 미스트롯2의 5~6차 참가 지원자 모집 타임라인은 이렇다. 2020년 10월 15일까지 5차 모집을 진행한 미스트롯2 측은 마감 후 같은 달 31일까지 6차 모집을 시작했다. 그런데 아직 6차 모집이 진행되는 중이던 23일부터 최종 합격자들의 티저 촬영이 시작됐고, 29일에는 이날 촬영된 영상이 공개됐다. 지원 기간이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부적으로 이미 최종 합격자들을 다 정해 놓고, 추가 지원자들을 ‘들러리’ 취급한 것이 아니냐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앞의 지원자는 “10월 29일 티저 영상이 공개된 뒤 31일 예정된 마감일에 맞춰서 5, 6차 지원자들의 참가 신청 메일이 한꺼번에 확인됐다는 이야기도 나왔다”며 “11월 9일이 첫 녹화였으니 정상적으로 마감 기한을 지켜 신청 접수를 했더라도 그 기간 내에 합격자를 선별하긴 어려웠을 것이다. 애초에 추가 접수에서 지원자들을 더 받으려 한 게 아니라 단순히 경쟁률을 높이기 위해 일반인 지원자들을 이용한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지원자들의 불만은 성명문으로 이어졌다. 크리스마스이브인 2020년 12월 24일 미스트롯2 지원자들로 구성된 ‘미스트롯2 진상규명위원회’는 “미스트롯2는 첫 방송 전부터 지원자 오디션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진행방식으로 공정성 논란을 야기했다”며 불거졌던 논란을 하나씩 짚었다.
‘미스트롯2 진상규명위원회’가 지난 24일 공개한 진상규명 촉구 성명문. 사진=‘미스트롯2 진상규명위원회’ 제공
출연진이 마감 기한에 비해 일찍 결정됐다면 조기마감 후 사과문을 올리거나 참여 예정이었던 예비 지원자들에게 양해를 구했어야 하지만 어떤 조치도 없었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그러면서 “필요에 의해 출연진을 섭외하는 것은 문제 삼기 어렵지만, 그 과정에서 일반인 지원자들은 모집대상에서 제외돼 심사조차 못 받고 탈락된 상황이라면 누가 납득하고 이해하겠나”라며 “국민들을 상대로 경연을 진행한 만큼 공정성은 기본이 돼야 한다. 하지만 미스트롯2는 이미 공정성을 상실했고, 지원자들을 상대로 기만하고 우롱했다”며 미스트롯2 제작진 측이 이 같은 논란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힐 것과 함께, 지원자들에게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줄 것을 촉구했다.
논란이 불거진 것은 12월 16일, 성명문이 공개된 것은 12월 24일이지만 성명문 공개 시점에서 일주일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 미스트롯2 측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출연진 내정 의혹이 제기된 초기에 “내부적으로 확인해 보겠다”는 것이 전부였다.
2020년 12월 17일 첫 방송 이후 세 번째 방송을 앞두고 있는 현재까지도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것을 두고 지원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을 제기해도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고, 반면 방송 시청률은 잘 나오니 반응하지 않겠다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터져 나오고 있다.
2019년부터 불거진 음악전문 채널 Mnet(엠넷)의 각종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의 투표 조작과 출연진 비공개 내정 등 공정성 논란은 대중에게도 큰 충격을 준 바 있다. 논란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Mnet의 간판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 시리즈’를 비롯해 ‘아이돌학교’ 등 문제 프로그램을 두고 “실낱같은 희망을 안고 도전한 지원자들을 농락했다”는 거센 비난이 쏟아지기도 했다.
이번 미스트롯2 지원자들 역시 현 상황이 Mnet의 전례 가운데 ‘아이돌학교’와 유사하다며 대중의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아이돌학교’의 경우 출연자를 뽑는 예선 오디션에 3000명의 지원자가 몰렸지만 실제 방송에 출연한 이들 대다수가 이 오디션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폭로가 터져 나온 바 있다.
더욱이 당시 제작진이 이 같은 폭로에 대해 “3000명은 일반 전형이고 나머지는 수시 전형”이라는 황당한 해명을 해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이 해명을 MBC ‘PD수첩’이 확인한 결과 3000명 오디션에서 합격해 방송에 출연할 수 있었던 연습생은 40명 출연자 가운데 단 한 명뿐이었다. 이처럼 공정성을 가장 큰 가치로 삼아야 할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비슷한 의혹이 불거진 만큼 제작진이 명쾌한 답변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소속사에서 진행하는 일반적인 오디션이 아니라 방송이므로 화제성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 인지도가 있는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에게 참가를 종용하는 일은 아주 드물진 않다”며 “참가 인원수가 정해져 있다면 일정 비율을 그런 이들로 채우고 나머지를 일반인 참가자들에게 배정하는 식”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인 지원자들이 보기엔 100명을 뽑는다면 100명 모두 공식적으로 지원 시스템을 통해 선발되는 것이라고 믿었다가 뒤통수를 맞는 격이기 때문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며 “다만 아직 의혹 수준이고 최종 결승 같은 중요한 지점에서 불거진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제작진이 공식 답변을 할 정도로 아주 큰 이슈가 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