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 검사 수사권 박탈 국회 통과 추진…‘비숲3’에선 황시목 수사 연기 못 볼 수도
어린 시절 뇌수술 이후 감정 기능이 거의 상실됐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설정된 황시목 검사는 이상적인 검사로 그려졌다. 그렇지만 황 검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뛰어난 수사력이다. 사진=JTBC ‘비밀의 숲2’ 홈페이지
최근 몇 년 새 가장 사랑받은 검사 캐릭터는 JTBC 드라마 ‘비밀의 숲’ 시리즈의 황시목 검사(조승우 분)다. 어린 시절 뇌수술 이후 감정 기능이 거의 상실됐지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는 인물로 설정된 황 검사는 이상적인 검사로 그려졌다. 황 검사의 가장 큰 매력은 역시 뛰어난 수사력이다. ‘비밀의 숲’ 시즌1에서 황 검사는 탁월한 두뇌와 이성적인 판단으로 어려운 사건을 직접 해결하는 능력을 선보인다.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다룬 ‘비밀의 숲 시즌2’에서 황 검사는 수사부서가 아닌 대검 형사법제단 소속이라 드라마 중반부까지 수사 일선에 나서지 않는다. 결국 ‘서동재 검사 실종사건’ 이후 황 검사의 수사력이 부각되면서 6%대이던 시청률도 7%대로 소폭 상승한다. ‘비밀의 숲’은 시즌3에 대한 논의도 진행 중인데 이미 검찰 수사권이 6대 분야로 축소된 터라 시즌3가 제작되더라도 황시목의 수사력을 더 이상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황시목에 뒤처지지 않는 또 한 명의 한국 드라마 검사 캐릭터가 있다. 바로 2015년 방영된 SBS 드라마 ‘펀치’의 박정환 검사(김래원 분)다. 박 검사는 대검찰청 반부패부 수사지휘과장으로 비리 검찰의 상징적인 인물인데 그만큼 수사력도 뛰어나다. 뇌종양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박 검사는 자신이 밀어 검찰총장이 된 이태준(조재현 분)의 배신으로 위기에 봉착한다. 그렇게 이태준 총장과 윤지숙 법무부 장관(최명길 분)을 상대로 한판 승부를 벌인다.
다만 박정환은 황시목과 가장 반대 유형의 검사 캐릭터로 이태준 총장, 조강재 반부패부장(박혁권 분) 등과 함께 왜 검찰이 개혁 대상인지를 제대로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수사력은 뛰어나지만 이를 활용해 무소불위한 검찰권을 휘두른다.
‘수사력’이 가장 강조된 검사 캐릭터는 영화 ‘공공의 적 2’의 강철중 검사(설경구 분)다. 꼴통검사로 유명한 강 검사는 총기류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 다혈질 검사다. 사진=영화 ‘공공의 적 2’ 홍보 스틸 컷
‘수사력’이 가장 강조된 검사 캐릭터는 영화 ‘공공의 적 2’의 강철중 검사(설경구 분)다. 꼴통검사로 유명한 강 검사는 검찰 수사관, 형사들과 함께 조폭이 모여 있는 룸살롱에 직접 출동해 권총을 들고 발포까지 한다. 나쁜 짓 하는 놈들 인권 보호하려다 부하와 동료의 피를 볼 순 없다며 총기류 사용도 마다하지 않는 다혈질이다. 직속상관인 김신일 부장검사(강신일 분)에게 “그럴 거면 형사가 되지 왜 검사가 됐느냐”는 핀잔을 들을 정도다.
가장 드라마틱한 수사력을 선보인 검사는 ‘검사외전’의 변재욱 검사(황정민 분)다. 역시 거친 수사 방식으로 유명한 다혈질인 변 검사는 취조 중이던 피의자가 변사체로 발견되면서 살인 혐의로 15년 형을 받고 수감된다. 그렇게 5년 동안 수감 생활을 하던 변 검사는 자신의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꽃미남 사기꾼 치원(강동원 분)을 만나 자신의 무혐의를 입증하기 위한 작전에 돌입한다. 수감 상태인 변 검사는 자신의 수사력과 치원의 행동력을 활용해 결국 사건의 실체를 밝혀낸다.
영화 ‘블랙머니’의 양민혁 검사(조진웅 분)도 비슷한 상황이다. 서울지검 소속으로 거침없이 막나가는 문제적 검사로 이름을 날리던 양 검사는 자신이 조사를 담당한 피의자가 자살하면서 하루아침에 벼랑 끝에 내몰린다. 억울한 마음에 급작스런 자살의 내막을 파헤치던 양 검사는 피의자가 대한은행 헐값 매각사건의 중요 증인이었음을 알게 된다. 이후 뛰어난 수사력을 바탕으로 금융감독원, 대형 로펌, 해외펀드 회사 등이 뒤얽힌 거대한 금융 비리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지난 5년 사이 검사가 주요 배역으로 출연한 드라마 가운데 어느 정도 화제가 됐던 작품만 골라도 여러 편이 나온다. SBS ‘피고인’ ‘수상한 파트너’ ‘당신이 잠든 사이에’, KBS ‘마녀의 법정’ ‘저스티스’, JTBC ‘검사내전’ 등이 대표적이다.
드라마 속 검사 캐릭터는 대부분 강한 이미지로 설정돼 있다. ‘저스티스’의 서현아 검사(나나 분)는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 검사로 아버지가 검찰총장을 지낸 법조인 집안의 외동딸이다. ‘폭탄 검사’로 불리는 그는 유력한 차기 대권후보의 아들을 주저 없이 구속시켜 버릴 정도의 실력과 자신감을 지니고 있다.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 검사(지창욱 분)는 기소 성공률 1위, 자백률 1위를 자랑하는 실력파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가 뽑은 최악의 검사 1위이기도 하다. 범죄와 싸우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못다한 꿈을 이루기 위해 검사가 된 설정인 만큼 검사로서 완벽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수상한 파트너’의 노지욱 검사(지창욱 분)는 기소 성공률 1위, 자백률 1위를 자랑하는 실력파다. 그러다 보니 변호사가 뽑은 최악의 검사 1위이기도 하다. 사진=SBS ‘수상한 파트너’ 방송 화면 캡처
‘당신이 잠든 사이에’ 정재찬 검사(이종석 분)는 형사 3부 말석 검사로 검찰 내 인맥이 빈약하고 사교성도 크게 떨어지는 캐릭터다. 그렇지만 정 검사는 남홍주(배수지 분)와 함께 연이은 사건들을 해결하며 잠재력을 선보인다. 남홍주라는 캐릭터로 인해 판타지적인 요소도 강조되지만 정 검사의 변화는 잠재돼 있던 수사력을 바탕으로 이뤄진다. 여러 사건을 해결하며 정 검사는 점점 카리스마 넘치는 완성형 검사로 거듭난다.
2021년 1월 1일부터 검경 수사권 조정 법안이 시행돼 검찰의 직접 수사권은 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산·대형참사 등 6대 분야로 축소된다. 더불어민주당은 6대 분야 수사권마저 완전히 박탈하는 내용의 ‘검찰개혁 시즌2’ 입법을 2021년 상반기까지 이뤄내겠다는 입장이다. 한편 김용민 김남국 더불어민주당 의원,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아예 검찰청을 폐지하는 검찰청법 폐지법률안·공소청(가칭) 법안을 발의했다.
이런 흐름에 대해 한 지상파 드라마국 관계자는 “검찰개혁이라는 화두에 대해 특정한 의견을 피력할 생각은 없지만 드라마 제작 관계자 입장에선 검사 캐릭터가 축소될 수 있어 다소 아쉽다”라며 “원래 형사가 등장하는 수사물이 더 꾸준한 인기를 받아 왔다. 검사 수사물은 기존 형사 수사물과 다른 신선함이 있고 더 무게감 있는 사건과 검찰 내부 문제 등을 다룰 수 있는 게 강점이었는데 앞으로는 형사물이 대세가 될 듯하다”고 설명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