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조직개편, 인재영입, 여러 산업군 합종연횡까지…‘플랫폼 강자’ 네이버·카카오 등 상품 개발 박차
은행, 카드사, 보험 등 기존 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사업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 인재를 영입하고 조직 개편에 나서고 있다. 각 금융지주 은행 본점 전경. 사진=일요신문DB·연합뉴스
#2021년 마이데이터 시대 열린다
1월 말 금융위원회(금융위)는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 예비허가사업자들에게 본허가 심사를 통해 정식으로 사업자 지위를 부여할 전망이다. 2월부터는 금융사들의 마이데이터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다. 앞서 은행, 카드사, 보험사, 금융기관 등의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마이데이터 등 디지털 혁신 사업이 본격화되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기존 금융권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마이데이터 사업에 나설 금융사는 31곳으로 예상된다. 금융위는 1월 중 정례회의를 통해 추가로 금융사 10곳을 마이데이터 예비허가사업자로 지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차 심사에서 보류 판정을 받은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카카오페이 민앤지 뱅큐 아이지넷 쿠콘 핀테크 해빗팩토리 등 8곳과 신규 신청한 SC제일은행, SK플래닛 2곳이 대상이다.
앞서 2020년 8월 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을 담은 ‘데이터 3법’이 시행됐다. 같은 해 12월 금융위는 마이데이터 예비허가사업자로 금융사 21곳을 선정했다. KB국민, NH농협, 신한, 우리은행 등 은행권 4곳과 KB국민, 신한, 우리, 현대, 비씨카드와 현대캐피탈 등 여신전문금융사(카드) 6곳이 선정됐다. 핀테크 부문은 네이버파이낸셜, 레이니스트(뱅크샐러드), 보맵, 핀다, 팀윙크, 한국금융솔루션, 한국신용데이터, NHN페이코 등 8곳이 뽑혔다. 농협중앙회와 웰컴저축은행, 미래에셋대우도 이름을 올렸다.
마이데이터 주요 허가 요인은 6개다. △최소자본금 5억 원 이상 △해킹 방지, 망 분리 수행 등을 위한 충분한 보안설비 △서비스 경쟁력·혁신성, 소비자 보호체계 마련 △충분한 출자 능력 △신청인의 임원 적격성(벌금, 제재 여부) △데이터 처리 경험 등이다.
오는 2월 예정된 2차 마이데이터 예비허가사업자 모집도 관심이 집중된다. 1차 신청을 놓친 롯데카드를 비롯해 보험사, 핀테크 업체들이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교보생명은 조직개편을 실시해 ‘금융마이데이터파트’를 신설했다. K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 메트라이프생명 등 보험업계도 사업 진출을 위한 뭍밑 작업을 진행 중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심사중단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금융당국 제재, 소송 등으로 심사가 보류된 경남은행, 삼성카드, 하나금융투자, 하나은행, 하나카드, 핀크 등 6개사도 마이데이터 사업 진출 가능성이 열릴 전망이다.
네이버파이낸셜과 카카오페이는 금융사를 상대로 마이데이터 시장 선점에 나서고자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사진=카카오 제공
#‘마이데이터’ 차별화 전략 경쟁 후끈
‘마이데이터’란 소비자 동의하에 모든 금융사에 흩어진 고객의 신용정보를 한 곳으로 모아서 서비스를 개발하는 사업이다. 특히 과거엔 신용정보가 금융권에 제한돼 제공됐지만, 이제는 마이데이터 사업자에 선정된 비금융권사까지 신용정보를 활용해 사업에 나설 수 있게 됐다. 데이터 자산이 미래 먹거리이자 새로운 경쟁력으로 부상한 셈이다.
서정호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지난 1월 2일 발표된 ‘마이데이터, 종합지급결제업 도입의 파급효과’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비금융사에서 플랫폼 경쟁력을 앞세워 금융시장에 뛰어들면 사실상 금융사들이 독점해온 고객과의 접점이 상당 부분 비금융사 플랫폼으로 이동할 수 있다”며 “데이터 분석으로 초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가 용이해졌기 때문에 금융사의 리테일 영업도 맞춤형 자산관리 중심으로 빠르게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실제 비금융사들은 마이데이터 맞춤형 서비스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네이버파이낸셜은 자체 부동산 데이터를 분석해 매물 추천, 세무 상담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카카오페이는 맞춤형 투자상품, 보험 보장 분석을 통한 보험 커버리지 제안, 대출 금리와 한도 등을 제공하는 금융상품과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금융권도 조직을 개편하고 인재 영입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지주·KB국민은행은 플랫폼 기업으로의 도약을 위해 사업조직(Biz)과 기술조직(Tech)이 함께 일하는 25개 플랫폼조직을 8개 사업그룹 내에 신설했다. IBK기업은행은 마이데이터 지원을 위한 데이터 수집 시스템, 데이터 제공 시스템, 데이터 관리 시스템 구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은 국내 1세대 빅데이터 전문가인 김혜주 전 KT 상무와 김준환 전 SK C&C 상무를, NH농협은행은 이상래 전 삼성SDS 상무를 디지털금융부문장으로 영입했다.
유통, 통신사 등 다양한 산업군과의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CJ올리브네트웍스·LG유플러스와 ‘마이데이터 공동 프로젝트’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우리금융은 통신업체 KT와 마이데이터 합작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NH농협은행은 11번가와 손을 잡고 금융·유통 데이터를 융합해 금융상품 개발에 나섰다.
KB국민카드는 BGF리테일, CJ올리브네트웍스와 손잡고 데이터 확보에 나섰다. JB금융지주(전북은행, 광주은행, JB우리캐피탈)는 SK네트웍스·SK에너지·SK텔레콤(T맵) 3사의 모빌리티 데이터를 활용해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과 개인 맞춤형 금융상품을 개발하고 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마이데이터뿐만 아니라 향후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까지 통과하면 종합지급결제업, 마이페이먼트 등을 영위하는 기업들도 금융시장에 새롭게 등장하게 되면서 경쟁 구도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허일권 기자 oneboo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