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G 이숍 | ||
“8년 동안 최저가로 공급해왔다. 우리보다 더 싸게 팔 수 있는 곳은 없다”(인터파크)
대형 할인마트에서나 볼 수 있는 문구가 드디어 인터넷 쇼핑몰에도 등장했다. 대기업인 LG홈쇼핑과 중소기업 인터파크가 새롭게 내건 캐치프레이즈다.
바로 ‘최저가 신고제’라는 제도. LG홈쇼핑의 LG이숍과 인터파크는 국내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서 1위를 다투고 있는 업체.
지난 98년 태동 당시 이 시장은 LG이숍, 삼성몰, 한솔CSN, SK디투디 등 국내 재벌 계열사들이 모두 뛰어들면서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그러나 지난해를 전후해 이 시장의 구도는 크게 바뀌었다.
LG홈쇼핑의 사업부문인 LG이숍과 인터넷 전문몰인 인터파크가 사실상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면서, 삼성몰, 한솔, SK 등은 인터넷 쇼핑몰이라는 명맥만을 겨우 유지하는 수준이 된 것. 자연스럽게 이 시장은 LG 대 인터파크의 양 대결구도를 형성하게 됐다.
이렇게 되자 두 업체는 ‘물건 한 개를 사도 무료로 배송해준다’는 ‘무료배송제도’, 각종 ‘제휴상품권 발급’ 등 나날이 업그레이드된 전략을 내세우며 유통업계의 새로운 강자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들 2강 업체의 관심이 최근에 다른 곳으로 옮겨졌으니, 바로 ‘더 싸게 팔자’는 것.
업계에서는 이들이 내건 ‘최저가 경쟁’이 그동안 엎치락 뒤치락을 거듭했던 1위 수성과 탈환 전쟁의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최저가’ 마케팅을 통해 양사가 은근히 자존심 전쟁까지 벌이고 있어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먼저 ‘최저가 제도’를 표방하고 나선 곳은 LG. LG홈쇼핑은 지난해 연말부터 근소한 차이로 1위 자리를 인터파크에 넘겨줘 자존심이 상할대로 상해 있었다.
지난 6월 말 LG홈쇼핑은 “인터넷 쇼핑몰 고객에게 같은 물건을 동종업계에서 제일 싼 가격으로 공급해 1위를 탈환하겠다”고 본격적인 야심을 불태웠다.
LG는 같은 물건을 가장 싸게 판매토록 하기 위해 소비자 전체를 모니터 요원으로 삼고 ‘최저가 제도’를 하겠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화장품, DVD, 컴퓨터, 전자제품 등 가격비교가 비교적 쉬운 3만여 개의 물품을 국내 최저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만일 소비자가 이들 물건이 타사보다 비싸다는 신고를 하고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될 경우 보상금을 지급하고 그 물품가격을 최저로 낮추겠다는 것.
▲ 인터파크 | ||
LG이숍이 판매하는 제품의 종류가 대략 10만여 개라는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에 해당하는 물건을 가장 저렴하게 팔겠다는 파격적인 전략을 내세운 것이다.
이렇게 되자 깜짝 놀란 곳은 인터파크. 인터파크는 대기업들이 군침을 흘리던 인터넷 쇼핑몰 시장에 중소기업으로서는 유일하게 뛰어들어 현재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업체다.
인터파크는 당장 반격을 하고 나섰다. 인터파크 관계자는 “최저가 공급은 우리가 무려 8년 동안 고수해온 제도”라며 “새삼스럽게 ‘최저가 제도’를 표방하고 나선 것은 난센스”라고 반박했다.
또 이 관계자는 “인터넷 시장 자체를 확대한다는 취지에서 보면 LG가 뒤늦게나마 가격 경쟁에 동참한 것은 환영할 일”이라며 애써 여유로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인터파크는 LG의 갑작스런 공격에 신경이 여간 날카롭지 않다. 이튿날 인터파크는 보도자료를 통해 “LG는 1위인 인터파크를 따라잡을 생각말고, 2위나 잘 고수해야할 것”이라며 LG측에 찬물을 끼얹고 나선 것.
인터파크로부터 인신공격을 당한 LG는 겉으로는 애써 태연한 모습이다. 이번에 ‘최저가 제도’를 실시하게 된 이유가 LG홈쇼핑의 방만한 경영에 대한 내부 질타에서부터 시작됐기 때문이다.
LG홈쇼핑 관계자는 “그동안 대기업 이미지에 맞는 ‘고품격 서비스, 품질’ 등을 내걸고 다소 고가의 전략을 써왔다”며 “배송, 환불 등 상품 판매보다 백오피스 기능을 최우선으로 해온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지난해 1위를 뺏긴 직후 회사 내부에서 회의를 통해 ‘최저가 전략’을 새롭게 수립한 만큼 빠른 시간 내에 다시 1위를 되찾을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전했다.
8년동안 최저가 전략을 지속해온 인터파크와 고가전략을 막 탈피한 LG이숍 중 어느 곳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주목된다. 두 업체의 격돌 결과는 곧 다른 인터넷 쇼핑업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시장재편의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