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움직이면 코스피 2600선까지 후퇴 가능성…중소형주·테마주에 상당한 영향 관측
2019년 4월 30일 오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열린 불법 무차입 공매도 전수조사 및 근절촉구 기자회견에서 경실련, 희망나눔 주주연대 등 참석자들이 관련 내용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공매도로 하락하면 코스피 어디까지?
지수 전망에서 주요한 기준은 이동평균선이다. 현재 코스피의 단기추세인 20일선은 2900, 중기인 60일선은 2600선이다. 중장기인 120일 선은 2500선이다. 증시가 하락한다면 이동평균선 지지 여부가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된다. 단기 이동평균선이 중·장기 이동평균선을 하회하면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발생, 상승 추세가 깨졌다고 분석한다.
또 다른 기준은 20%다. 고점 대비 20% 이상 오르면 상승장(Bull Market), 반대로 20% 이상 하락하면 하락장(Bear Market)이라 부른다. 고점(코스피 지수 3266) 대비 -20%면 2600선이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외국인이 가장 적극적으로 나설 가능성이 크다. 외국인들이 공격적으로 주식을 매입했던 지난해 11월, 코스피 지수는 2300선 아래에서 2600선에 근접했다. 코스피가 하락해 심리적 1차 지지선인 3000이 무너지면 2600선까지 하락할 수 있는 셈이다.
#공매도 대상 종목은?
공매도는 펀더멘털 대비 지나치게 주가가 오른 경우에 유효하다. 주식을 빌리지도 않고 파는 무차입공매도(Naked Short)는 국내에서 불법이다. 반드시 주식을 빌려야만 하는 차입공매도는 반드시 대차주식을 상환하기 위한 재매수(Short Covering)가 필요하다. 주가가 정상 국면 또는 그 아래로 떨어지면 재매수 가능 구간이다. 새해 실적 전망을 바탕으로 최근 주가가 급등한 종목들의 현재 가치 수준(Valuation)을 살펴보자. 시장이나 경쟁업체보다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 종목에 유의해야 한다.
최근에 많이 오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수익비율(PER)은 15배 남짓이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기아차, 포스코, LG전자, (주)LG 등도 11배 안팎이다. 우리 증시 전체 평균이 11~15배 인 점을 감안하면 그리 높다고 하기 어렵다. 삼성바이오, SK이노베이션이 160배를 훌쩍 넘고, 삼성SDI, 셀트리온, 카카오 등도 50~60배 수준이다. LG화학, 네이버 등은 PER 값이 30배 초반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공매도 금지를 해제해도 시장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며 “대형주 위주로 오르는 이 시점에서 공매도를 재개하면 이런 종목에 공매도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주가가 폭락한) 지난해 3월 같은 때에는 공매도 금지가 필요했으나 이런 유동성 장세에서는 폭락 장세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공매도 즐기는 외국인 자금 유입
외국인 매수세가 폭발했던 지난해 11월 국내 주식을 가장 많이 순매수한 외국인은 2조 2160억 원을 기록한 영국이다. 뒤이어 미국(9890억 원), 아일랜드(7550억 원), 프랑스(4990억 원), 룩셈부르크(4800억 원) 순이다. 미국과 프랑스를 제외하면 조세피난처로 주로 헤지펀드들이 근거를 둔 곳들이다.
공매도는 헤지펀드들이 시장위험 관리를 위해 주로 사용한다. 전세계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이 유행이지만, 지난해 4분기 코스피 지수를 끌어올린 외국인 자금은 헤지펀드 전략을 사용하는 비중이 높았다고 볼 수 있다. 공매도가 재개되면 적극적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지난해 11월 원·달러 환율은 평균 약 1100원이었다. 환율이 이보다 아래이면 더 많은 달러로 바꿀 수 있어 환차익이 발생한다. 반대면 환차손을 볼 수 있다. 공매도 재개 시점의 환율도 중요하다.
#개인 vs 기관…결국 돈의 전쟁
공매도를 했는데 주가가 하락하지 않으면 낭패를 보게 된다. 빌린 주식을 갚는 데에 더 많은 돈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주가 1만 원인 A 사 주식 1만 주를 공매도(대차비용 제외)했다고 가정해 보자. 주가가 9000원으로 하락하면 9000만 원만 들여도 빌린 주식을 갚을 수 있다. 1000만 원의 이익이 생긴다. 하지만 주가가 1만 1000원으로 오르면 1000주를 되사 갚는데 1억 1000만 원이 필요해 10% 손실이 난다.
공매도 물량을 개인들이 소화해 주가를 유지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조금이라도 싼값에 주식을 사서 갚으려면 서둘러 매입해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돈의 힘이 승부를 가른다. 1분기 실적 윤곽이 나올 3월 말과 4월 초가 결전이 벌어질 시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공매도는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와 개별 기업 실적이 얼마나 나오는지에 영향을 받는다”며 “공매도 시행 전에 주가가 더 오르면 조정 요인이 되겠지만 시장이 앞서 조정을 많이 받으면 공매도 재개 후 영향이 별로 없을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에선 중소형주,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등락하는 테마주 등을 중심으로 종목별로는 공매도 재개가 상당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공매도가 제대로 기능하면 소문만으로 오르는 종목은 타격을 입을 수 있다”며 “시총 상위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있어 공매도가 재개되면 오히려 인덱스 상단이 높아질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도 “공매도를 재개하면 대형주보다는 현물과 선물 가격이 벌어진 중소형주가 더 많은 영향을 받을 것”이라며 “현재 코스닥 현물이 선물 대비 5.5% 정도 고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