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200’ 400선 진입, 추가 상승 확률 높아…4분기 실적·공매도 금지 해제 등 변수
지난 1월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 지수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2.77포인트(0.09%) 오른 2993.34에 장을 개장해 장중 사상 첫 3000선을 돌파했다. 사진=임준선 기자
코스피지수가 13년 만에 2000대를 벗어나 3000선을 돌파하면서 추가 상승 여부가 최대 관심이 됐다. 단기에 주가가 많이 오를수록 차익실현 욕구도 강해지기 마련이다. 더 오를 것이란 관측이 많지만 언제, 얼마까지 오를지가 중요하다. 개인은 주로 코스피를 보지만, 기관과 외국인 투자자들은 코스피200을 한국 주식의 대표적인 비교지표(BM)로 삼는다. 300선 안팎에서 횡보하던 코스피200이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1월 기관과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서면서부터다. 12월 외국인 매수세가 주춤해졌지만, 국내 기관자금이 유입되며 코스피200은 390선까지 치솟는다. 지난 5일 기준 코스피200은 400선에 안착했다.
2007년 7월 코스피의 첫 2000선 진입에 석 달 앞선 4월 코스피200은 200선을 ‘터치’한다. 코스피200이 300에 진입한 것은 코스피가 2300선에 처음 닿은 2017년 5월이다. 2018년 1월 코스피가 2600선을 잠시 넘었을 때 코스피200은 330선이었다. 코스피200이 코스피 기록을 선행했던 셈이다. 이후 코스피200 수익률은 꾸준히 코스피를 앞선다. 대형주 쏠림현상 때문이다. 과거 통계로만 보면 코스피200의 400선 진입은 3000을 넘은 코스피의 추가 상승 가능성을 높여준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에 이어 증권사의 목표주가 상향이 잇따르고 있다. 10만 원을 넘어 11만 원까지 등장했다. 삼성전자 주가 상승은 반도체 호황과 이재용 부회장의 상속세 재원마련을 위한 대규모 배당 기대감에 기대고 있다. 단순 대입해 추정하면 삼성전자 주가 8만 4000원에 코스피200이 400을 돌파했으니, 10만 원이면 19%, 11만 원이면 31% 상승한 수치다. 코스피200은 480~520이다. 4%포인트 낮게 잡아 코스피에 대입하면 3400~3800선이다.
코스피 3000 고지가 근접했던 지난 성탄절 이후 개인은 5거래일 만에 3조 5000억 원을 순매수했다. 삼성전자 10만 원, 코스피 3200만 가도 두 자릿수 수익률이 가능하다는 기대에서다.
유동성만 보면 추가상승 확률이 높지만 새해 1분기 중요한 세 가지 변수가 있다. 1월 중 발표될 4분기 실적,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1월 20일), 그리고 공매도 금지 해제다. 증권사 전망치를 보면 4분기 실적 전망은 양호한 편이다. 부실을 미리 떨어내는 ‘빅 배스’가 나올지가 변수다.
바이든 행정부가 얼마나 빨리 재정부양책을 내놓을지도 관심사다. 공매도 금지 해제가 외국인 기관들의 매도세를 얼마나 유발할지는 현재로서 가늠하기 어렵다. 다만 그동안 선물옵션으로 공매도 효과를 꽤 누려왔던 점, 최근 글로벌 자금의 주류가 공매도 전략을 구사하는 헤지펀드에서 주도주를 추종하는 패시브 형태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의 방향을 바꿀 정도는 아닐 가능성도 상당부분 존재한다.
설령 공매도 재개로 매물이 나오더라도 주가가 하락하면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이 이를 소화해 줄 것이란 기대도 있다. 초저금리로 이자형(yield) 상품의 투자 매력이 크게 낮아졌고, 부동산도 강화된 규제로 거래가 어렵게 됐다. 원금보존에만 집착했던 퇴직연금과 개인연금의 증시 유입 기대도 크다. 아직 증시로 유입될 시중 자금은 풍부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1월 6일 코스피가 장중 처음으로 3000을 돌파하는 날 개인은 무려 2조 원을 순매수했다. 지난해 11월 30일, 12월 29일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은 액수다. 1000선을 눈앞에 둔 코스닥에서도 새해 3거래일 만에 누적순매수 1조 원을 넘어설 정도로 적극성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3000 돌파 이후 코스피 주가수익비율(PER) 14.4배에 달해 과거 평균 10배를 크게 상회한다며 거품 우려를 제기한다. 하지만 시중 유동성 수준이 과거 10년 평균대비 크게 늘어났고, 다른 선진 증시대비 할인율은 오히려 낮다는 점에서 거품 우려는 이르다는 주장이 좀 더 힘을 얻는 모습이다.
최열희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