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 많아 걱정 되지만…선고 끝나자 마자 사면 말할 권리 없어”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전직 대통령의 사면에 대해 입을 열었다. 사진=MBC뉴스 유튜브 영상 캡처
문 대통령이 18일 온·오프 혼합 방식으로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두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과 관련한 질문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지만 솔직히 제 생각을 말씀드리기로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문 대통령은 “두 분의 전임 대통령이 수감되어 있는 사실은 국가적으로 매우 불행한 사태”라며 “두 분 모두 연세가 많고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도 있어서 아주 걱정이 많이 된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그래도 지금은 사면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이다”며 “재판 절차가 이제 막 끝났다. 엄청난 국정농단, 권력형 비리가 사실로 확인됐고, 국정농단과 권력형 비리로 국가적 피해가 막심했다. 국민들이 입은 고통과 상처가 매우 크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이어 “법원도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해 엄하고 무거운 형벌을 선고했다”면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비록 대통령의 권한이다. 하지만 그 선고가 끝나자마자 돌아서서 사면을 말하는 것은 대통령을 비롯해 정치인들에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권리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하물며 과거의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들의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명숙 전 총리의 특별사면과 전직 대통령의 사면을 함께 놓고 고민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정치인의 사면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저는 개인적으로 한명숙 전 총리나 두 전임 대통령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안타깝게 생각하는 것과 대통령의 사면권은 다르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국민적 공감대에 토대하지 않는 대통령의 일방적인 사면권 행사는 지금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다만 전임 대통령을 지지하셨던 국민도 많이 있고, 이 분들 가운데는 지금 상황에 대해 매우 아파하거나 안타까워하는 분들도 많을 것”이라면서 “그런 국민의 아픔까지 다 아우르는 사면을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자는 의견은 충분히 경청할 가치가 있다. 언젠가 적절한 시기가 되면 더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라고 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