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MBC ‘PD수첩’
2019년 10월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연기 선언으로 1억 6000만 원이 넘는 피해가 발생했다. 그로부터 6개월 일명 ‘라임사태’의 핵심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검거됐다.
지난해 4월 23일이었다. 체포 직후 그가 머물게 된 곳은 수원경찰서 유치장. 그날 늦은 밤 유치장에 한 사람이 김 전 회장을 찾아왔다. 검찰 특수부 출신 변호사 이주형이었다.
김 전 회장과 지난 12월 두 차례에 걸쳐 그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김 전 회장에 따르면 체포된 날 이후 이 변호사는 또 다시 유치장에 찾아왔다.
그리고는 김 전 회장에게 “남부지검 수사팀과 얘기했으니 무조건 남부지검 가면 수사에 협조하고 무릎 꿇고 살려달라고 하라”고 말했다. 수사에 협조하면 10년을, 그렇지 않으면 20~30년을 구형하겠다고 했다.
이후 수원지검으로 가게 된 김 전 회장 사건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변호사의 말대로 남부지검이 맡게 됐다. 체포된 지 한 달여 만이었다. 김 전 회장은 집중 조사를 받기 시작했다.
그는 수원지검이 담당하던 지난해 5월 2일부터 남부지검으로 넘어간 후인 10월 15일까지 66차례 검찰 소환 조사를 받았다. 주 평균 2.75회에 달했다.
검사 출신인 오원근 변호사는 “물적, 논리적 근거를 갖고 조사한 상황은 아닌 듯하다”며 “일정한 대답을 듣기 위해 조사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전 회장의 주장도 같은 맥락이었다.
지난 10월 김 전 회장의 이름이 대대적으로 오르내리기 시작했다. 그가 구치소에서 두 차례에 걸쳐 낸 옥중 입장문 때문이었다.
그는 입장문을 통해 이주형 변호사를 포함해 현직 검사 3명에게 강남 고급 룸살롱에서 술 접대를 했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그 중 한 검사는 접대 이후 라임사태를 포함한 여당 인사 수사들을 대부분 맡았고 관련 수사도 편파적으로 진행했다는 내용까지 포함돼 있었다.
자필 문건 총 19장, 이 안에 언급된 인물들에 대한 조사가 진행됐다.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 12월 8일 서울 남부지검은 단 두 명만 기소했다. 김 전 회장과 그를 수사한 수원지검 안산지청 부부장 나의엽 검사였다.
나 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해당 법의 기소 요건인 ‘1회 100만 원 초과 금품 수수’를, 다른 두 검사는 충족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들 두 검사는 두 시간가량 일찍 자리를 떠났고 이를 고려해 계산할 경우 그들이 받은 접대는 96만 2000원 상당이라는 것이다. 또한 당시엔 라임사건 수사팀이 꾸려지지 않았으므로 직무관련성, 대가성을 인정하기 어려워 나 검사는 뇌물죄 적용도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심지어 이주형 변호사를 비롯해 접대를 받은 피의자 네 명 모두 압수수색 전 각각의 이유로 휴대전화를 분실, 폐기했다. 연락 쇄도로 짜증이 나 자택 인근 마트 쓰레기통에 버리거나(나의엽 검사), 양재천 산책 중 부부싸움하다 분실하고(이주형 변호사), 어차피 오래돼 바꿀 때가 됐다며 버리거나, 박람회 갔다가 분실(유효제 검사)하는 등 사유도 제각각이었다.
수사에 필요한 핵심 증거들이 사라지면서 뇌물죄에 대한 판단이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었다. 결국 두 검사는 청탁금지법 위반을 아슬아슬하게 비껴갔고 나 검사도 비교적 형량이 낮은,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만 쓰게 됐다.
김봉현 전 회장의 로비, 하지만 기소도 되지 않은 검사들. 라임과 김 전 회장, 그리고 여야 정치권까지 이들은 어떻게 얽혀있는지 살펴본다.
이민재 기자 ilyoo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