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부산행’ 패러디한 ‘여주행’ 출연진에 노 전 대통령 이름 넣어
2월 1일 밤 여주교육지원청 유튜브에 올라온 홍보 영상에 일베에서 만들어진 사진 자료가 쓰인 것으로 확인돼 여론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2021년 2월 1일 올라온 여주교육지원청 홍보영상. 사진=유튜브
2021년 2월 1일 여주교육지원청은 공식 유튜브 채널에 ‘선생님! 여주행이신데 여기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구요?! [전입교원 홍보 영상]’이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교육지원청에 따르면 이 영상은 2021년 3월 1일부터 여주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게 될 전입교사들을 환영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한편 영상 소개란에는 “이 영상은 교사의 목숨을 걸고 제작됩니다”라고 쓰여 있다.
문제는 홍보영상에 전입교원 환영과는 전혀 상관없는 노 전 대통령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여주교육지원청은 홍보 영상에서 영화 ‘부산행’을 패러디해 ‘여주행’이라는 포스터를 만들었다. 그런데 이 포스터의 하단 출연진 명단에서 ‘노무현’이라는 다소 엉뚱한 이름이 있었다. 부산행 포스터 원본과 비교해보니 이 자리는 원래 배우 김의성 씨의 이름이 있던 자리였다. 즉 누군가 의도적으로 김의성 씨의 이름을 빼고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집어넣은 것이다. 또 포스터 왼편에는 노 전 대통령이 달리는 모습이 합성되어 있었다. 그 뒤로 달려오는 좀비의 얼굴에도 노 전 대통령의 얼굴이 합성된 사실이 발견됐다.
2021년 2월 1일 올라온 여주교육지원청 홍보 영상. 사진=유튜브
이 뿐만이 아니었다. 노 전 대통령의 앞에는 전원책 변호사의 얼굴도 합성되어 있었고 배우 마동석 씨의 손은 일베를 인증할 때 쓰는 손가락 모양으로 바뀌어 있었다. 또 포스터 상단의 글씨도 ‘out of competition’에서 ‘out of competilbe’으로 수정되어 있었다. 원본의 ‘tion’을 일베를 뜻하는 ‘ilbe’로 바꾼 것이다. 취재결과, 해당 자료는 2016년 7월 8일 일베에 올라온 것이었다. 당시에는 여주행이 아닌 부산행으로 올라왔으며 일베 이용자들은 이 사진을 두고 “너무 티난다” “티나는 게 재밌지” 등의 반응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일베에서 만들어진 부산행 포스터가 여주교육지원청 홍보 영상에 쓰이면서 여주행으로 바뀐 셈이다.
일베 자료 사용이 실수에서 비롯되었다고 해도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여주교육지원청이 문제의 사진을 단순히 가져다 쓴 것이 아니라 여러 차례 편집 과정까지 거쳐 영상으로 만든 까닭이다. 한 전직 디자이너는 일요신문과의 통화에서 “기존의 ’부산행’ 글씨를 ‘여주행’으로 바꾼 흔적이 보인다. 그런데 ‘주’ 라는 글씨 바로 밑에 있는 노무현이라는 글씨를 못 봤을 가능성은 디자이너 입장에서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 실수라고 해도 영상이 게재되기까지 최소 3번의 검토 과정을 거쳤을 텐데 담당자 중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