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씨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싶어. 고소도 취하할 것”…추가 표절 2건 더 있어
김민정 씨의 작품 ‘뿌리’를 도용해 문학상을 받은 손 씨. 사진=손 씨 페이스북
2018년 백마문화상을 받은 단편소설 ‘뿌리’를 썼다고 자신을 소개한 김민정 씨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내 소설 ‘뿌리’의 본문 전체가 무단 도용되었으며, 내 소설을 도용한 분이 2020년 무려 다섯 개의 문학 공모전에서 수상하였다는 것을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고 밝혔다.
손 씨는 김 씨의 작품 ‘뿌리’를 그대로 베낀 응모작으로 제16회 사계 김장생 문학상 신인상, 2020포천38문학상 대학부 최우수상, 제7회 경북일보 문학대전 가작, 제2회 글로리시니어 신춘문예 당선, 계간지 소설 미학 2021년 신년호 신인상을 받았다. 일부 공모전에는 제목 ‘뿌리’를 ‘꿈’으로 바꿔 내기도 했으나 제목도 바꾸지 않고 낸 곳도 있었다. 표절이 사실로 확인되자 주최 측 5곳은 모두 수상을 취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손 씨와의 인터뷰는 1월 19일 오후 50분 넘게 이뤄졌다. 손 씨는 잘못을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해명했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죄송하다. 도의적 책임과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김민정 작가에게 직접 사죄를 드리기 위해 페이스북을 통해 연락처를 남겼고 현재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자신으로 인해 피해를 입은 불특정 다수에게도 죄송하다고 밝혔다.
표절을 하게 된 이유는 돈이라고 했다. 손 씨는 “어떤 출세를 하고 싶어서는 아니었다. 내게 있어서 공모전은 돈의 의미가 더 컸다. 그래서 이런 저런 공모전을 하게 된 것”이라며 “11년의 군복무 끝에 불명예제대를 하게 됐다. 이후 여러 어려움이 겹쳤다. 그러다가 각종 공모전이 모여 있는 사이트를 알게 됐고 이를 통해 여러 공모전에 응시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한계가 왔고 소재가 고갈됐다. 내 능력으로 했던 것은 기껏해야 입상 혹은 장려상 정도였는데 다른 사람들의 아이디어를 가져다 쓰니 대상이나 우수상을 수상하게 됐다. 수중에 돈이 들어왔고 그러다보니 상황이 계속 (그렇게 됐다)”고 말했다.
문제는 그가 자신의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 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손 씨는 “도용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까지는 큰 문제라고 인식하지 못했다”며 “김민정 작가의 페이스북 글을 보고나서야 글을 쓰시는 분들에게 작품이 얼마나 큰 의미인지 알게 됐다. 이 사실을 알았을 때는 이미 많은 곳에 (작품을) 낸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타인의 아이디어를 이용해 각종 공모전에 응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솔직히 말하면 하나하나 기억이 나진 않는다. 다만 해피캠퍼스에 올라와 있는 내용이라면 도용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신의 석사 논문에 대해서는 “표절이 아니다. 도용할 자료도 없다”고 부인했다. 도용한 자료로 공모전에서 수상하는 행위는 공공기관의 경우 형법 137조(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위반, 사기업의 경우는 314조(업무방해)에 해당한다.
손 씨는 그 동안 복수의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을 군 사망사고 진상규명위원회 특별조사팀 별정직 공무원이자 조사관이라고 소개했는데 이 역시 허위사실이었다. 그는 “군 복무를 하면서 군 사망 진상규명위원회 업무를 접했다. 전역한 뒤 14번 지원을 했을 만큼 너무나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음이 (그렇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또 다른 허위 이력인 대한민국 문화체육관광부 2021 정책기자단에 대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 기자단 지원은 했는데 아직 발표가 나지는 않았다. 페이스북에는 희망사항을 적어둔 것이었다. 안 그래도 문체부에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연락이 왔었다”고 말했다.
2012년 5월 경기도지역신문협의회의 ‘제1회 경기가족사랑편지쓰기대회’ 대상작(왼)과 이를 표절해 우수상을 수상한 손 씨의 작품(오) 사진=한국독서문화재단과 김포신문 수상작 캡처
한편 추가 도용 사실도 밝혀졌다. 일요신문 취재결과, 2020년 8월 (사)한국독서문화재단에서 주관한 한글나라편지쓰기대회 우수상 작품도 표절작이었다. 손 씨는 ‘절망 속에 핀 꽃 영주를 바라보면서’라는 제목으로 일반부 우수상을 받았는데 이는 2012년 5월 경기도지역신문협의회의 ‘제1회 경기가족사랑편지쓰기대회’ 대상작과 동일했다. 원작의 제목은 ‘절망 속에 핀 꽃 안산을 바라보면서’로 경기도지사상을 받았다. 두 작품은 지역명과 등장인물의 이름을 제외한 모든 내용이 동일했다.
이에 대해 (사)한국독서문화재단 관계자는 19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표절이 맞다. 수상을 취소하고 이에 대한 공지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다만 상금의 경우 소액일지라도 본인이 반납하지 않으면 강제 회수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 씨가 2020년 5월 경북 영주시에 제출한 사업 제안서(오). 이는 해피캠퍼스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사업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다.(왼) 사진=해피캠퍼스와 손 씨 사업제안서
2020년 5월 손 씨가 경북 영주시에 제출한 국민참여예산 사업 제안서도 타인의 아이디어를 도용한 것이었다. 손 씨는 ‘Eco Friendly Craft-aurant “The 자연”’이라는 제목의 아이디어를 냈는데 이는 2016년 8월 온라인 지식거래 서비스 ‘해피캠퍼스’에 올라온 자료와 동일하다. 이 아이디어는 2016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선정한 10대 우수 신사업아이디어로도 선정됐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관계자는 “당선자는 개인이 아니라 팀이었는데 해당 팀에 문의한 결과 손 씨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다만 손 씨의 제안서는 영주시 국민참여예산 사업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손 씨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두 건 모두 (도용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 씨는 한국디카시연구소를 상대로 진행 중인 소송은 “내일(20일)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2020년 8월 제6회 디카시 공모전에 가수 유영석의 곡 ‘화이트’ 후렴구를 적어 ‘하동 날다’라는 작품으로 대상을 수상했다가 표절 문제로 수상 취소를 통보 받았는데 손 씨는 “‘본인이 창작한 글이어야 한다’고 되어있지 않았다”며 민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