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보호자로부터 옮아 증상 경미 ‘셀프’ 회복…전염률 개보단 고양이, 기저질환 있다면 치명률 높아
고양이에 이어 개의 확진 소식도 뒤늦게 전해졌다. 서울대 벤처기업 ‘프로탄바이오’ 대표인 조제열 서울대 수의과대학 교수에 따르면 19일 경기 성남시의 한 병원에서 다섯 살 수컷 프렌치불도그가 항원진단키트에서 코로나19 확진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 개는 지난 27일 유전자증폭검사(PCR)에서도 같은 결과를 받았다.
국내에서는 반려동물의 첫 감염이지만 외국에선 이미 지난해 3월부터 반려동물을 포함한 야생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가 종종 발견됐다. 홍콩,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영국과 미국 등에서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와 동물 간의 상관관계를 연구해 논문으로 발표했고, 일부 동물 간 전염이 가능하다는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도 2020년 코로나19를 새로운 질병에 포함시켰다.
대중의 관심은 동물이 인간에게 코로나19를 옮길 수 있는가였다. 그러나 반려인들의 궁금증은 따로 있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은 어떤 증상을 보이며 실제로 죽음에 이를 수도 있냐는 것이다. 일요신문이 1월 25일 수의학전문의와 함께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제공하는 반려동물 감염 사례와 관리지침,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게재된 연구자료를 분석해 동물이 코로나19에 감염되었을 때의 상황과 증상을 알아봤다.
#사람에게서 동물로…
1월 15일 기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 동물. 미국 농무부는 매달 관련 데이터를 게재하고 있다. 사진=미국 농무부 홈페이지
일요신문이 미국과 네덜란드, 일본, 홍콩 등에서 발표한 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사례를 확인한 결과, 대부분의 반려동물은 주인에게서 코로나바이러스를 옮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로 반려동물이 인간에게 옮긴 경우는 발견되지 않았다. 자연적으로 발병한 사례도 거의 없었다. 실제로 미국의 첫 확진 동물은 호랑이로 2020년 4월 5일 처음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이 역시 자연 발병이 아니라 코로나19에 걸린 사육사와 접촉한 뒤 감염된 것으로 미국 CDC는 분석했다.
양성 판정을 받은 동물 가운데 상당수가 반려동물이라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1월 15일 기준 미국에서는 코로나19에 감염된 동물은 131마리로 이 가운데 집 고양이(58)와 개(41)의 감염 건수는 밍크(16), 호랑이(7), 눈표범(3), 사자(3), 고릴라(3) 등 사육 및 야생동물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만 동족 간 감염은 일부 동물에게서만 활발하게 일어났다. 미국 캔자스주립대학 생물안정성연구소(BRI) 연구팀은 지난해 12월 반려묘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의 동족 간 매개체가 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특히 개보다는 고양이 사이에서의 전염률이 높았다. 이는 과거에도 증명된 사실인데 2002년 세계적으로 유행한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매개체로 사향고양이가 지목된 바 있다. 현재 유행하고 있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는 사스 코로나바이러스의 유전자와 86% 일치한다.
바이러스가 동물의 신체에 들어가 작동하는 기제는 인간과 유사했다. 지난해 3월 처음으로 반려동물과 신종코로나바이러스에 대한 연구를 진행한 홍콩대학교 연구팀은 코로나19에 확진된 고양이의 비강과 편도선 등 상기도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를 검출했다. 연구팀은 “고양이의 호흡기에 코로나19 수용체가 있으며 이로 인해 감염된 것”이라는 발표했다. 이후 위스콘신-매디슨대학과 도쿄대학의 연구원들이 진행한 연구에서도 고양이의 비강과 직장에서 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다만 전염성이 있는 바이러스는 비강에서만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감염의 매개는 인간과 마찬가지로 ‘비말’일 가능성이 높았다. 앞서의 홍콩 연구팀은 동족 간 전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확진 판정을 받은 고양이 세 마리를 감염되지 않은 고양이 한 마리와 함께 뒀다. 3일 뒤 비확진묘에게서도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가 검출됐다. 연구팀은 “같은 실험을 반복해도 전염이 일어났다“며 ”고양이들이 서로 핥는 과정에서 비말을 통한 전염이 일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개는 양성, 주인은 음성인 사례도
반려동물과 산책을 하고 있는 시민들로 기사의 특정 내용과 관련 없다. 사진=최준필 기자
그렇다면 동물도 코로나19에 감염되면 인간처럼 고통스럽거나 심할 경우 죽음에 이르기도 할까. 대부분의 반려동물들은 경미한 증상만을 보이거나 감염 이후 스스로 회복했다. 그러나 양성 판정을 받은 뒤 일부 동물이 죽은 사례도 있었다. 지난해 8월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호흡 곤란 증상을 보인 개가 병원으로 옮겨진 뒤 죽었다.
이 개는 사후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는데 문제는 개의 주인은 음성이었다는 것이다. 당시 연구원들은 개가 인근 동물에게서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발표했으나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어 10월에는 앨라배마주 오펠리카에서 한 고양이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죽었다. 부검 결과 고양이는 코로나19에 확진되기 이전부터 다양한 병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인간으로 치면 기저질환자가 코로나19에 확진된 뒤 사망한 셈이다.
증상 자체는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발열, 인후염, 콧물, 기침, 숨가쁨 등 호흡기와 관련된 부분에서 이상이 발견됐고 일부는 위장 질환을 동반하기도 했다. 미국 CDC에서는 반려동물의 코로나19 감염 증상을 크게 9가지로 정의해 발표했는데 발열, 기침, 호흡곤란, 혼수, 재채기, 콧물, 눈곱, 구토와 설사 등이다. 만약 확진자의 반려동물에게서 이런 증상이 발견된다면 수의사에게 연락하도록 돼 있다. 한편 후유증이 관찰된 사례는 아직까지 나오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비확진자의 경우 반려동물의 건강을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1월 26일 한 수의학전문의는 “논문에 제시된 실험은 주변 환경을 극도로 제한해두고 진행한 것으로 실생활과는 차이가 있다. 감염자와 감염동물의 비율을 비교해 봐도 반려동물이 자연 환경에서 바이러스 전파에 실질적 역할을 한다는 결론을 도출하기에는 근거자료가 부족하다. 다만 기존 호흡기 관련 질병을 앓고 있는 동물의 경우 나이와 건강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을 수도 있다”면서도 “사람 간 전염부터 조심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감염을 염려해 손 소독제, 과산화수소 등의 살균제로 반려동물을 닦는 경우가 있는데 절대 안 된다. ‘클로록시레놀’ 등 일부 성분은 강아지나 고양이에게 치명적이다. 반려동물의 피부에 소독제가 묻었을 경우 즉시 씻어내고 핥거나 먹었을 때는 동물병원을 찾아야 한다. 산책 시 마스크를 씌우는 것 역시 오히려 원활한 호흡을 방해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최희주 기자 hjoo@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