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나리’ 성공적인 오스카 캠페인…스티븐 연도 남우주연상 후보로 거론
영화계에서 까칠한 독설로 유명한 최광희 평론가가 자신의 SNS를 통해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이 해외 영화제에서 연기상만 20개 이상을 받았다. 오스카 수상까지도 점쳐지는 마당이다”라며 “오스카 한번 타고 나니 배가 불렀나. 언론들의 습관적 호들갑이 없는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라고 밝혔을 정도다.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노리는 윤여정은 오스카 캠페인 기간 동안 무려 20개의 상을 수상했다. 사진=영화 ‘미나리’ 홍보 스틸 컷
영화 ‘기생충’이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우수 작품상을 비롯해 4관왕에 오른 결정적인 이유는 당연히 ‘그만큼 영화가 좋아서’다. 그렇지만 영화가 아무리 좋아도 저절로 오스카상이 품에 안기는 것은 아니다. 아카데미 시상식을 앞두고 이어지는 홍보 일정이 매우 중요한데 이를 ‘오스카 캠페인’이라고 부른다. 이를 위해 봉준호 감독과 출연 배우들은 1년가량 각종 영화제와 관련 행사장 등에 참석하며 오스카 캠페인을 벌였고 다양한 수상 성적을 기록하며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수상 가능성을 높였다. 그리고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 성적인 4관왕에 올랐다.
지금도 93회 아카데미 시상식 출품작들의 ‘오스카 캠페인’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비록 미국 영화지만 교포 2세인 한국계 미국인 감독 리 아이작 정(한국명 정이삭)이 연출하고 한국계 미국인 배우인 스티븐 연이 주연을 맡았으며 한예리 윤여정 등 한국 배우들도 출연한 영화 ‘미나리’가 한창 오스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게다가 영화 내용 역시 희망을 찾아 낯선 미국으로 떠나온 한국 가족의 아주 특별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오스카 캠페인을 진행하며 ‘미나리’는 무려 58개의 상을 받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최근 ‘미나리’가 미국영화연구소(AFI) 선정 ‘올해의 영화’가 됐다는 점이다. AFI는 매우 높은 오스카 적중률을 자랑하는데 지난해에는 ‘기생충’이 AFI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다.
‘미나리’는 각종 영화제와 시상식에서 연이어 수상 소식을 전하며 성공적인 오스카 캠페인을 이어가고 있다. 현재 스티븐 연은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으로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골드 리스트 시상식, 노스텍사스 비평가협회, 덴버 영화제 등에서 연이어 주연상을 받는 쾌거를 거뒀다.
미국 언론도 그를 주목하고 있는데 스티븐 연은 버라이어티가 선정한 ‘오스카 남우주연상 유력 후보’와 인디와이어가 선정한 ‘올해 최고의 연기 남자 배우’로 각각 이름을 올렸다. 실제 남우주연상 수상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후보로 선정되기만 할지라도 93년의 아카데미 역사에서 최초로 남우주연상 후보가 된 아시아계 미국인 배우가 된다. 그 자체로 역사다.
보다 유력한 수상 후보는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노리는 윤여정이다. 오스카 캠페인 기간 동안 윤여정은 무려 20개의 상을 수상했다. 북미 권위의 전미비평가위원회(NBR)에서 여우조연상을 비롯해 미국 온라인 비평가협회, 노스텍사스 비평가협회, 뉴욕 온라인 비평가협회, 미국 흑인 비평가협회, 미국 여성 영화기자협회 등에서 선정한 여주조연상을 받았으며 골드 리스트 시상식, 선셋 필름 서클 어워즈, 디스커싱필름 등에서도 상을 받았다.
당연히 미국 언론도 윤여정에게 주목하고 있다.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는 “‘미나리’에서 사랑스러운 할머니 연기를 선보인 윤여정이 비평가들이 주는 상을 휩쓸고 있다”며 “93회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에 가장 근접해 있다”고 분석했다. 수상에 성공한다면 30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1958)에서 미요시 우메키가 영화 ‘사요나라’로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데 이어 아시아 배우로는 두 번째라는 점도 강조했다.
윤여정과 93회 아카데미에서 여우조연상 후보로 거론되는 배우들에 대해 버라이어티는 ‘맹크’의 애맨다 사이프리드, ‘보랏 서브시퀀트 무비필름’의 마리아 바카로바, ‘더 파더’의 올리비아 콜맨, ‘그녀의 조각들’의 엘렌 버스틴 등을 거론했다.
요즘 국내에서 윤여정은 다른 이유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11%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tvN 예능 ‘윤스테이’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tvN ‘윤스테이’ 방송 화면 캡처
물론 윤여정은 연기를 잘하는 배우다. 국내에서는 이미 더 이상의 검증이 필요 없는 배우다. 미국에서도 주목할 만한 연기력을 갖고 있음이야 당연한 얘기지만 오스카상을 품에 안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이다.
미국 현지에서는 윤여정이 연기한 캐릭터에 주목하고 있다. 윤여정은 ‘미나리’에서 할머니 순자 역할로, 유독 미나리를 좋아하는 인물로 나오는데 미국 평론가들은 순자 캐릭터가 영화 ‘미나리’가 관객에게 전달하는 메시지를 정확히 표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 중요한 캐릭터를 윤여정의 풍부한 연기가 제대로 담아냈으며 관록 있는 연기로 관객의 감정선까지 뒤흔들어 준다. 이야기의 흐름에 활력을 불어 넣어주면서도 긴장감을 유발하고 때론 인생의 희로애락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런 평가로 인해 미국 현지의 각종 비평가 상을 휩쓸었다.
요즘 국내에서 윤여정은 다른 이유로 더 주목을 받고 있다. 11%대의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있는 tvN 예능 ‘윤스테이’에 출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선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의 유력 후보로 손꼽히는 그가 한국에선 예능프로그램으로 주목받고 있는 셈. 이미 두 차례의 ‘윤식당’으로 크게 성공을 거둔 윤여정은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 등 기존 ‘윤식당’ 멤버에 최우식까지 가세한 ‘윤스테이’로 또 한 번 성공신화를 쓰고 있다.
최광희 평론가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두고 윤여정의 배우에 대한 열정을 이야기했다. 최 평론가는 자신의 SNS에 “발리와 스페인에서 식당 사장 역할을 하는 윤여정의 모습은, 비록 아마추어 셰프였지만 완벽주의자의 모습 그대로였다”라며 “추측컨대, (다른 배우가) 이런 꽤 상당한 반응을 불러일으킨 프로그램에 출연했다면 강남이나 홍대 언저리에 똑같은 이름의 식당을 차려 놓고 돈을 갈고리로 긁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윤여정은 그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나는 그가 배우 말고는 욕심이 없는 사람이라는 걸 안다”라도 평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