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신원 SKC 회장 | ||
최근 SK가의 장자격인 최신원 회장이 그룹 분가 가능성을 시사하는 폭탄선언을 하고 나서 재계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는 말뿐만이 아니다. 최신원 회장 캠프쪽에서 ‘뭔가 해보겠다’는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신원 회장은 자신의 캠프 헤드쿼터격인 SK텔레시스 전직원들을 이끌고 지난 월요일부터 영종도 해병대식 훈련소에 입소했다. SK텔레시스는 최 회장 비서실이 포진해 있는 곳이다. 일각에선 SK텔레시스 전직원 해병대 입소 체험을 분가라는 대사를 앞둔 내부 담금질로 보고 있기도 하다.
지난 7월15일 SKC 이사회에서 최신원 회장의 여동생 남편인 박장석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한 것도 최신원 회장의 내부장악력 강화라는 측면에서 화제에 오르고 있다.
SK가의 분가설은 지난 98년 최종현 회장이 작고한 뒤 꾸준히 재계 일각에서 제기됐다.
당시 재계에서는 최태원 일가측이 SK(주)를 비롯한 SK텔레콤 등을 경영하고, SK글로벌과 워커힐호텔 등 전통 기업에 대해서는 최신원 일가측이 경영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러나 최 회장이 작고한 직후 최태원 회장쪽으로 힘을 모아주기로 최종 결론을 내리면서 이 문제는 일시적으로 잠복했다. 당시 SK가 형제들은 자신들이 물려받게 될 그룹 계열사의 지분을 최태원 회장에게 위임, 또는 양도함으로써 최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같은 형제간의 대타협이 이뤄진 지 6년. SK가 내부에서는 분가를 가늠케 하는 몇 가지 조짐들이 나타나고 있다.
가문의 장자격인 최신원 SKC 회장이 ‘그룹경영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분가를 생각할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고 나선 것. 이는 그동안 최신원 회장이 분가 의사를 일체 드러내오지 않았다는 점에서 상당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는 지난해 SK창업 50주년을 넘긴 이후 최신원 회장측이 그룹의 모기업격인 SK케미컬 등의 주식을 최근 들어 집중 매입하고 있는 점에서도 감지할 수 있다. 실제로 최신원 회장측을 비롯, 친동생인 최창원, 최정원, 최지원, 최예정씨 등이 나서 SKC와 SK케미컬, SK증권 등 주요 계열사의 주식을 꾸준히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상반기 동안 최신원 회장 형제들은 SKC의 주식을 0.1%까지 올렸고, SK증권과 SK케미컬 주식도 2만주에서 27만주까지 사들였다. 물론 이 같은 규모는 아직 미미한 수준이지만 최근 최태원 회장의 부인 노소영씨가 소규모 주식을 사들이면서 서서히 입질하고 있는 부분과 맞물려 시사하는 부분이 매우 큰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최신원 회장 형제들이 보유한 SK케미컬 지분은 12.09% 내외로 최태원 형제들이 보유한 9.1%보다 높아졌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최신원가의 지분은 8%대였다는 점에 비추어 보면 상황이 역전된 것.
물론 이에 대해 최신원 회장측은 “회사와는 상관없이 최신원 회장 형제들이 개인적으로 자산을 운영하고 있어 계열분리 혹은 분가의 전주곡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며 항간의 분석을 부정했다. 전문가들도 SK그룹의 경우 분식회계 여파가 아직 남아 있고, SK(주)가 외국계펀드인 소버린의 M&A공세를 받고 있는 등 외부적 여건이 여의치 않기 때문에 계열분리를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다.
그러나 다른 견해도 없지 않다. 드러난 지분구조를 보면 최신원 형제측의 지분이 그리 많진 않지만 관례상 상당 부분의 지분이 명의신탁 등으로 분산돼 있다는 점에서 주변 여건만 조성이 된다면 분가하는 데 무리는 없을 것이란 지적이다.
알려진 바에 의하면 최신원 형제들의 경우 실제로 SK케미컬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 중 상당 부분이 공개되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같은 분가설이 나도는 배경에는 몇 가지 근거가 있다.
우선 최태원 회장에게 그룹의 모든 경영권을 넘겼으나 그룹 경영 전반이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한 것에 대한 불만이 가장 큰 이유. SK(주)는 물론이고 그룹의 젖줄역할을 하는 SK텔레콤마저 경영상태가 삐걱대는 부분에 대해 최신원 회장측은 상당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다른 이유는 현재 SK글로벌이 분식회계로 채권단의 관리 아래 들어간 부분에 대한 우려다. SK글로벌은 최종건 회장 시절부터 그룹의 모태역할을 해온 기업. 따라서 이 회사가 부실화된 부분에 대해 적잖은 우려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회사의 부실은 전신인 SK상사 시절, 대부분의 그룹 계열사 부실을 떠넘긴 게 원인이라는 분석도 없지 않다.
이런 근거에 미뤄 장차 최신원 회장측은 별로 얻는 게 없이 빈 껍데기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최신원 회장측을 압박하고 있어 이참에 분가하는 것도 방법이라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특히 최근 그룹이 SK글로벌 사태 해결의 한 방편으로 워커힐호텔 등 사실상 최신원 회장측이 아껴온 자산을 정리하려는 부분에 대해 거부감을 갖고 있다는 말도 오간다.
아무튼 아직까지 최신원 회장측은 공개적으로 분가에 대한 의사를 표명하지는 않고 있다. 그러나 조금씩 분가쪽으로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는 점만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