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직전 코흘리개들 ‘4억 돈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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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석래 효성 회장. | ||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9월 20일 효성그룹 지주사 격인 ㈜효성은 공시를 통해 조석래 회장 손자인 재호 군과 손녀인 인영, 인서 양이 보유해온 주식을 9월 13일 전량 매각했다고 알렸다. 이들 셋이 갖고 있던 주식은 총 1만 1300주(지분율 0.03%)다.
그런데 주주명부에 올랐던 조 회장 손자 손녀들의 나이가 눈길을 끈다. 인영 양은 2002년생으로 올해 8세이며, 재호 군과 인서 양은 2006년생으로 올해 4세다. 자기 명의로 그런 주식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를 법한 나이인 셈이다.
이들이 주식을 매각한 9월 13일 ㈜효성 종가는 11만 2500원이었다. 효성가 4세 3명의 주식 매각 금액은 12억 7400만 원 정도로 추산된다. 3910주를 갖고 있던 인서 양은 약 4억 4000만 원, 3710주씩을 갖고 있던 인영 양과 재호 군은 각각 약 4억 1700만 원씩을 챙기게 된 것이다.
효성가 4세 3명이 ㈜효성 주식을 사들인 것은 지난 2008년의 일이다. 그해 10월 31일 ㈜효성은 공시를 통해 인영 양과 재호 군이 각각 3710주씩 지분을 매입했음을 알렸고 다음 거래일인 11월 3일엔 인서 양이 3910주를 사들인 것이 공시됐다.
효성가 4세 3명이 지분을 사들였을 당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국내 증시를 강타하면서 국내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던 시기였다. 2008년 9월 중순까지만 해도 7만 원대였던 ㈜효성 주가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추락하기 시작해 그해 10월 말엔 2만 원대까지 떨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효성가 4세들의 주식 매입이 주가 반등의 신호가 됐다. 2008년 10월 30일 종가 2만 6200원이었던 ㈜효성 종가는 다음날 인영 양과 재호 군의 주식 매수 소식에 힘입었는지 14.5% 상승률을 기록해 상한가에 육박한 종가 3만 원을 기록했다.
다음 거래일인 11월 3일엔 인서 양의 주식 매입 소식이 알려졌고 이날 ㈜효성 종가는 상한가인 3만 4500원을 기록했다. 시점상으로만 보면 효성가 4세들의 지분 매입이 바닥을 헤매던 주가를 다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 셈이다.
당시는 재벌가 인사들이 상장 계열사 지분 매입에 앞 다퉈 나서던 때였다.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하락장세에 들어서면서 싼값에 지분을 추가 확보해 경영권 안정을 다지려 하거나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해 세금을 절감하려는 의도였다.
당시 효성가에서도 조석래 회장 손자 손녀뿐만 아니라 조 회장 아들들까지 적극적으로 ㈜효성 지분 매입에 나섰다. 2008년 10월과 11월 사이 조 회장 차남 조현문 부사장은 ㈜효성 주식 14만 9370주를 사들였다. 이를 통해 조현문 부사장은 조 회장 장남 조현준 사장을 제치고 조 회장에 이은 ㈜효성 2대 주주로 올라서게 됐다. 같은 기간 동안 조 회장 삼남 조현상 전무도 ㈜효성 주식 6만 3006주를 사들였다.
2008년 당시 조 회장 손자 손녀들의 지분 매입이 관심을 끌자 효성 측은 “조석래 회장이 손자 손녀들에게 증여할 목적으로 주식을 사준 것으로 안다”고 밝힌 바 있다. 효성가 4세 3명의 당시 지분 매입 금액은 3억 5700만 원으로 추산된다. 그런데 이 돈이 불과 2년 만에 3.5배가 넘는 12억 7400만 원이 됐다. 결국 이들 셋의 지분 거래는 오너일가 차원의 지분 확보용이 아닌 ‘재테크’ 수단이었다고 볼 수 있는 셈이다.
지분 매입 당시 재호 군과 인서 양은 두 살배기였고 인영 양도 6세로 유치원생이었다. 자신들도 모르게 이뤄졌을 법한 주식 재테크의 진실을 이들 셋이 언제쯤 제대로 알게 될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