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명예회복 위한 실탄 마련중?
▲ 구본준 부회장(가운데)의 LG전자 대표 취임과 동시에 LG그룹 계열사 상장설이 흘러나와 여러 관측을 낳고 있다. 오른쪽은 구본무 LG그룹 회장. |
현재 증권가에서 상장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되는 LG그룹 계열 비상장사는 서브원과 LG CNS, 실트론 등이다. 이들 중 가장 많은 시선이 쏠리는 종목은 서브원. 지난 7월 기업 간 자재 구매대행업을 하는 삼성그룹 계열사 아이마켓코리아가 성공적으로 상장되면서 동종업체인 서브원의 상장 가능성이 주목을 받아왔다.
서브원은 지난해 매출 2조 5766억 원, 영업이익 1041억 원, 순이익 815억 원을 기록했다. 올 상반기에만 영업이익 926억 원, 순이익 655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이익을 거의 따라잡은 상태다. 구본무 회장은 서브원의 대표이사를 직접 맡고 있을 정도로 이 회사에 대한 애정이 큰 것으로 알려진다. 서브원 주식 500만 주는 모두 LG그룹 지주사 ㈜LG 소유다. 100% 자회사인 셈이다.
지난 8월 상장된 아이마켓코리아의 지난해 매출액은 1조 1821억 원, 영업이익은 280억 원, 순이익은 211억 원이었다. 재무 상태만 보면 서브원이 아이마켓코리아보다 주식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셈이다. 공모가 1만 5300원으로 상장된 아이마켓코리아는 상장 첫날인 7월 30일 종가 2만 5400원을 찍고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해 9월 30일 현재 3만 800원을 기록 중이다.
만약 서브원이 상장돼 상장 첫날 아이마켓코리아와 같은 수준의 주가를 기록한다고 가정하면 ㈜LG가 보유한 서브원 지분 가치는 1000억 원을 훌쩍 넘게 된다. 상장 전 증자와 상장 이후 주가 상승 요인 등을 감안하면 ㈜LG가 누릴 상장이익은 수천억 원이 될 수 있다.
IT서비스 업체인 LG CNS도 지난해 11월 동종업체인 SK C&C가 상장되고 삼성SDS 상장설이 부각되면서 증권가의 주목을 받아왔다. 특히 경쟁사인 SK C&C가 상장 첫날 종가 3만 5650원 기록 이후 상승세를 거듭해 9월 30일 현재 10만 1500원으로 그룹 지주사 SK㈜ 주가(11만 8500원)에 육박하게 된 것이 LG CNS 상장을 부추길 것으로 여겨지는 것이다.
지난해 LG CNS는 1조 8387억 원의 매출액과 1624억 원의 영업이익, 1142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7월 7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훈 LG CNS 대표는 올해 2조 8000억 원, 2015년 5조 원, 2020년 10조 원의 매출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증권가에선 LG CNS 상장을 통해 ㈜LG가 경영권 유지에 필요한 지분을 남기고 나머지 지분을 매각할 경우 1조 원 이상의 현금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김대훈 대표는 상장과 관련한 기자들의 질문에 “상장을 위해선 이유가 있어야 하는데 2년간 1000억 원 규모의 연구개발 투자와 M&A(인수·합병)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차입경영이 필요치 않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LG CNS의 최대주주가 지분 85%를 보유한 ㈜LG인 만큼 그룹 차원의 거액 투자자금 조달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조기 상장 가능성이 점쳐진다.
이와 더불어 구본무 그룹 회장(1.1%)과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0.8%), LG전자 새 대표가 된 구본준 부회장(0.3%), 그리고 구본식 희성전자 사장(0.1%) 등 구 회장 친형제들이 이 회사 주주 명부에 올라 있는 점도 눈에 띈다. 상장시 ㈜LG뿐만 아니라 오너 형제들의 주머니 또한 두둑해질 수 있는 것이다.
㈜LG가 지분 51%를 보유한 전자소재 제조회사 실트론의 상장설도 증권가의 관심 대상이다. 지난 9월 14일 이사회에서 1주당 5000원에서 500원으로의 액면분할이 결정된 까닭에서다. 액면분할은 증권가에서 기업 공개를 위한 사전작업으로 풀이되곤 한다. 자기 자본 2500억 원 이상의 기업은 상장시 500만 주 이상을 공모해야 하는데 실트론의 주식 수는 총 670만 주였다. 액면분할을 하지 않고 상장을 할 경우 최대주주인 ㈜LG의 지분율 대폭 감소가 불가피하다. 지난해 11월 상장된 SK C&C와 지난 5월 상장된 삼성생명도 상장 전 액면분할 절차를 밟았다.
이훈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27일 보고서를 통해 “실트론의 이번 액면분할은 본격적인 상장 추진을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이르면 내년 5월께 상장될 것이란 전망도 등장했다. 실트론은 지난해 550억 원의 영업손실과 748억 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지만 올 상반기 526억 원의 영업이익, 165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수익성을 빠르게 회복해 상장 기대감을 더욱 높이고 있다.
LG그룹에서 비상장 계열사들과 관련된 상장 계획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고 있음에도 상장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이 커져가는 것은 최근 단행된 구본무 회장 친동생 구본준 부회장의 LG전자행과도 무관하지 않다. 구 부회장은 지난 9월 17일 실적 부진의 이유로 자진 사퇴한 남용 부회장의 뒤를 이어 LG전자 새 대표이사직에 올랐다. 구본무 회장 당숙인 구자홍 전 대표(현 LS 회장) 이후 7년 만에 오너경영인이 LG전자 CEO(최고경영자)에 앉은 만큼 남 부회장의 마케팅 위주 경영을 벗어나 공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전망이다.
LG전자 내에서도 구 부회장을 새 대표로 맞이하면서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이 커가고 있다고 한다. 그룹 주력사임에도 올해 잇단 위기설에 진땀 흘려야 했던 LG전자의 재도약을 위한 그룹 차원의 공격적인 투자가 예상되고 있다. 이런 까닭에 단숨에 거액을 끌어 모을 수 있는 우량 비상장사의 상장설이 계속해서 주목을 받는 것이다. 과연 ㈜LG가 최대주주인 회사들의 상장이 증권가 예상대로 조기에 진행될지, 그리고 그 상장 대박이 구본준 부회장이 이끌게 된 LG전자의 위기 타파를 위한 실탄이 될지에 재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천우진 기자 wjch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