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EVA 공개하라” vs 사측 “대외비 공개 불가”…코로나19 분위기와 괴리감
1월 28일 SK하이닉스가 ‘2020 초과이익분배금 지급안내’를 공지한 뒤 직원들이 반발하면서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일요신문DB
지난 1월 28일 SK하이닉스는 ‘2020 초과이익분배금(PS) 지급안내’를 공지했다. PS는 전년도 실적 목표치 초과 달성 시 내부 기준에 따라 지급되는 성과급을 의미한다. 이번 PS는 기본급 400%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월 기본급은 연봉의 20분의 1 수준으로, 기본급 400%는 연봉의 20%를 의미한다.
회사 공지를 접한 직원들은 사내 게시판 ‘하이통’ 등을 통해 의문을 제기했다. 성과급 지급 수준과 기준이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 기본급 400%가 적다고 할 수는 없지만 직원들이 반발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SK하이닉스는 2019년 2조 7127억 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비록 영업이익은 거두었지만 2018년에 비해 확 줄어든 데다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지난해는 PS 없이 특별기여금 400%가 지급된 것으로 전해진다. 2020년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약 85% 증가한 5조 126억 원을 달성했다. 직원들은 PS 없이 특별기여금 400%가 지급됐던 지난해와 이익이 늘어난 후인 올해 PS가 무슨 차이가 있느냐는 것이다.
동종업계에 비해 성과급이 적다는 것도 직원들의 불만이다. 지난해 삼성전자 DS부문 영업이익은 18조 8100억 원이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과 13조 8000억 원 정도 차이가 나지만 시설투자 규모 등을 감안했을 때 SK하이닉스가 선전했다는 평가가 많다. 삼성전자 DS부문 직원 성과급이 연봉의 47%로 책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SK하이닉스 직원들의 불만이 가중됐다.
사태가 확산되자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진화에 나섰다. 특히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은 지난해 연봉 30억여 원을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원들은 반발했다. SK하이닉스 노조 관계자는 “연봉 반납이 실질적인 해결책은 아니다”며 “EVA(경제적 부가가치, 영업이익에서 법인세·금융·자본비용 등을 제외한 금액)를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측은 EVA를 공개하긴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석희 사장은 “M16 팹 등 SK하이닉스의 선제적 투자로 EVA가 양호하게 나오기 어려웠다”고 전하며 EVA 지표는 대외비로 알릴 수 없다는 점을 고수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EVA 지표에는) 회사 투자 계획, 비용 등 사측 기밀이라고 보이는 내용들이 담겼다”며 “직원들에게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국내외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SK하이닉스의 성과급 논란에 불편한 시선이 쏟아지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문을 닫은 상점들의 모습. 사진=최준필 기자
양쪽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사태가 장기화하자 사회적 시선이 따가워지고 있다. 성과급에 대한 사측과 직원들의 상황 및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지만 코로나19로 대부분 국민들이 힘들어 하고 특히 자영업자들이 연일 ‘살려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성과급을 두고 벌어지는 싸움이 외부로 떠들썩하게 알려지는 것을 달가워할 사람은 많지 않다.
실제 성과급 논란 이후 온라인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소상공인과 시민들은 “100만 원이라도 받고 싶다” “우리는 한때 코로나19 조치로 영업이 어려워 1원조차 벌지 못했는데”라며 토로했다.
이에 SK하이닉스 노조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생계에 위협을 받는 분들에 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면서 “그래도 사측에서 직원들에게 노동성과에 대한 금액은 정확히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문제를 풀고 합의점을 찾는 열쇠는 SK하이닉스가 쥐고 있다고 설명한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성과급에 대한 명확한 목표 설정을 제시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단언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4일 노사협의회를 열고 대화를 통해 협의점을 찾아갈 것”이라며 “이번 논란으로 어려운 시기 많은 이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소영 기자 upjs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