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진월동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강우자씨(여·47)가 지방선거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주저 없이 던진 말이다. “민주당 사람들이 우릴 호구로 보는 모양인데 이번엔 아마 큰코다칠 겁니다”라는 강씨의 말 속에 광주시민들의 속내가 엿보인다.
그동안 민주당에 ‘후원군’ 노릇을 톡톡히 해온 광주. 하지만 이번 6·13지방선거에선 ‘반란군’ 역할을 할 조짐이 보인다. 광주 금남로에서 만난 한 여대생은 “이번에 민주당 사람들 다 물 먹여서 정신 차리게 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각종 권력형 비리로 현 정권에 실망한 점도 있지만 최근 광주시장 후보 선정 과정에서 일어난 잡음이 광주민심을 돌려놓은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광주시장 후보 경선에서 서구청장이던 이정일 후보가 고재유 현 광주시장을 누르고 후보에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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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광주시장 후보 | ||
광주 운암동에서 자영업을 하는 신민수씨(29)는 “김태홍 의원이 이정일 후보로부터 돈을 받았다가 다시 돌려줬다는 내용의 기사도 봤다”라며 “후보가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어차피 그 나물에 그 밥일 것”이라 비아냥거렸다.
민주당에 대한 광주시민들의 불신은 결국 무소속 후보들의 입지를 높여줬다. 지역정가에선 이번 광주시장 선거가 유례 없는 혈전이 될 거라 보고 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 모임인 자치연대 후보로 나온 정동년 후보는 현지언론 여론조사에서 박광태 후보를 5% 이내 차이로 바짝 뒤쫓고 있다.
5·18민주화운동 주도를 통해 사형선고까지 받았던 전력과 인지도가 정 후보측이 내세우는 강점. “이젠 당적이 아닌 후보 개인 됨됨이가 더 먹힐 것”이라며 정 후보측은 “지금의 민심이반은 과거의 일시적 동요와는 차원이 다르다”라고 밝힌다.
광주지역 민주당 인사들의 탈당 러시도 무소속 돌풍의 세기를 더해준다. 광주 북구의 김재균 현 구청장은 당내 시장후보 경선 불공정성에 반발해 탈당, 무소속 후보 출마선언을 했다. 몇몇 시의원들도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 후보 지원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정 후보측은 “민주당 당적을 가진 분들이 찾아와 우릴 돕겠다고 나설 정도”라 덧붙인다.
정 후보는 김재균 북구청장 후보, 김상집 서구청장 후보, 박필용 남구청장 후보, 전영복 동구청장 후보와 함께 무소속 후보 연합을 구축해 ‘반민주당 전선’을 형성했다. ‘무소속 연대’를 통한 ‘시너지 효과’를 연출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무소속 구청장 후보들 모두 선전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민주당이 전통적 근거지인 광주지역에서 만약 시장직을 빼앗긴다면 8·8보궐선거도 장담할 수 없다. 박광태 후보가 시장직 출마를 위해 광주 북구갑 지역구 의원직을 내놓은 상태. 정 후보측은 “민주당이 광주시장을 차지하지 못하면 북구갑 보궐선거 역시 민주당의 패배로 돌아갈 공산이 크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이환의 후보와 민주노동당 박종현 후보를 비롯해 정호선, 정구선 등 두 명의 무소속 후보도 광주시장직을 향해 뛰고 있다. 이들 후보들 모두 “더 이상 광주는 민주당의 들러리가 아니다”라 외치며 지지를 호소하지만 지역정가에선 박광태-정동년 2파전으로 압축되는 분위기다.
이러한 ‘반 민주당 정서’에도 불구하고 민주당측은 ‘조직표의 위력’을 자신하고 있다. 이는 정동년 후보측에서도 인정하는 점이다. 50% 안팎의 투표율이 예상되는 가운데 월드컵 등으로 인한 유권자들의 정치적 무관심은 곧 조직관리에 우세한 민주당 후보를 유리하게 해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박광태 후보의 선거대책본부장을 맡고 있는 강운태 의원은 “광주시민들이 우리에게 더 잘하라고 채찍질한 것일 뿐”이라며 “광주는 여전히 민주당의 정치적 근거지”라 역설한다. 정 후보측은 “투표율이 바로 승패의 관건이라며 만약 우리가 적극적 홍보를 통해 투표율을 60%까지만 끌어올릴 수 있다면 지금 박 후보에게 뒤진 5% 이내 격차를 뒤집을 수 있다”고 자신한다.
때늦은 감이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잡음 섞인 이번 광주시장 선거에 분명 이전보다 정성을 기울였다. 3선 의원인 박광태 후보가 당초 민주당 경선후보였던 고재유 현 시장이나 이정일 전 서구청장보다 중량감에서 앞서는 게 사실. 관선 광주시장 출신의 중진 강운태 의원이 선거대책본부장을 맡은 것도 주목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