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3철·김경수 등 친노그룹이 뿌리…대선 과정 친문-친노 갈등 불거질 수도
2017년 3월 서울 효창공원 내 백범 김구 선생의 묘소를 참배하기 위해 계단을 오르고 있는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주자 문재인 전 대표(오른쪽)와 김경수 의원. 사진=연합뉴스
‘친문’은 넓은 의미로는 문재인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 좁게는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일하고 가까운 정치인을 일컫는 말이다. 현재 집권여당 최대 계파를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민주당 내 대부분 인사들이 친문이라고 볼 수 있다. 민주당 관계자들은 “이제 더 이상 친문과 비문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출발 당시에는 세력이 크지 않았다. 친문의 시작은 스스로 ‘폐족’이라 칭하던 친노그룹을 그 뿌리로 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친문의 형성 시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2년 후, 제19대 총선과 18대 대선을 1년 앞둔 2011년으로 본다. 친노 세력이 분화돼 갈등을 겪고 있을 때 노무현 정부 출신들, PK(부산·울산·경남) 지역에 기반을 둔 인사들이 문재인 대통령을 중심으로 모였다. ‘3철’이라고 불린 이호철 전 민정수석, 전해철 행정안전부 장관,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대표적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마지막 비서관으로 문재인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했던 김경수 경남지사,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무기획비서관을 했고 문재인 정부에서도 국정기획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 최인호 의원, 송인배 전 사회조정비서관 등도 원조 친문으로 꼽힌다.
하지만 친노가 모두 친문계로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 ‘원조 친노’ 격인 이광재 의원이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등은 친문으로 분류되지 않는다.
문재인 대통령을 정치권 중심부로 끌어올리며 ‘친노의 친문화’를 추진한 인물은 ‘친노 좌장’인 이해찬 전 민주당 대표다. 이해찬 전 대표는 소수진보당, 시민사회계, 한국노총 등과 함께 민주진보진영 대안 정당인 ‘혁신과 통합’을 만들어 문재인 대통령을 상임대표로 올렸다.
이후 이해찬 전 대표는 민주통합당 손학규 대표와 당 대 당 통합을 진행하며 개방형 온라인 당원제를 제안했다. 이를 통해 당에 친노계와 문재인 지지층이 급격히 들어왔고, 당 통합 직후 열린 2012년 1·15 전당대회에서 ‘친노 대모’ 한명숙 대표가 손학규계로부터 당권을 가져왔다.
이어 19대 총선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해 전해철 윤후덕 김현 박남춘 김용익 등 노무현 정부 인사들이 국회에 대거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6·9 전대에서 이해찬 전 대표가 다시 한 번 당권을 잡으면서, 문재인계가 당의 주류로 올라섰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문재인 대통령은 ‘친노의 수장’으로 인식되는 분위기였다.
친노가 아닌 친문 인사들이 본격적으로 형성된 시기는 2012년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경선을 거치면서다. 문재인 대선캠프에 우윤근 추미애 노영민 이목희 박영선 홍영표 윤호중 윤관석 진선미 등이 합류했다. 하지만 18대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가 박근혜 후보에 패배하면서, 친문은 당내 비주류로 밀려났다. 그러자 노영민 전 비서실장과 전해철 장관이 주축이 돼 이른바 ‘부엉이 모임’이 결성됐다. 양정철 황희 백원우 정태호 권칠승 박범계 김진표 전재수 등 50여 명이 참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년여의 잠행을 마치고 2015년 2·8 새정치민주연합 전당대회에서 박지원 의원을 제치고 당대표에 올라, 친문의 복귀를 알렸다. 문 대통령은 2016년 1월까지 당대표 및 인재영입위원장을 맡아 ‘문재인 키즈’를 대거 영입했다. 조응천 이철희 표창원 김정우 김병관 김병기 박주민 오기형 양향자 등이다. 다만 조응천 의원이나 이철희 전 의원 등은 현재 친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친문은 2017년 5월 대선을 앞두고 86그룹과 손을 잡았다. 임종석 전 비서실장은 윤건영 의원, 양정철 전 원장과 광흥창팀의 삼각편대를 형성했다. 광흥창팀은 19대 대선 당시 서울 마포구 광흥창역 인근에 사무실을 내고 문 대통령을 도운 핵심 참모진이다. 이들 외에도 한병도 이진석 오종식 신동호 조용우 탁현민 김종천 안영배 등이 참여했다. 이후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정부 첫 비서실장에 임명되는 등 핵심 친문 인사로 분류됐다.
21대 총선 이후 거대 여당이 된 민주당은 친문이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출신 의원은 고민정 윤영찬 한병도 윤건영 의원 등 19명이다. 송영길(5선) 김태년 윤호중 홍영표(4선) 김경협 도종환 박광온 박범계 윤후덕 정청래 진선미 홍익표(3선) 김두관 김병기 김종민 박재호 박찬대 신동근 전재수 진성준 황희(재선) 의원 등이 친문계로 분류된다.
뿐만 아니라 민주당 의석수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는 81명의 초선들도 상당수가 친문계로 분류되는데 강선우 김남국 김용민 오영환 이수진 임오경 장경태 최기상 한준호 홍성국 의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지난해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민주주의4.0 연구원 창립총회 및 제1차 심포지엄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도종환 이사장과 참석자들. 사진=연합뉴스
그동안 친문 진영에서는 김경수 지사가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거론됐었다. 하지만 김 지사가 ‘드루킹 사건’으로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형을 선고 받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는 상황이라 1년여 남은 대선에는 출마가 힘들다. 이에 친문에서는 제3후보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민주당 연구단체 ‘민주주의4.0 연구원’이 그 역할을 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민주주의4.0은 도종환 의원이 초대 원장을 맡고 전해철 홍영표 김종민 황희 의원 등이 참여하면서 제2의 부엉이 모임이라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친문이 ‘적자 찾기’에 실패할 경우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측으로 친문이 분화할 가능성이 높다. 호남 출신이면서 노무현·문재인 청와대에서 비서관을 지내 친문-이낙연계로 분류됐던 민형배 의원의 경우 지난 1월 이낙연 대표에 대한 지지 철회와 이재명 지사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선언하면서, 친문계 의원 중 처음으로 치고 나왔다.
여권 일각에선 대선 과정에서 친문과 친노 간 갈등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친노 핵심들은 여전히 문재인 대통령을 자신들이 모시는 대통령으로 보지 않는 분위기가 있다. 문재인 정부는 노무현 정부 연장선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친노가 자신들이 정한 대권주자를 내세우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광재 의원 최근 행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예전부터 86그룹이나 동교동계와 손을 잡은 것도 이들(친노)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란 시각이 있었다. 이해찬 전 대표가 이들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