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조·육아로 보낸 16년, 필라테스 강사 자격증 취득…‘추신수 스포츠짐’서 선수들 스트레칭 지도
추신수 아내 하원미 씨는 2년간 필라테스 공부를 한 끝에 강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사진=이영미 기자
지난해 10월 추신수 아내 하원미 씨의 SNS에 올라온 글 내용 중 일부다. 하 씨가 이런 글을 올린 건 그가 힘든 필라테스 교육 과정을 통해 드디어 자신이 꼭 입문하고 싶었던 필라테스 센터에 인턴으로 합격했고 강사로 일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하 씨는 어린 나이에 남편을 만나 일찍 결혼 생활을 시작했고, 큰아들 무빈 군을 20대 초반에 출산하면서 남편을 내조하고 육아에만 전념하는 등 전형적인 전업주부의 삶을 살았다. 이후 건우 군, 소희 양이 태어나면서 육아와 아이들 교육 문제로 다른 생각을 할 엄두도 내지 못했다. 그랬던 그가 우연히 필라테스의 세계에 입문했고, 그곳 세계에선 악명 높기로 유명한 교육센터를 찾아가 미국인 마스터 선생과 땀을 흘리며 레슨을 받았고, 지적받은 부분은 밤을 새워서라도 해내는 근성을 발휘했다.
그렇게 2년을 필라테스에 매달린 끝에 비로소 강사 자격증을 취득하고 ‘추신수 스포츠 짐’에서 선수들 타격 훈련 전 스트레칭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다고 내조에 소홀하지도 않았다. 남편과 세 아이들에게 항상 필요한 존재인 만큼 가족들이 잠자는 새벽에 혼자 일어나 필라테스 연습을 했고, 아이들이 학교에 있는 동안 센터에 나가 레슨을 받는 등 무척 바쁜 스케줄을 감수해야만 했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필라테스를 선택한 걸 단 한 번도 후회하지 않았다고 한다.
“처음에는 자존감을 찾기 위해 시작했지만 필라테스의 세계를 깊이 알면 알수록 그 매력에서 헤어 나오기가 쉽지 않다. 필라테스는 건강은 물론 삶의 활력을 찾게 해준다. 무엇보다 누구의 아내, 누구의 엄마뿐만이 아니라 내 이름을 걸고 일을 할 수 있다는 게 무척 기쁘다. 남편도 적극 지원해주고 있고 자랑스러워한다. 항상 남편을 응원하는 입장이었는데 남편의 응원을 받고 보니 기분이 정말 묘했다. 아이들도 엄마가 하는 일을 적극 지지해준다. 나의 일을 찾게 되면서 가족이 더욱 똘똘 뭉치는 힘을 발휘했다.”
하 씨는 자신의 SNS에 다음과 같은 글로 소감을 전했다.
‘나의 선생님은 내가 애들이 있다는 거에 처음 놀라시고, 그 애들 중 첫째가 벌써 운전도 하는 고등학생이라는 거에 또 한 번 놀라시고 얼마 전엔 텍사스 레인저스 선수가 나의 남편이라는 말에 또 놀라신…. 정말 찐으로 나를 트레이닝시켜주고 칭찬해주고 지적해준 선생님이 정말 감사하다. 어쩌면 이전보다 훨씬 더 힘든 여정이 남아 있겠지만 열정 부자인 나는 다시 내 열정을 믿고 발전해 나가는 사람이 될 것이다.’
미국 텍사스=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